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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쇼크' 덮친 미국, 연준의 정책 전환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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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쇼크' 덮친 미국, 연준의 정책 전환 불가피

2월 일자리 9만2000개 증발, 실업률 4.4% '비상'… 전쟁發 고물가에 스태그플레이션 공포 확산
보건·제조업 전방위 침체 신호, 월가 "3월 '빅컷' 단행 가능성 80% 상회" 분석
미국은 2월 일자리가 9만 2000개나 감소하여 연방준비제도의 통화 정책 기조가 급격한 피벗(정책 전환)을 요구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미국은 2월 일자리가 9만 2000개나 감소하여 연방준비제도의 통화 정책 기조가 급격한 피벗(정책 전환)을 요구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 고용 시장의 견고함이 한순간에 무너져 내리면서 글로벌 경제가 거대한 하방 압력에 직면했다.

지난달 미국 내 비농업 부문의 일자리가 예상과 달리 큰 폭으로 줄어들며, 그동안 인플레이션 억제에 집중해 온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 정책 기조가 급격한 '피벗(정책 전환)'을 요구받는 상황이다.

미국 공영라디오 NPR은 지난 6일(현지시각) 미 노동부 발표를 인용해 2월 일자리가 9만2000개나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고용 안정과 물가 억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던 정책 당국의 계산을 완전히 뒤흔드는 수치다.

뿌리째 흔들리는 고용 지표, '골디락스' 꿈 깨졌다


미 노동부가 발표한 2월 고용 보고서는 단순히 한 달의 부진을 넘어선 '추세적 하락'을 보여준다. 당초 견조한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던 시장의 전망치는 완전히 빗나갔다.

실업률은 4.4%까지 치솟으며 고용 시장의 온기가 급격히 식었음을 증명했다. 특히 지난해 연말부터 시작된 고용 악화가 통계 수정을 통해 뒤늦게 확인된 점이 뼈아프다.

지난해 12월 수치는 당초 발표와 달리 1만7000개 감소로 확정됐으며, 지난달 수치 역시 대폭 하향 조정됐다.

산업 전반의 지표도 처참하다. 제조업과 건설업은 물론, 그간 고용의 '방어벽' 역할을 했던 보건·의료 분야에서만 지난달 2만8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간호사 파업이라는 특수 상황이 반영됐으나, 이를 제외하더라도 민간 고용의 체력이 급격히 소진됐다는 것이 시장의 중론이다.

국내 증권가 관계자는 "미국의 고용 쇼크는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이는 한국의 대미 수출 전선에도 상당한 악재가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전쟁이 불러온 에너지 광풍, '스태그플레이션' 족쇄 채우나


고용은 얼어붙는데 물가는 다시 뛰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가시화되고 있다. 이란 전쟁의 화염이 에너지 시장을 강타하며 가계의 가처분 소득을 갉아먹고 있어서다.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하루 새 7센트 급등한 갤런당 3.32달러(약 4900원)를 기록했다. 1년 전보다 21센트나 비싼 가격이다.

이러한 에너지 비용 상승은 임금 상승률(3.8%)을 무력화할 정도로 위협적이다. 고용 부진에도 불구하고 공급망 훼손과 전쟁 여파로 물가가 잡히지 않는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월가에서는 연준이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내려야 하는 상황임에도, 고공행진 중인 유가 때문에 선뜻 '빅컷(0.5%p 인하)' 버튼을 누르기 어려울 것이라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연준의 막다른 골목, 한국은행 금리 결정에도 '초비상’


이제 시장의 시선은 연준의 입에 쏠리고 있다. NPR 경제 전문기자 스콧 호슬리(Scott Horsley)는 "이번 보고서로 인해 연준의 금리 인하 계산법이 매우 복잡해졌다"고 지적했다.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는 연준이 고용 시장의 붕괴를 막기 위해 오는 3월 회의에서 전격적인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이는 한국 경제에 '양날의 검'이다. 미국의 금리 인하로 한미 금리차가 좁혀지면 원·달러 환율 안정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동시에 미국 경기 침체에 따른 수출 부진이라는 직격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미국의 고용 쇼크는 글로벌 자본 시장의 유동성 재편을 알리는 서막이다.

우리 정부와 통화 당국 역시 미국의 급격한 정책 선회에 대비해 외환 시장의 변동성을 면밀히 점검하고 선제적인 대응 시나리오를 마련해야 할 때다.


서진욱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