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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스마트폰 전쟁] 메모리값 90% 폭등에도 가격표 그대로…샤오미 '17 울트라'의 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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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스마트폰 전쟁] 메모리값 90% 폭등에도 가격표 그대로…샤오미 '17 울트라'의 도발

부품 원가 폭등에 업계 전체가 줄인상 채비…샤오미만 역주행, 삼성·애플 아성에 정면 도전
샤오미가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1년 새 90% 가까이 폭등하는 초유의 상황에서도 차기 플래그십 '샤오미 17' 시리즈 가격을 전작과 동일하게 묶어두며 삼성전자·애플이 독점해온 프리미엄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샤오미가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1년 새 90% 가까이 폭등하는 초유의 상황에서도 차기 플래그십 '샤오미 17' 시리즈 가격을 전작과 동일하게 묶어두며 삼성전자·애플이 독점해온 프리미엄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미지=제미나이3
부품값이 치솟는데 완제품 가격은 묶어두는 '가격 역설'2026년 스마트폰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그 중심에 중국 가전 공룡 샤오미가 있다. 샤오미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1년 새 90% 가까이 폭등하는 초유의 상황에서도 차기 플래그십 '샤오미 17' 시리즈 가격을 전작과 동일하게 묶어두며 삼성전자·애플이 독점해온 프리미엄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 전략이 성공할 경우, 삼성 갤럭시의 유럽·아시아 중간 프리미엄 시장 점유율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바르셀로나 무대에 올린 '가격 동결' 선언


CNBC가 지난달 28(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샤오미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26'에서 신제품 '샤오미 17''샤오미 17 울트라'를 전 세계 시장에 공개했다. 출고가는 기본형 999유로(170만 원), 최상위 사양인 울트라 모델이 1499유로(256만 원)로 전작과 동일하다.

같은 날 발표된 가격표치고는 배경이 예사롭지 않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 리서치는 올해 1분기에만 D·낸드플래시 등 모바일용 메모리 가격이 80~90% 급등했다고 집계했다. AI 데이터센터 수요가 반도체 공급 물량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면서,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확보할 수 있는 부품 재고가 크게 줄어든 탓이다.

가트너는 지난 2월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원가 압력으로 올해 전 세계 스마트폰 평균 판매 가격이 13%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IDC 역시 부품 수급 불안에 따른 가격 인상 압박이 소비 심리를 위축시켜 올해 스마트폰 시장 규모가 전년 대비 12.9% 쪼그라들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 전체가 줄인상을 준비하는 흐름 속에서 샤오미의 가격 동결은 단순한 마케팅 수를 넘어, '가성비 브랜드'라는 꼬리표를 끊어내겠다는 선전포고로 읽힌다.

구조적 취약점…중저가 라인업이 발목 잡을 수도


그러나 월가와 애널리스트들의 시선은 냉정하다. 샤오미는 판매 대수 기준 세계 3위 스마트폰 제조사이지만, 전체 출하량의 상당 부분은 중저가 브랜드 '레드미(Redmi)' 시리즈가 채우고 있다. 고마진 프리미엄 제품으로 원가 상승을 흡수할 수 있는 삼성전자·애플과 체력 자체가 다르다.

프란시스코 제로니모 IDC 부사장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애플·삼성은 프리미엄 제품 이익으로 하위 제품군의 낮은 마진을 상쇄하는 구조이지만, 샤오미는 아직 고가 시장 비중이 낮아 그 공식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면서 "올해는 샤오미에 더 혹독한 해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CCS 인사이트의 벤 우드 수석분석가는 플래그십 가격을 동결하는 대신, 판매량이 집중된 중저가 라인업에서 가격을 올려 손실분을 메울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샤오미 경영진은 이미 지난해 11, 반도체 가격 상승 영향으로 올해 전반적인 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예고했다.

전기차가 꺼낸 '구원 카드'…실적 방어선 구축


스마트폰 사업이 원가 폭등이라는 암초에 걸린 사이, 샤오미를 밑에서 떠받치는 새로운 성장 엔진이 부상했다. 바로 전기차(EV) 사업이다.

샤오미가 공시한 지난해 3분기 실적을 보면 이 같은 사업 구조 전환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같은 기간 스마트폰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 감소했지만, 중국 내수를 기반으로 전개 중인 전기차 사업 매출은 무려 200%에 육박하는 성장세를 기록했다. 전기차 부문이 이미 전체 매출의 약 4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커졌다.

증권가에서는 메모리 반도체 수급난이 장기화할 경우, 전기차 부문의 폭발적 성장이 스마트폰 사업 손실을 어느 수준까지 상쇄하느냐가 올해 샤오미 실적의 향방을 가를 핵심 변수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번 '샤오미 17' 시리즈의 가격 동결은 브랜드 격을 끌어올리기 위한 승부수인 동시에, 전기차 사업 수익을 실탄 삼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을 사수하겠다는 '전략적 출혈 경쟁'의 서막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의 판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삼성 갤럭시, 중간 프리미엄 시장에서 샤오미 공세 정면으로 맞을 수도


한편 샤오미 17 시리즈의 가격 동결 전략은 삼성전자 갤럭시 사업부에 상당한 압박 요인이 될 수 있다. IDC2026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유럽 시장에서 800~1500유로대(136~256만 원)의 이른바 '중간 프리미엄' 구간은 삼성 갤럭시 S25 시리즈가 집중 공략하는 핵심 가격대다.

샤오미가 999유로(갤럭시 S25 기본형과 유사 구간)~1499유로 라인업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최신 AI 기능과 향상된 카메라 사양을 무기로 내세울 경우, 가격 메리트가 줄어드는 삼성 입장에서는 판매량 유지에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된다. IDC20262월 발표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메모리 부족 사태로 인해 전년 대비 약 12.9% 감소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간 프리미엄 구간에서 삼성은 브랜드 인지도를 무기로 시장을 방어하고 있으나, 샤오미가 동일 가격대에 더 높은 하드웨어 사양(RAM, 카메라 등)을 제공함에 따라 '가성비' 측면에서 상당한 압박을 받을 수 있다.


박정한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