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남아공 23%·한국 15% 급락… 에너지 수입국 집중 타격
반도체·AI 구조 성장은 지정학 위기 초월… "공포 투매가 저가 매수 기회"
미 국채 안전자산 신화 균열… 스위스 프랑·독일 국채로 자금 대이동
반도체·AI 구조 성장은 지정학 위기 초월… "공포 투매가 저가 매수 기회"
미 국채 안전자산 신화 균열… 스위스 프랑·독일 국채로 자금 대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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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확대보기호르무즈 봉쇄 공포… 신흥국 증시 최대 23% 붕괴
이란과의 군사적 갈등이 전면화되면서 세계 석유 수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에 병목 현상이 발생했다. 주요 에너지 기반 시설에 대한 공격까지 이어지면서 글로벌 원유 공급망이 사실상 마비 상태에 빠졌다.
타격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신흥국에 집중됐다. 인도는 액화석유가스(LPG) 사용 제한 조치를 시행했고, 스리랑카는 연료 절약을 위해 수요일을 임시 공휴일로 지정하는 이례적인 조치를 내놓았다.
배런스가 지난 22일(현지 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신흥국 증시 전반을 추종하는 'iShares MSCI 신흥 시장 ETF'는 지난달 25일 정점을 찍은 이후 현재까지 12% 하락했다.
특히 석유 순수입국인 남아프리카공화국(-23%), 한국(-15%), 베트남(-13%), 인도(-10.7%)의 낙폭이 두드러졌다.
"반도체 구조 성장, 전쟁으로 멈추지 않는다"… 한국·대만 반등론 급부상
증권 전문가들은 현재의 매도세를 기업 실적과 무관한 '외부 변수 충격'으로 규정하고, 특히 인공지능(AI) 공급망의 핵심을 담당하는 한국·대만 시장에 대한 낙관론을 유지하고 있다.
클리어브리지 인베스트먼트(ClearBridge Investments)의 앤드류 매튜슨(Andrew Matteson)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배런스와의 인터뷰에서 "현재의 지정학적 상황이 반도체 산업의 구조적 성장세를 꺾을 수는 없다"며 SK하이닉스·삼성전자·TSMC에 대한 투자 의견을 유지했다.
국내 자산운용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AI 가속화 수요가 꺾이지 않는 한,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핵심 공급하는 SK하이닉스의 가격 협상력은 유가와 무관하게 유지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HSBC가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8%가 신흥 시장에 대해 낙관적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고 답했다.
라틴아메리카의 역설… 유가 충격의 반사 수혜주로 선호
아시아·아프리카 신흥국이 유가 상승에 신음하는 동안, 에너지 수출국이 밀집한 라틴아메리카는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골드만삭스(Goldman Sachs)의 알베르토 라모스(Alberto Ramos) 이코노미스트는 "유가 상승은 브라질·콜롬비아 같은 산유국의 경제 활동을 오히려 촉진한다"고 분석했다. 'iShares MSCI 브라질 ETF'는 이달 들어 9.5% 하락했으나, 올해 전체 누적 수익률은 여전히 10%를 웃돌고 있다. 라모스 이코노미스트는 이러한 수혜 구조를 반영해 브라질의 2026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금융시장에서는 아시아 시장의 유가 리스크를 분산하는 대안으로 라틴아메리카 자산에 대한 관심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흔들리는 미 국채 안전자산 신화… 금도 2011년 이후 최악
전통적으로 전쟁 같은 위기 국면에서는 미국 국채와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는 것이 시장의 불문율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이 공식이 통하지 않고 있다. 'iShares 20년 만기 국채 ETF'는 이달 들어 5.5% 하락했다.
TS 롬바드(TS Lombard)의 다비데 오넬리아(Davide Onelia) 이사는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정책 불확실성이 위험 자산의 방어막 역할을 해 온 미 국채의 위상을 근본적으로 흔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 투자 자금은 스위스 프랑, 싱가포르 달러, 독일 10년 만기 국채 등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전통적 안전자산인 금마저 지난주 2011년 이후 최악의 주간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안전자산의 지형도 자체가 재편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 증시 전망… "심리 충격 걷히면 가장 먼저 반등"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유가 급등 국면마다 ETF 수익률이 두드러지게 하락하는 패턴을 반복해 왔다. 그러나 삼성전자·SK하이닉스로 대표되는 반도체 기업들의 기술 경쟁력은 지정학적 위기를 초월한다는 분석이 중론이다. 배런스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한국 증시를 "전쟁 심리 충격이 걷힌 뒤 가장 먼저 반등할 수 있는 시장"으로 꼽고 있다. 과거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당시에도 코스피는 저점 대비 2년 이내에 이전 고점을 완전히 회복했다.
중동발 지정학 위기가 글로벌 에너지 질서를 재편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한국 반도체 산업의 전략적 가치는 더욱 뚜렷하게 부각될 수 있다. AI 인프라 구축 수요가 장기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은 이상, 유가 충격은 일시적 시험대일 뿐이다.
지금의 공포 속에서 내재 가치 대비 할인된 종목을 선별하는 투자자가 다음 사이클의 승자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서서히 시장에 스며들고 있다. 단, 전망은 전망일 뿐 모든 투자의 최종적 판단은 투자자 자신의 몫이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