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감소와 사제 부족 대안으로 부상, 인공지능(AI)과 로봇 공학의 결합
전통적 가치 보존과 기술 윤리 사이의 균형점이 글로벌 종교계의 핵심 과제로 대두
전통적 가치 보존과 기술 윤리 사이의 균형점이 글로벌 종교계의 핵심 과제로 대두
이미지 확대보기일본 교토대학교 연구진이 인공지능(AI)을 탑재해 인간에게 영적 조언을 건네는 로봇 승려를 세상에 내놓으며 종교와 첨단 기술의 결합이라는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지난 25일(현지시각) 베트남 매체 단트리(Dan Tri)와 일본 교도통신(Kyodo)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교토대학교 연구진은 AI 모델을 적용한 휴머노이드 로봇 승려 '붓다로이드(Buddharoid)'를 공개하고 향후 실제 종교 의식 현장에 투입할 계획을 발표했다.
AI와 로봇 공학의 결합, 고민 상담하는 '붓다로이드’
교토대학교 산하 인간사회미래연구원의 구마가이 세이지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지난 24일(현지시각) 일본의 한 사찰에서 미디어 시연회를 열고 AI 로봇 승려를 선보였다.
이 로봇은 회색 승복을 입고 두 손을 모아 합장한 채 취재진 앞에서 걷거나 앉는 등 인간과 유사한 동작을 수행했다.
특히 시연 과정에서 "고민과 걱정이 너무 많다"는 현지 NHK 방송국 기자의 질문에 로봇은 낮고 부드러운 남성 목소리로 "불교는 자신의 생각에 맹목적으로 끌려가거나 모든 일에 무모하게 달려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가르친다"며 "마음을 진정시키고 생각 자체를 내려놓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라고 답해 눈길을 끌었다.
구마가이 교수팀은 오픈AI(OpenAI) 등 글로벌 AI 기업의 대규모언어모델(LLM)을 활용해 불교 교리를 학습시켰다. 이를 통해 로봇은 불교 경전에 기초한 답변을 내놓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인간 승려에게 털어놓기 어려워하는 민감하고 개인적인 질문에도 거부감 없이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인구 고령화 시대, 종교의식의 주체 변화 예고
교토대학교 측은 이번 로봇 개발이 단순한 기술 과시를 넘어 일본 사회가 직면한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은 현재 인구 감소와 급격한 고령화로 인해 사찰을 지킬 승려가 부족한 상황에 처해 있다.
연구진은 성명을 통해 "앞으로 인공지능 휴머노이드 로봇이 종교계에서 인간 승려를 도와 일부 종교의식을 대행하거나 지원하는 역할을 맡게 될 것"이라며 "이는 종교 문화의 패러다임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과거에도 AI를 사용하지 않은 설법 로봇 '민다르(Mindar)'가 등장한 바 있으며, 독일에서도 지난 2017년 5개 국어로 축복을 내리는 로봇이 공개되는 등 종교 현장의 로봇 도입 시도는 지속되어 왔다.
글로벌 종교계의 AI 도입 가속화와 ‘알고에틱스’의 부상
이러한 변화는 일본에만 국한되지 않고 전 세계 종교계의 공통된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지난해 6월 독일 뉘른베르크 개신교 대회에서는 챗GPT 기반의 AI 아바타가 수천 명의 신자 앞에서 설교와 찬송을 인도하며 예배의 디지털화를 시연했다.
인도에서는 힌두교 성전을 학습한 ‘기타 GPT’가 신자들의 윤리적 고민에 경전 구절을 인용해 맞춤형 해설을 제공하는 등 종교적 접근성을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가톨릭의 중심인 바티칸 역시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지난 2020년 마이크로소프트, IBM 등과 함께 ‘AI 윤리를 위한 로마 선언’을 발표하며 기술 개발이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알고에틱스(알고리즘 윤리)’ 개념을 정립했다.
관련 업계와 종교학계에서는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 전 세계적인 종교 인구 감소와 사제 부족 현상이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다만 기술적 완성도와 별개로, 데이터로 학습된 로봇의 조언이 인간 승려나 목회자가 주는 인격적 공감과 영적 진정성을 완벽히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래의 종교 지형은 첨단 기술을 배척하기보다, 기술을 종교적 가치 체계 안에서 어떻게 조화롭게 운용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풀이된다.
교토대학교 연구진 역시 이러한 논란을 의식하여 "종교적인 환경에서 이러한 도구를 적절하게 사용하는 방법과 관련해 윤리적인 논의를 지속해야 한다"는 입장을 함께 밝혔다.
기술적 완성도와 별개로 로봇이 종교적 권위를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향후 상용화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진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