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란에 군사적 압박 강화…중국, 실질적 지원 없이 전략적 방관 선택
중동 전쟁 장기화, 미국 전략 자산 소진…중국, 자립 경제와 공급망 완성에 '전략적 시간' 확보
미군, 전쟁 늪으로 빠지면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 안보 환경 전체가 요동
중동 전쟁 장기화, 미국 전략 자산 소진…중국, 자립 경제와 공급망 완성에 '전략적 시간' 확보
미군, 전쟁 늪으로 빠지면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 안보 환경 전체가 요동
이미지 확대보기
이미지 확대보기미국 군사력에 눌린 중국, '슈퍼파워 방관자'로 전락
워싱턴이 이란에 대한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는 동안 베이징의 대응은 틀에 박힌 외교 언사의 반복에 그치고 있다. 미국의 행동을 비판하고, 주권 존중을 촉구하고, 외교적 해결을 주문하는 공식 멘트가 전부다. 자국의 핵심 에너지 파트너인 이란을 지키기 위한 군사적·경제적 실질 행동은 없다.
전직 미국 외교관 출신으로 워싱턴 소재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 연구원인 크레이그 싱글턴(Craig Singleton)은 지난 17일(현지시각)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에서 "중국은 이란에 대해 군사·경제·외교 어느 측면에서도 의미 있는 지원을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를 "베이징의 지정학적 수사가 실제 역량에 비해 얼마나 공허한지를 드러내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하루 140만 배럴의 도박…에너지 충격보다 무서운 '실전 학습'
중국 경제는 이란발 에너지 충격에 직접 노출돼 있다. 이란은 현재 중국에 하루 약 140만 배럴의 원유를 공급하며, 이는 중국 전체 원유 수입량의 약 13%에 해당한다. 중국이 수입하는 원유의 절반가량이 호르무즈 해협을 경유하는 만큼, 분쟁이 장기화할 경우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중국 정유업계의 연간 비용 부담은 40억 달러(약 5조 9500억 원) 이상 불어날 수 있다.
하지만 베이징은 이미 이에 대비해왔다. 전략·상업 비축유를 합쳐 약 12억 배럴 규모로 추산되는 중국의 원유 비축량은 수개월치 수입 물량을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이다. 단기 공급 충격은 흡수할 여력이 있다는 뜻이다.
진짜 핵심 변수는 에너지가 아니라 군사적 실전 학습에 있다. 중국 인민해방군(PLA)은 미군과 연합군이 이란의 방공망을 어떻게 무력화하고 정밀 타격을 수행하는지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있다. 싱글턴 연구원은 "미군 작전 수행 능력에 대한 분석이 대만 유사 사태 관련 베이징의 군사 계획에 직접 반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군의 실전 교본을 가장 정밀하게 읽고 있는 나라가 중국이라는 뜻이다.
국내 방산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이란전 양상을 면밀히 분석해 대만 관련 군사 전략을 수정할 가능성이 높다"며 "한국 방산 기업들도 미군의 작전 패턴 변화와 그 함의를 예의주시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늪이냐, 속전속결이냐'…중동의 결말이 대만의 미래를 결정한다
이번 전쟁이 어떻게 마무리되느냐에 따라 중국의 전략적 입지는 정반대로 갈릴 전망이다.
중동 사태가 미국의 전략 자산을 소진하고 전쟁 피로를 유발하는 장기전으로 굳어진다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결단력에 대한 의구심이 커질 것이다. 중국이 가장 필요로 하는 자산인 '시간'이 무상으로 쌓이는 셈이다. 그 시간 동안 베이징은 반도체·우주·인공지능 기술 자립을 가속화하고 에너지·광물 공급망을 재편하며 미국과의 장기 패권 경쟁을 준비할 것이다.
반대로 미군이 단기간에 목표를 달성하고 중동에서 빠져나오는 결정적 승리를 거둔다면, 베이징은 대만 침공 구상을 처음부터 다시 들여다봐야 하는 처지가 된다. 미국의 군사적 억제력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강력한 경고장이 되기 때문이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3월 말로 예정됐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연기한 배경도 주목받고 있다. 전쟁 관리와 글로벌 파급 효과 수습에 집중하겠다는 의중으로 풀이된다. 베이징 역시 우방인 이란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트럼프를 환대해야 하는 외교적 부담을 피하게 됐다는 점에서 연기를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싱글턴 연구원은 "미국이 스스로 정한 조건으로 전쟁을 끝낼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 베이징에 전달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신호"라고 강조했다.
서울도 긴장해야 할 이유…한국, 에너지·안보 이중 노출
중동 정세는 한국에도 직접적인 파장을 미친다. 한국은 원유 수입의 약 70%를 중동에 의존하며 그 대부분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유가가 급등하면 무역수지 악화와 물가상승이 맞물려 한국 경제에 복합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안보 차원의 우려도 적지 않다. 미국의 중동 군사력 집중이 인도·태평양 지역 전력 배치에 영향을 미친다면, 이는 주한미군 전력 및 한반도 방위공약과도 무관하지 않다. 미국이 중동의 늪에 발목을 잡히는 동안 북한이 전략적 도발의 틈새를 노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 군사 행동을 어떻게 마무리하느냐, 그리고 중국이 그 결과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동아시아 안보 판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한국이 이 '중동발 나비효과'를 강 건너 불구경으로 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