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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휴머노이드 로봇, 독일 라이프치히 공장 상륙…유럽 자동차 생산 혁명 첫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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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휴머노이드 로봇, 독일 라이프치히 공장 상륙…유럽 자동차 생산 혁명 첫 신호탄

BMW 휴머노이드 로봇, 독일 공장 첫 배치…'피지컬 AI' 생산 혁명 시작됐다
美 스파르탄버그 10개월 실전서 X3 3만 대 지원 '합격점'…유럽으로 확산
현대차·토요타·BYD도 속도전…2027년 세계 누적 설치 10만 대 시대 온다
BMW그룹은 독일 라이프치히 공장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에이온(AEON)'을 활용한 파일럿 프로젝트 개시를 공식 발표했다. 사진=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BMW그룹은 독일 라이프치히 공장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에이온(AEON)'을 활용한 파일럿 프로젝트 개시를 공식 발표했다. 사진=제미나이3
휴머노이드 로봇이 독일 자동차 공장 생산라인에 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완성차 업계의 '피지컬 AI(Physical AI·AI 탑재 자율 로봇)' 경쟁이 실험실 문을 벗어나 이제는 실제 생산 현장의 한복판으로 파고들었다.

BMW그룹은 27일(현지시각) 독일 라이프치히 공장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에이온(AEON)'을 활용한 파일럿 프로젝트 개시를 공식 발표했다.

이는 BMW그룹이 미국 스파르탄버그 공장에서 10개월에 걸쳐 진행한 실전 검증의 성과를 발판 삼아 유럽으로 무대를 넓힌 것으로, 현대차·테슬라·BMW·메르세데스벤츠·도요타 등 완성차 빅5 모두가 올해부터 휴머노이드 로봇을 제조 현장에 투입해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속도전에 본격 돌입한 것과 맞닿아 있다.

숫자가 증명한 '실전 합격'—스파르탄버그 10개월의 기록


BMW그룹이 유럽 확장을 결정한 배경에는 스파르탄버그에서 쌓은 구체적 데이터가 자리한다. 피겨AI(Figure AI)의 휴머노이드 로봇 '피겨 02(Figure 02)'는 지난해 미국 스파르탄버그 공장 차체 라인에 처음 투입됐다.

이 로봇은 하루 10시간, 주 5일 체제로 약 1250시간을 멈추지 않고 가동하면서 BMW X3 3만 대 이상의 생산을 뒷받침했다. 용접 공정에 쓰이는 금속 판재 9만 개 이상을 밀리미터 단위의 정밀도로 집어 배치하는 동안 이동한 거리는 발걸음으로 환산해 약 120만 보에 달했다.

이 수치가 단순한 가동 기록에 그치지 않는 이유는 따로 있다. BMW그룹이 가장 주목한 것은 '전환 속도'였다. 실험실에서 익힌 동작 패턴을 실제 교대 근무 체계에 이식하는 데 예상보다 훨씬 짧은 시간이 걸렸다는 점이다.

로봇 한 대가 생산 라인에 녹아드는 데 걸리는 시간이 단축된다는 것은 향후 대규모 투입의 경제성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다.

BMW그룹의 생산 네트워크·공급망 관리 수석 부사장 미하엘 니콜라이데스(Michael Nikolaides)는 "스파르탄버그의 성공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통제된 실험실 조건만이 아니라 실제 자동차 생산 환경에서도 작동한다는 것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BMW그룹 생산 담당 이사회 멤버 밀란 네델리코비치(Milan Nedeljković)도 "엔지니어링 전문성과 인공지능의 결합이 생산 현장에서 완전히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고 강조했다.

파일럿 팀은 또 다른 교훈도 남겼다. 성공의 전제 조건이 '로봇의 성능'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생산 정보기술(IT) 인프라, 산업 안전, 공정 관리, 현장 물류 등 모든 부서를 초기 단계부터 함께 움직여야 한다는 것을 스파르탄버그가 실증했다.

