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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봉쇄 4주차…한국 제조원가 최대 11.8% 오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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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봉쇄 4주차…한국 제조원가 최대 11.8% 오를 수도

트럼프 "종전 검토" 발언에도 나탄즈 핵시설 피격·해병대 파병 동시 강행
유가 50%·유럽 가스 35% 폭등…한국 원유 95% 이 해협 통과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각) 군사작전 종료를 검토하겠다면서도 호르무즈 경비는 해협을 쓰는 나라들 몫이라는 폭탄 발언을 내놨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각) 군사작전 종료를 검토하겠다면서도 "호르무즈 경비는 해협을 쓰는 나라들 몫"이라는 폭탄 발언을 내놨다. 사진=연합뉴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4주째로 접어든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하면서 한국 경제에 대한 충격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산업연구원은 봉쇄가 3개월 이상 이어질 경우 한국 제조업 생산비가 최대 11.8%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군사작전 종료를 검토하겠다면서도 해병대 추가 파병을 동시에 단행하는 등 엇박자 행보를 이어가는 사이, 국제 유가는 개전 이후 50% 폭등했고 유럽 천연가스 가격도 한 주 만에 35% 치솟았다.

이란 핵 농축의 핵심 거점 나탄즈 시설 피격 보도까지 더해지며 사태는 새 국면으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로이터통신의 21일(현지시각) 보도에 따르면,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 경비는 해협을 쓰는 나라들 몫"이라는 발언을 내놓으며 동맹국들에 사실상 안보 청구서를 내밀었다.

"종전 검토"와 해병대 파병…동시에 쏜 두 개의 화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트루스소셜에 "이란 테러 정권과 관련한 중동 군사작전의 목표 달성이 임박했고 작전 마무리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호르무즈 해협 경비는 해당 항로를 이용하는 다른 나라들이 맡아야 한다. 미국은 그 의무가 없다"고 못 박았다.

말은 종전을 향했지만 행동은 달랐다. 같은 시각 미국 해병대 2500명과 대형 상륙함이 목적지도 임무도 불분명한 채 중동 해역으로 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4시간도 안 되는 시간 안에 "전쟁이 끝나간다"는 메시지와 추가 파병을 동시에 내보낸 셈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맹국들은 개전 4주째 내내 미국의 엇박자 신호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해협 경비를 둘러싼 동맹 내 균열도 표면으로 떠올랐다. 유럽 주요국과 일본, 캐나다는 안전 항행을 위한 노력에 동참하겠다고 했지만 독일과 프랑스는 교전이 먼저 멈춰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조를 거부해온 NATO 동맹국들을 향해 "겁쟁이"라고 공개 비난한 바 있다. 한국 정부는 20일 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일본·네덜란드·캐나다 등 7개국이 주도하는 호르무즈 봉쇄 규탄 공동성명에 동참했다.

외교부는 "해상 교통로의 안전과 항행 자유에 대한 기본 입장과 우리 에너지 수급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을 종합 고려한 결과"라고 밝혔다.

나탄즈 피격에 이란·이스라엘 교전 격화…사망자 2000명 넘어


이란 언론은 이날 오전 미국-이스라엘 연합군이 이란 핵 농축의 핵심 거점인 샤히드 아흐마디-로샨 나탄즈 단지를 공격했다고 보도했다. 이란 당국은 방사성 물질 누출이나 인근 주민 피해는 없다고 밝혔고, 이스라엘은 해당 공격을 인지하지 못한다고 부인했다.

교전은 동시다발로 이어졌다. 이스라엘은 이날 테헤란과 수도 서쪽 카라지, 중부 도시 이스파한을 공습했다. 카스피해 연안 도시 람사르에서는 주거용 건물이 피격돼 일가족 3명이 숨졌다.

이스라엘 전역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공습 경보가 울려 수백만 시민이 대피소로 향했고, 미사일 요격 폭발음이 상공을 뒤덮었으나 즉각적인 인명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

이란은 인도양 미국-영국 공동 군사기지 디에고 가르시아에 탄도 미사일 2발을 쐈으나 기지를 타격하지는 못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개전 이후 이란 내 사망자는 2000명을 넘어섰으며, 레바논에서는 1000명 이상이 숨지고 피란민 100만 명이 발생했다.

이란의 신임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이슬람 금식 성월 라마단이 끝난 이드 알피트르 축제를 맞아 성명을 내고 "이란 국민은 단결과 저항으로 적에게 당혹스러운 타격을 입혔다"고 밝혔다.

하메네이는 부친이자 전임 최고 지도자 알리 하메네이가 이스라엘 공격으로 사망한 이후 아직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란 새해(노루즈) 메시지를 보내며 "러시아는 충실한 친구"라고 했지만, 이란 일각에서는 실질적 지원이 미미하다는 불만이 나온다.

봉쇄 4주 만에 한국 제조원가 '흔들'…에너지 대란, 현실의 청구서로


이번 사태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파장은 수치로 이미 나타나고 있다. 산업연구원이 19일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호르무즈 봉쇄가 3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한국 제조업 평균 생산비는 최대 11.8%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화학제품(14.84%), 비금속광물(12.09%), 1차 금속 및 운송서비스(8.92%) 등 주요 제조업 분야에서 비용 상승이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됐다.

국제 유가는 개전 이후 이미 50% 급등했고, 유럽 천연가스 가격은 이란과 이스라엘이 역내 주요 가스 기반시설을 잇따라 타격하면서 이번 한 주에만 35% 치솟았다.

증권계에선는 "호르무즈 해협의 실질적 봉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보다 에너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원유와 가스는 물론 석유 제품, 비료 가격이 단기간 급등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진단했다.

우회 항로도 쉽지 않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이 아닌 우회 경로를 활용하면 해상운임이 기존 대비 최대 50~80% 오를 것으로 분석된다. 과거 해당 지역 분쟁 때는 보험료가 최대 7배까지 할증된 사례도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중동 전역으로 전쟁이 확산되는 점을 고려할 때 우회 경로의 실질적 가동 여부는 불확실하다"고 우려했다.

에너지 공급선 다변화 여지도 좁다. 우리나라는 도입 원유의 95% 이상이 호르무즈 해협을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구조적 약점을 안고 있다.정부는 민간 재고를 더해 총 200일 이상 버틸 비축유를 확보했고, 기획재정부는 시장 안정화를 위해 필요시 100조 원 규모의 프로그램을 가동할 계획이다.

백악관은 에너지 공급 확대와 가격 안정을 위해 이란산 원유에 대한 제재를 30일간 면제해 탱커 140t 분량을 시장에 공급하기로 했다.

이란의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은 교도통신에 일본 관련 선박에 대해 해협 통과를 허용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일본은 원유 수입량의 90%를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들여온다.

제임스 김 미국 스팀슨 센터 한국 프로그램 국장은 "단기 분쟁은 비축분으로 견딜 수 있지만 봉쇄가 수개월 이상 지속되면 한국의 제조 및 수출 역량에 심각한 훼손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가 언제 방아쇠를 내릴지, 아니면 다시 올릴지 알 수 없는 지금, 한국은 '전략적 불확실성'이라는 가장 다루기 어려운 적과 마주하고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