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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 비상, ‘트랜스포머’ 시대가 끝난다… 엔비디아·구글이 제품도 없는 ‘이네퍼블’에 1.4조 올인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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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K 비상, ‘트랜스포머’ 시대가 끝난다… 엔비디아·구글이 제품도 없는 ‘이네퍼블’에 1.4조 올인한 이유

알파고의 아버지 데이비드 실버의 귀환, 텍스트를 넘어 스스로 학습하는 월드 모델 시대로
GPU와 HBM 의존도 낮추는 새 아키텍처 예고… 반도체 질서 재편하는 실리콘밸리의 선제적 베팅
일리야 수츠케버 오픈AI 공동 창업자.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일리야 수츠케버 오픈AI 공동 창업자. 사진=로이터
실리콘밸리에서 전례 없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네퍼블 인텔리전스(Ineffable Intelligence)’라는 신생 기업이 세쿼이아 캐피털, 엔비디아, 구글 등으로부터 약 10억 달러(한화 약 1.4조 원)의 자금을 유치했다. 놀라운 점은 이 기업이 공개된 제품도, 구체적인 사업 로드맵도 없다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전 세계 빅테크가 줄을 서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단순한 투자를 넘어 AI 산업의 ‘설계도’ 자체가 바뀌고 있음을 암시한다.

알파고의 아버지가 딥마인드를 떠난 이유... 실리콘밸리 투자 공식의 파괴


미국의 반도체와 인공지능 전문 매체들의 전언에 따르면 이번 투자의 핵심은 인물에 있다. 구글 딥마인드의 수석 과학자이자 ‘알파고의 아버지’로 불리는 데이비드 실버(David Silver)가 이네퍼블의 키를 잡았다. 기존 투자가 기술 데모와 시장 검증을 전제로 했다면, 이번엔 ‘천재의 두뇌’와 ‘포스트 AI’라는 비전만으로 조 단위 자금이 움직였다. 특히 하드웨어 패권자인 엔비디아가 참여했다는 점은 미래 컴퓨팅 구조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는 전략적 신호다.

트랜스포머 한계론... 이미 내부에서는 끝났다


현재 AI 산업은 오픈AI의 GPT, 구글 Gemini 등 트랜스포머 아키텍처 위에 세워진 거대한 성이다. 하지만 업계 내부에서는 이미 ‘트랜스포머의 종말’을 논하고 있다. 입력되는 데이터가 조금만 길어져도 연산량이 기하급수적으로 폭증하는 구조적 결함, 그로 인한 천문학적 전력 소비, 그리고 학습용 데이터의 고갈 문제가 임계점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이네퍼블에 쏟아진 1조 원은 바로 이 효율성의 덫을 깨뜨릴 ‘포스트 트랜스포머’ 아키텍처에 대한 갈증에서 출발한다.

단순한 '말쟁이'를 넘어 '스스로 생각하는 존재'로의 진화


지금까지의 AI는 거대한 도서관의 텍스트를 통계적으로 짜 맞추는 '언어 모델'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네퍼블이 조준하는 지점은 다르다. 인간이 책을 읽지 않아도 뜨거운 불을 피하는 법을 배우듯, AI가 물리적 세계의 법칙을 스스로 깨닫는 '월드 모델'을 구축하려 한다. 이는 AI가 인간이 제공한 데이터라는 감옥에서 탈출해, 스스로 데이터를 생성하고 지능을 확장하는 단계로 진입함을 의미한다. 투자자들이 본 것은 바로 이 '자율적 지능'의 탄생이다.

설명할 수 없는 지능: 인간의 직관을 코딩하다


기업명 ‘Ineffable(말로 설명할 수 없는)’은 그 자체로 기술적 지향점이다. 기존 AI가 데이터의 패턴을 통계적으로 추론하는 구조였다면, 데이비드 실버가 지향하는 것은 강화학습(RL)과 월드 모델을 결합한 형태다. 인간이 글자를 배우지 않아도 세상을 이해하듯, AI가 물리적 세계와 상호작용하며 스스로 데이터를 생성하고 직관적 판단을 내리는 ‘자기 조직화 지능’을 목표로 한다. 텍스트 데이터의 한계에 갇힌 현재의 LLM과는 차원이 다른 접근이다.

엔비디아의 기묘한 베팅: 스스로 구축한 GPU 제국을 부정하다


엔비디아의 투자는 가장 역설적인 대목이다. 현재 AI 패권은 GPU와 HBM(고대역폭메모리) 중심의 하드웨어 질서 위에 있다. 만약 이네퍼블이 제안하는 새로운 아키텍처가 상용화되어 연산 효율성이 극대화된다면, 역설적으로 지금과 같은 대규모 GPU 서버 의존도는 낮아질 수 있다. 엔비디아의 이번 행보는 “현재의 하드웨어 질서가 무너질 가능성”에 대비한 일종의 헤지(Hedge) 투자이자, 차세대 컴퓨팅 표준을 선점하려는 포석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게 던져진 생존 과제

이 변화의 파장은 한국 반도체 산업의 심장부까지 닿아 있다. 현재 삼성과 SK가 주도하는 HBM 수요는 트랜스포머 모델의 거대한 파라미터를 감당하기 위한 임시방편적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이네퍼블이 지향하는 ‘효율적 지능’ 시대가 열리면, 단순 메모리 용량보다 연산과 메모리를 통합한 PIM(Processor-in-Memory, 지능형 반도체 또는 프로세스 인 메모리) 등 완전히 새로운 반도체 규격이 요구될 것이다. 1조 원의 투자는 한국 반도체 신화에 보내는 경고장이기도 하다.

결론적으로 이네퍼블 인텔리전스를 향한 10억 달러의 베팅은 단순한 스타트업의 성공담이 아니다. 그것은 “현재의 AI가 정점이 아니며, 곧 모든 판이 뒤집힐 것”이라는 실리콘밸리 엘리트들의 집단적 판단이 외부로 드러난 첫 번째 신호다. 이 변화의 끝에서 누가 엔비디아의 자리를 대체할지, 그리고 한국의 반도체 거인들이 이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가 향후 5년의 관전 포인트다.


이교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haedang@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