BMW그룹은 표준 인터페이스를 통해 '피겨 02'를 자사의 스마트 로보틱스 생태계에 연동해 기존 자동화 장비와의 충돌 없는 공존 체계를 만들어냈다. BMW그룹과 피겨AI는 현재 차세대 모델인 '피겨 03(Figure 03)'의 추가 활용 방안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라이프치히에 '피지컬 AI 역량 센터' 신설…배터리 조립 라인이 첫 무대


독일 무대의 주역은 헥사곤 로보틱스(Hexagon Robotics)의 휴머노이드 로봇 에이온이다. 스위스 취리히에 자리한 헥사곤 로보틱스는 센서 기술·소프트웨어 분야에서 BMW그룹과 오랫동안 협력해온 헥사곤(Hexagon)의 로봇 전문 부문이다.

에이온은 지난해 6월 처음 공개됐으며, 사람과 유사한 체형 덕분에 다양한 그리퍼나 스캐닝 도구를 자유롭게 장착할 수 있고, 바퀴 방식으로 이동해 생산 구역 사이를 빠르게 오갈 수 있도록 설계됐다.

라이프치히 현장에서는 지난해 12월 첫 시험 가동을 마쳤다. 오는 4월 2차 시험을 거친 뒤 오는 여름 본격 파일럿 단계에 들어가며, 고전압 배터리 조립과 외장 부품 생산 라인에 우선 투입된다.

전기차의 심장인 고전압 배터리 조립은 정밀도와 반복성이 동시에 요구되는 공정으로, 휴머노이드 로봇의 특성과 맞닿는 영역이다.

BMW그룹은 이와 함께 '생산 분야 피지컬 AI 역량 센터(Center of Competence for Physical AI in Production)'를 새로 세웠다.

인공지능·로봇 관련 전문성을 한곳에 모아 전사 차원에서 쓸 수 있도록 하는 조직이다. 역량 센터를 이끄는 펠릭스 해켈(Felix Haeckel)은 "뮌헨에 위치한 팀이 자체 로봇 연구를 진행하면서 각 공장 파일럿 프로젝트를 설계하고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완성차 빅5의 로봇 전쟁…中은 이미 연간 20만 대 생산 체제로


BMW의 라이프치히 파일럿은 더 넓은 지각 변동의 일부다. 토요타 캐나다 제조법인(TMMC)은 이달 19일(현지시각) 어질리티 로보틱스(Agility Robotics)의 휴머노이드 로봇 '디짓(Digit)' 7대를 온타리오주 우드스톡 공장 RAV4 생산 라인에 실전 배치하며 로봇 서비스형(RaaS·Robots-as-a-Service) 계약을 체결했다.

G-News 메르세데스벤츠는 미국 스타트업 앱트로닉(Apptronik)과 협력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폴로(Apollo)'를 베를린과 헝가리 공장에 각각 배치해 시험 운용하고 있다.

시장의 변화 속도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시장 조사 기관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에 설치된 휴머노이드 로봇은 약 1만6000대이며, 이 중 중국이 80% 이상을 차지했다.

카운터포인트는 오는 2027년까지 누적 설치 대수가 10만 대를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Robotics & Automation News 비용도 가파르게 내려가고 있다. 골드만삭스(Goldman Sachs)는 휴머노이드 로봇 생산 비용이 전년 대비 40% 줄었다고 보고했는데, 이는 당초 예상치인 15~20%를 두 배 이상 웃도는 속도다.

중국의 공세는 특히 거세다. 노무라증권은 2026년 중국의 휴머노이드 및 사족보행 로봇 산업이 양산 속도 면에서 테슬라를 앞설 것으로 내다봤으며, 6개 주요 기업의 합산 출하량이 11만~20만 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Kicchina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는 2050년께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이 글로벌 자동차 산업 규모인 4조 달러(약 5770조 원)를 넘어선 5조 달러(약 7210조 원)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오는 여름 라이프치히 본격 파일럿, 피겨 03 추가 투입 검토, 역량 센터의 전사 확산 이 세 가지 과제가 동시에 맞물리는 시점에서 BMW그룹이 '피지컬 AI' 선도 기업 자리를 굳힐 수 있을지 주목된다. 완성차 공장 안 로봇의 숫자는 이제 기업 경쟁력을 가늠하는 지표 그 자체가 되어가고 있다.


서진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