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렌·OSGE, GE 베르노바 히타치와 BWRX-300 표준 설계 계약 1억 달러 체결…2028년 착공
'도면 하나로 복수 부지 찍어내기'…표준화 반복 건설이 유럽 SMR 주도권 가르는 변수
두산에너빌리티 창원 SMR 공장 8068억 원 투자…유럽 공급망 참여 여부 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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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에너빌리티 창원 SMR 공장 8068억 원 투자…유럽 공급망 참여 여부 기로
이미지 확대보기폴란드 경제 전문 매체 포르살이 지난달 28일(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폴란드 에너지부와 국영 에너지기업 올렌(Orlen) 산하 합작법인 올렌 신토스 그린 에너지(OSGE)는 대표단을 이끌고 직접 미국을 방문해 이 계약에 서명했다.
설계 완료 목표는 내년이며, 1호기 건설지인 브워츠와베크에서는 2028년 토목 공사를 시작해 2030년대 초 전력망에 붙는다는 계획이다. 이는 폴란드가 별도로 추진 중인 대형 원전 루비아토보-코팔리노(EJ Lubiatowo-Kopalino) 1호기의 가동 예정 시점인 2036년보다 최소 4~5년 앞서는 일정이다.
'도면 하나로 유럽을 찍어낸다'…1억 달러 계약의 진짜 의미
이번 계약의 핵심은 단순한 원자로 설계 의뢰가 아니다. GE 베르노바 히타치와 맺은 표준 설계(Standard Design) 개발 계약은, 완성된 도면 하나를 두 번째·세 번째 부지에 그대로 찍어내도 되는 반복 건설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선언이다.
개별 부지마다 처음부터 설계를 새로 그리는 경쟁국들과 달리, 폴란드는 조립 라인 방식으로 속도전을 펼치겠다는 계산이다.
올렌의 중장기 전략인 '에너지 미래는 오늘부터'에는 2035년까지 SMR 2기, 합산 출력 0.6기가와트(GW) 가동 목표가 명시돼 있다. 1호기는 브워츠와베크에 300메가와트(MWe) 출력으로 짓는다.
브워츠와베크는 올렌 산하 화학기업 안빌(Anwil)의 대형 생산 단지가 자리한 전략 거점이다. 올렌이 직접 산업 수요처 인근에 SMR을 배치함으로써 전력과 열을 동시에 공급하는 구조를 실현하려는 것이다.
보이치에흐 브로흐나(Wojciech Wrochna) 폴란드 에너지부 차관은 계약 서명 자리에서 "표준 설계는 원자로 다수 건설의 토대"라며 "규격화가 단위 건설비를 낮추고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폴란드 기업의 첨단 기술 프로젝트 참여 역량을 키울 기회"라고 밝혔다.
GE 베르노바 히타치의 제이슨 쿠퍼(Jason Cooper) 최고경영자(CEO) 역시 "OSGE의 투자는 폴란드 원자력 에너지의 미래에 획을 긋는 사건"이라며 "BWRX-300 표준 설계 개발이 폴란드 내 도입을 앞당길 것"이라고 화답했다.
BWRX-300은 미국이 1955년부터 개발해온 비등수형 원자로(BWR) 계열의 신형 모델이다. 모태인 ESBWR(출력 1520메가와트급)을 30년에 걸쳐 소형·모듈화한 것으로, 전 세계에서 같은 계열 구형 원자로 67기가 현재 가동 중이다.
완전한 신기술이 아닌 검증된 기술의 진화형이라는 점이 폴란드가 이 노형을 고른 핵심 이유다. 세계 첫 번째 BWRX-300은 캐나다 달링턴(Darlington)에서 건설 중이며 2030년께 가동 예정이다.
OSGE는 올렌과 폴란드 화학그룹 신토스(Synthos) 오너 미하우 소우오보프가 각 50% 지분으로 2021년 세운 법인이다. 설립 당시 내걸었던 SMR 70기 건설 목표는 현재 2기로 압축됐지만, 표준 설계가 완성되는 순간 후속 부지인 스타비 모노프스케, 오스트로웬카 등으로 확장 속도가 붙는 구조다.
창원 SMR 공장 8068억 원…두산에너빌리티, 유럽 공급망 참여 가르는 변수
폴란드발 SMR 레이스는 한국 제조 현장도 빠르게 끌어당기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올해 3월부터 2031년 6월까지 경남 창원 공장부지에 총 8068억 원을 쏟아부어 SMR 전용 생산라인을 구축한다. 완공되면 연간 20기를 제작할 수 있는 규모다.
증권 업계에서는 올해 두산에너빌리티 수주금액은 원자력 5조8000억 원, 가스발전 5조3000억 원 등 총 14조3000억 원에 이를 것이라며 폴란드향 AP1000 원자로 용기·증기발생기, 테라파워(TerraPower)의 나트륨 SMR 주요 기자재 등 해외 원전 기업향 수주 확대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이번 BWRX-300 사업의 핵심 파트너가 GE 베르노바 히타치라는 점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웨스팅하우스(Westinghouse), 뉴스케일(NuScale), 엑스에너지(X-Energy) 등과 협력 체계를 갖췄지만, BWRX-300 유럽 공급망에서의 지위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GE 베르노바 히타치가 원자로 기자재 제작을 위해 두산에너빌리티 같은 대형 단조·용접 역량을 보유한 업체와 협력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럽 SMR 시장의 또 다른 변수는 영국이다. 롤스로이스(Rolls-Royce)가 영국 정부로부터 SMR 개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2035년 상용화를 목표로 25억 파운드(약 4조 8700억 원)의 정부 지원을 확보했다.
GE 베르노바 히타치의 BWRX-300, 롤스로이스 자체 SMR, 한국의 혁신형 SMR(i-SMR)이 유럽 시장에서 삼파전을 벌이는 구도다.
유럽 SMR 레이스의 이면…FOAK 리스크와 규제 장벽
폴란드 시나리오가 예정대로 흘러갈지는 미지수다. 캐나다 달링턴의 BWRX-300 1호기가 2030년께 가동 예정인데, 폴란드의 착공 목표(2028년)는 이 실적이 확인되기 전에 첫 삽을 떠야 한다는 뜻이다.
SMR 업계가 공통적으로 지목하는 '최초 프로젝트(FOAK·First-Of-A-Kind) 리스크'가 고스란히 얹혀 있는 셈이다. 여기에 폴란드 원자력안전청(PAA)의 인허가 절차도 아직 남아 있다.
한국 역시 비슷한 시간표를 달린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올해 'SMR 규제체계 구축 로드맵'을 발표하고 원자력안전법 개정을 추진한다.
정부 목표는 2028년 설계 완료, 2030년 허가 취득, 2035년 상업 운전이다. 정부는 SMR 상용화 지원을 위해 1000억 원 이상의 재정을 투입하고, 1000억 원 규모의 원전산업성장펀드를 통해 시장 진출 기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증권 업계는 한미 간 원자력 부문 협력이 이뤄지면 미국을 포함한 대형 원전 및 SMR 수주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전망 했다.
폴란드가 1억 달러짜리 도면에 서명하며 뗀 첫걸음이 유럽 에너지 지도를 새로 그리는 기점이 될지, 또 하나의 지연된 청사진으로 남을지는 창원 SMR 공장의 연기가 피어오를 2028년을 전후해 가닥이 잡힐 전망이다.
서진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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