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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107분 연설서 "물가는 민주당 탓"… 대법원 관세 위법 판결에도 "강행"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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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107분 연설서 "물가는 민주당 탓"… 대법원 관세 위법 판결에도 "강행" 선언

지지율 36% 추락 속 중간선거 위기감 역력… 한국 수출기업 '관세 폭탄' 현실화 우려
미국 가정의 장바구니 물가는 누구의 책임인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각) 의회 합동 연설이라는 최대 무대를 빌려 그 답을 민주당 탓이라고 규정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가정의 장바구니 물가는 누구의 책임인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각) 의회 합동 연설이라는 최대 무대를 빌려 그 답을 민주당 탓이라고 규정했다. 사진=로이터
미국 가정의 장바구니 물가는 누구의 책임인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현지시각) 의회 합동 연설이라는 최대 무대를 빌려 그 답을 정해버렸다. "민주당"이라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107분에 걸친 국정연설(State of the Union Address)을 통해 이민·범죄·생활비 문제를 집중 공략하며 야당 총공세에 나섰다고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역대 최장 기록이었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200088분 연설을 20분 가까이 경신한 이 연설은, 새 정책 발표보다 11월 중간선거를 겨냥한 '지지층 결집' 성격이 강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업률 4.3%·성장률 1.4%… 자화자찬과 엇갈리는 숫자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경제 성적표를 자신 있게 펼쳐 보였다. 그러나 공식 통계는 그의 낙관론과 온도 차를 보였다.

지난달 미국 실업률은 4.3%로 역사적 저점 수준이나 고용 증가세는 꺾였다. 지난해 연평균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2%로 선진국 평균 기준선인 2%를 겨우 웃돌았지만, 바이든 전 대통령 재임 시기보다 낮은 수치다. 특히 4분기 실질 GDP 성장률은 1.4%에 그쳐 3분기의 4.4%에 비해 급격히 둔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대해 "지난해 민주당이 주도한 정부 셧다운으로 GDP2%포인트 손실을 봤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 경제분석국(BEA)의 공식 발표는 다르다. BEA는 연방정부 서비스 감소로 인한 성장 손실을 약 1%포인트로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셧다운 피해를 두 배로 부풀렸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대법원 "위법" 판결에도 관세 고수… 한국 수출 직격탄 우려


이번 연설에서 한국 경제계가 가장 주목해야 할 대목은 관세 관련 발언이다. 최근 미 대법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비상 권한에 근거해 주요 무역 파트너들에게 포괄적 관세를 부과한 행위를 위법으로 판결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유감스러운 판결"이라며 "검증된 대안 법률 조항을 통해 관세를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정면 돌파 의지를 밝혔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자동차·반도체 산업은 관세 장벽 지속 여부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미국 내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되는 관세의 특성상, 민주당 측이 지적한 '미국 가정의 연간 1700달러(243만 원) 추가 부담' 논리가 현실화될 경우, 국내 수출 기업들의 전방(前方) 수요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연설 직후 시장은 담담한 반응을 보였다. S&P 500 선물은 거의 움직이지 않았고, 비트코인은 연설 개시 전 이미 형성된 상승분으로 65400달러(9350만 원) 선에서 거래되며 2.9% 오른 상태를 유지했다.

"메디케어 지킨다"는 약속, CBO"10년 단축" 경고


노인 유권자를 의식한 발언도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보장제도와 메디케어를 반드시 보호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의회예산국(CBO)은 대통령의 예산안이 실행될 경우 오히려 메디케어 신탁기금의 수명이 10년 이상 단축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약속''현실'의 간극이 좁지 않다는 뜻이다.

대외 안보 분야에서는 이란을 정조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을 "세계 최고의 테러 지원국"으로 규정하며 핵무기 개발을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미국이 최근 중동 지역에 군사력을 대폭 증강한 가운데, 이란에 대한 군사 행동 가능성까지 열어둔 발언으로 해석돼 국제유가 변동성을 키울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지지율 36%·의석 4석 차… 절박해진 트럼프의 선거 계산


현재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율은 36%, 1년 전보다 12%포인트 떨어진 최저 수준이다. 반대 여론은 63%에 달한다. 공화당이 하원에서 불과 4석 차이로 과반 의석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연설은 지지율 반등을 통해 11월 의회 장악력을 지키려는 정치적 승부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반박에 나선 애비게일 스팬버거 버지니아 주지사는 "대통령의 무역 정책이 미국 가정에 부과된 직접세나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전직 CIA 요원 출신인 스팬버거 주지사는 민주당의 차세대 경제 대안 주자로 빠르게 주목받고 있다.

트럼프 국정연설, 한국 산업계에 던지는 과제들


이번 연설이 한국에 남긴 숙제는 간단하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법원의 위법 판결을 우회하는 대안 법률 조항을 본격 추진할 경우, 그 첫 번째 파장은 수출 현장에서 시작된다.

한국의 대미 수출을 이끄는 자동차와 반도체는 관세 부담에 가장 직접적으로 노출된 업종이다. 완성차 업체들은 미국 현지 생산 비중 확대 여부를 놓고 이미 셈법을 다시 짜고 있으며, 반도체 기업들 역시 대미 공급망 재편 압박을 동시에 받고 있다. 미국 가정의 소비 여력이 줄어든다면 전방 수요 위축으로 이어지는 구조여서, 관세 부담이 최종 소비자 단에서 현실화되는 시점이 국내 수출 기업에는 또 다른 변수가 될 수 있다.

에너지 분야에서는 역설적으로 기회의 창이 열릴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AI 데이터센터 운영 기업들에 전력 자급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정책 무게를 이동하면서, 전력 인프라·변압기·에너지저장장치(ESS) 등 관련 산업 전반의 수주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중공업·전력설비 기업들이 이미 미국 전력망 현대화 사업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만큼, 이 흐름을 어떻게 포착하느냐가 관건이다.

지정학적 변수도 빼놓을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 문제를 군사적 옵션까지 포함해 다루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만큼, 중동 정세의 불안정은 국제유가 변동성을 키우고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전반에 비용 부담으로 번질 수 있다. 조선·해운 업계는 유가 상승에 따른 운임 구조 변화를, 석유화학 업계는 원료비 상승 압력을 각각 점검해야 하는 시점이다.

이번 연설은 미국 내 정치 이벤트에 그치지 않는다. 관세 법안의 구체적 윤곽이 드러나는 시점, 그리고 중동 리스크가 유가에 반영되는 속도에 따라 한국 산업계의 대응 시나리오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정부와 기업 모두 '트럼프 변수'를 단기 이슈가 아닌 구조적 리스크로 받아들이고 전략을 재점검해야 할 때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