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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보다 배터리가 숙제"… 가사 로봇 상용화 가로막는 '에너지 장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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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보다 배터리가 숙제"… 가사 로봇 상용화 가로막는 '에너지 장벽'

초지능 장착해도 가동 2시간뿐… '에너지 밀도' 혁신 없인 집사 로봇 요원
한·중·일 배터리 거물들, 로봇용 전고체·나트륨 전지 주도권 다툼 치열
배터리 용량의 한계가 가사 로봇 상용화의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배터리 용량의 한계가 가사 로봇 상용화의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베트남 과학기술 전문지 비엔익스프레스(VnExpress)는 16일(현지 시각) 보도를 통해 인공지능(AI)의 급격한 발전에도 배터리 용량의 한계가 가사 로봇 상용화의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로봇이 인간과 유사한 지능을 갖추더라도 물리적 구동에 필요한 에너지 효율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일상적인 가사 도우미 역할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리적 구동의 한계…"AI는 천재인데 체력은 초등학생"


인공지능 기술의 진화로 로봇은 이제 세탁물을 분류하고 요리를 돕는 등 복잡한 인지 능력을 갖추게 됐다.

그러나 비엔익스프레스와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 등의 분석에 따르면, 현재 시판 중인 최첨단 로봇들의 가동 시간은 평균 1~2시간에 불과하며 이를 재충전하는 데 다시 2시간 안팎이 걸린다.

가장 큰 원인은 '물리적 에너지 소비'에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 '스팟(Spot)'은 약 90분, 최근 시장 공략에 나선 인간형 로봇들도 1시간 30분에서 4시간 수준의 가동 시간을 넘기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로봇의 '뇌'에 해당하는 컴퓨터 연산보다 팔과 다리를 움직이는 모터·센서 구동에 훨씬 더 많은 전력이 소모된다고 분석한다.

배터리 용량을 늘리기 위해 크기를 키우면 로봇의 무게가 무거워져 이동에 더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하는 '질량의 역설'에 직면하게 된다.

리튬이온 전지의 한계와 차세대 '게임 체인저'의 등장


현재 대부분의 로봇은 스마트폰이나 전기차에 쓰이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한다.
그러나 유파인 배터리가 지난 1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리튬이온 방식은 에너지 밀도 개선 속도가 느려 로봇이 하루 종일 가사 노동을 전담하기에는 무게와 부피 면에서 한계가 명확하다.

이에 따라 글로벌 배터리 시장의 주도권을 쥔 동아시아 기업들의 기술 경쟁이 로봇 분야로 옮겨가고 있다.

삼성SDI는 현재 상용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약 40% 높은 리튬당 900와트시(Wh/L) 수준의 전고체 배터리 샘플을 선보였으며, 일본 토요타와 파나소닉은 2027년을 전후해 가동 시간을 20% 이상 늘리고 10분 이내 급속 충전이 가능한 전고체 전지 상용화를 목표로 삼고 있다.

중국의 CATL은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15분 만에 80% 충전이 가능한 나트륨이온 배터리 보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가계 부담 키우는 '배터리 수명'…경제성 확보가 관건


배터리의 성능 저하와 교체 비용도 가사 로봇 보급의 주요 변수로 꼽힌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충·방전 횟수가 반복될수록 용량이 줄어드는 노화 현상이 발생하며, 특히 로봇의 높은 전력 소모를 감당하기 위한 급속 충전은 이 과정을 앞당긴다.

스마트폰보다 수십 배 큰 로봇용 고성능 배터리 팩의 교체 비용은 소비자에게 상당한 경제적 부담을 줄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로봇 본체 가격 외에도 주기적인 배터리 교체 비용이라는 '숨겨진 유지비'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가사 로봇은 대중적인 가전제품이 아닌 고가의 사치품에 머무를 것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미래의 '1가구 1로봇' 시대는 소프트웨어의 지능지수(IQ)보다 하드웨어의 에너지 효율과 내구성을 결정짓는 배터리 화학 기술의 혁신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