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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루미늄發 공급망 쇼크, ‘아시아 금속왕’을 탄생시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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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루미늄發 공급망 쇼크, ‘아시아 금속왕’을 탄생시키다

차세대 모빌리티·그린 에너지 패권 장악한 중국 홍교그룹의 독주
자원 수직계열화가 일궈낸 480억 달러의 부…韓 제조업 원가 부담 비상
알루미늄 시장이 단순한 원자재를 넘어 국가 경쟁력의 핵심 지표로 부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알루미늄 시장이 단순한 원자재를 넘어 국가 경쟁력의 핵심 지표로 부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글로벌 공급망이 자국 우선주의와 지정학적 위기로 소용돌이치는 가운데, 산업의 쌀로 불리는 알루미늄 시장이 단순한 원자재를 넘어 국가 경쟁력의 핵심 지표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신재생 에너지 전환 가속화로 알루미늄 수요가 폭발하면서, 공급망 최상단을 선점한 특정 기업이 막대한 부를 독식하는 구조가 심화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의 10일(현지시각) 보도와 국내외 원자재 시장 지표를 종합 분석하여 알루미늄 가격 급등이 글로벌 산업 지형에 미치는 파급력을 정밀 진단했다.

보크사이트부터 제련까지…‘원자재 수직계열화’가 만든 63조 원의 부


세계 최대 민간 알루미늄 생산 기업인 중국 홍교그룹(China Hongqiao Group)의 장보(Zhang Bo) 회장이 아시아 금속 산업의 새로운 패권자로 등극했다.

장 회장의 자산은 최근 1년 사이 110% 폭등하며 약 480억 달러(한화 약 70조4900억 원)에 이르렀다. 이는 단순한 자산 증식을 넘어, 홍교그룹이 구축한 ‘저비용 생산 요새’의 위력을 증명하는 수치다.

홍교그룹의 주가는 장 회장이 경영권을 승계한 2019년 이후 무려 585% 수직 상승했다. 이러한 성장의 이면에는 10년 전부터 치밀하게 준비해 온 원자재 공급망 확보 전략이 자리 잡고 있다.

홍교그룹은 알루미늄의 기초 원료인 보크사이트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지난 2014년 기니 광산 개발에 직접 뛰어들었다.

인도네시아의 수출 금지와 기니의 정정 불안으로 경쟁사들이 수급난에 허덕일 때, 홍교그룹은 자체 확보한 광산과 전용 항구, 그리고 저렴한 자가 발전소를 연결하는 독보적인 수직계열화 시스템을 가동하며 세계에서 가장 낮은 원가 구조를 완성했다.

홍교그룹의 지배력은 중국 내 기술 생태계와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현재 이 기업은 화웨이(Huawei), 샤오미(Xiaomi), BYD 등 중국을 대표하는 빅테크와 전기차 기업들에 핵심 소재를 독점적으로 공급하며 탄탄한 ‘수요-공급’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다.

중동 분쟁이 쏘아 올린 가격 폭등…공급 공백 노리는 ‘중국산 알루미늄’


최근 알루미늄 시장의 변동성을 키우는 결정적 요인은 지정학적 리스크다. 이란을 포함한 중동 지역은 전 세계 일차 알루미늄 공급의 약 9%를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전면전 위기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물류가 사실상 차단되면서 글로벌 공급망은 급격한 하방 압력을 받고 있다.

원자재 시장 관계자들은 이러한 공급 공백이 홍교그룹과 같은 중국 생산 기업들에 강력한 추진력(모멘텀)이 될 것으로 정조준하고 있다. 실제로 알루미늄 가격은 지난 9일 약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연간 상승 폭은 25%를 상회하고 있다.

런던금속거래소(LME)의 알루미늄 평균 가격 역시 t(톤)당 2400달러에서 2500달러 선을 웃돌 것으로 전망되어, 제조업계의 원가 절감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韓 제조업 ‘알루미늄 인플레이션’ 정면충돌…재활용 기술로 돌파구 찾아야


글로벌 가격 폭등의 파고는 원자재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관세청의 최신 무역 통계를 분석한 결과, 한국의 알루미늄 연간 수입액은 약 83억 달러(약 12조1800억 원) 규모에 육박한다. 특히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 여파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러시아산 비중이 30%를 넘어서는 등 공급망의 질적 취약성이 노출된 상태다.

가장 시급한 분야는 자동차 산업이다. 전기차 한 대에 들어가는 알루미늄 양은 약 292kg으로, 기존 내연기관차보다 50% 이상 많다. 배터리 케이스부터 차체 경량화 소재까지 알루미늄의 쓰임새가 급증하면서 국내 완성차 및 부품사들의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

업계 내부 소식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기업들은 유럽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시행에 대비해 탄소 배출이 적은 ‘그린 알루미늄’과 ‘재생 알루미늄’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국내 한 대형 비철금속 업체 관계자는 "단순 수입으로는 더 이상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며 "폐알루미늄을 고순도로 정제하는 재활용 공정 기술을 고도화하여 수입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2026년 이후 생존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너지 전환 시대의 패권 다툼…탄소 중립이 가른 승부수


장보 회장의 또 다른 승부수는 ‘탈탄소’다. 그는 홍교그룹의 주요 생산 거점을 수력 발전이 풍부한 윈난성으로 대거 이전하며, 중국 정부의 탄소 중립 정책에 선제적으로 대응했다.

이는 환경 규제가 강화되는 글로벌 시장에서 홍교그룹의 제품이 가격뿐만 아니라 ‘친환경 인증’까지 선점하는 효과를 낳았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 둔화와 무역 장벽은 여전한 걸림돌이다. 알루미늄은 건설, 포장, 가전 등 전 산업 분야에 쓰이는 금속인 만큼 전 세계적인 소비 침체는 홍교그룹에도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특히 미국과 유럽의 대중국 관세 장벽이 높아질 경우, 아무리 낮은 원가 구조를 가졌더라도 시장 진입에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전 세계 알루미늄 생산량이 연간 7300만 t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장보 회장의 경영 판단은 이제 일개 기업의 문제를 넘어 전 세계 제조업의 비용 구조를 뒤흔드는 변수가 되었다.

자원 민족주의와 에너지 전환이 맞물린 현재의 금속 전쟁터에서, 한국 역시 단순 수입국을 넘어선 전략적 자원 확보와 재활용 생태계 구축이 절실한 시점이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