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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봉쇄가 불러온 아시아의 비명: 전 세계를 덮친 에너지 대란과 인플레이션의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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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봉쇄가 불러온 아시아의 비명: 전 세계를 덮친 에너지 대란과 인플레이션의 공포

인도 식당의 가스 중단부터 동남아의 연료 배급제까지... 전쟁 3주 만에 마비된 아시아 에너지 공급망
브렌트유 100달러 돌파와 항공유 사상 최고가 기록... 글로벌 경기 침체를 예고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의 전조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한 에너지 대란의 불길이 한국 석유화학 산업의 심장부까지 덮쳤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인한 에너지 대란의 불길이 한국 석유화학 산업의 심장부까지 덮쳤다. 사진=로이터
중동 걸프만의 전쟁이 3주째로 접어들면서 아시아 전역이 유례없는 에너지 비상사태에 직면했다.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이 사실상 중단되면서 원유뿐만 아니라 가스, 비료, 반도체 생산용 헬륨에 이르기까지 필수 원자재의 흐름이 막혔다. 이는 단순히 한 지역의 수급 문제를 넘어 전 세계적인 물가 상승과 경기 침체를 야기하는 글로벌 위기로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미 글로벌 경제 매체인 블룸버그가 3월 16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인도의 산업용 용광로에서 동남아시아의 벼농사 현장에 이르기까지 수십억 명의 사람들이 가스 중단과 연료 배급제라는 가혹한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특히 인도 남부 코임바토르의 식당가에서는 가스 부족으로 인해 수개월 전 예약된 결혼식 메뉴를 축소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으며, 이는 아시아가 이번 에너지 위기의 가장 최전선에 서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다.

전 세계 공급망의 급소인 호르무즈 해협과 아시아의 취약성


전 세계 석유 생산량의 5분의 1이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은 아시아 시장으로 향하는 액화석유가스(LPG)의 핵심 통로다. 인도는 LPG 수입량의 90%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어, 해협 봉쇄는 즉각적인 에너지 대란으로 이어진다. 미국산 대체 재료를 들여오려면 최소 40일이 소요되고 비용 또한 훨씬 높기 때문에 아시아 국가들은 당장 대안을 찾지 못한 채 가스 암시장 가격이 평소의 3배까지 치솟는 혼란을 겪고 있다.

사상 최대의 공급 중단 사태와 국제 유가의 고공행진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번 전쟁을 세계 석유 시장 역사상 가장 큰 공급 중단 사태로 규정했다. IEA 회원국들이 가격 폭등을 막기 위해 4억 배럴의 비축유를 방출하기로 합의했음에도 불구하고,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100달러를 상회하며 마감되었다. 항공유 가격 역시 톤당 1,640달러를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해 항공료 인상과 물류비용 상승이라는 연쇄 파동을 일으키고 있다.

전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시나리오


이번 위기는 코로나19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간신히 회복세를 보이던 세계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유가가 현재 수준으로 두 달간 유지될 경우 성장이 둔화될 것이며, 만약 배럴당 140달러까지 치솟는다면 세계 곳곳이 경기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는 물가는 오르고 성장은 멈추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초래하여, 금리 인하를 검토하던 각국 중앙은행들의 통화 정책을 극도로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에너지 안보와 정치적 리스크의 결합


에너지 가격 폭등은 각국 정부에 심각한 정치적 리스크를 안겨주고 있다.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은 전쟁 시작 후 갤런당 70센트 이상 올랐으며, 이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행정부에게 커다란 부담이 되고 있다. 브라질의 룰라 대통령과 인도네시아 정부 역시 보조금 지급과 세금 감면을 통해 민심을 달래려 하고 있으나, 막대한 국가 부채와 통화 가치 하락 속에서 재정적 여유가 바닥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교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iji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