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EA "역사상 최대 에너지 위기"… 삼성·SK 20% 급락 속 방위 AI는 '나홀로' 강세
이미지 확대보기미국·이란 전쟁이 3월 23일 기준 개전 24일째를 맞았다. 블룸버그·모닝스타·채텀하우스 등의 분석을 종합하면, 전쟁이 '4월 중순'이라는 임계점을 넘기느냐에 따라 스태그플레이션·신흥국 외환위기·반도체 공급망 훼손이 동시에 터지는 복합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른다.
"축소"와 "완전 파괴" 사이… 안개 속 교착 국면
미 국방부는 이란의 미사일·드론 공격 빈도가 초기에 비해 90% 급감했다고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1일 군사 작전 '축소' 가능성을 시사했고, 이란의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 역시 배상과 재공격 금지 보장을 전제로 평화 의지를 내비쳤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동시에 "이란을 완전히 무너뜨리고 있는데 왜 휴전하겠느냐"며 강경론을 펴기도 했다. 이에 이란 역시 "시나리오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끝내야 한다"며 휴전 협상을 거부하고, 페르시아만 해역에 기뢰를 부설하겠다고 경고하며 배수의 진을 쳤다. 시장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메시지가 '축소'와 '확전' 사이에서 엇갈리며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가 120달러의 공포… '마일드 스태그플레이션' 현실화
블룸버그는 고유가 장기화에 따른 스태그플레이션 위험을 경고했다. 무디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유가가 100달러 선을 유지할 경우 인플레이션 가속화로 인해 소비, GDP, 고용이 동반 위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유럽중앙은행(ECB)은 금리 인하를 미루고 경제 성장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신흥국 상황은 더 심각하다. 파키스탄은 공공기관 주 4일 근무와 교육기관 폐쇄라는 비상 조치에 들어갔고, 이집트와 튀니지는 보조금 부담으로 인해 채권시장 불안이 극에 달했다.
우리나라는 중동 원유 의존도가 70%에 달해 2022년 당시의 유럽보다 구조적으로 더 취약하다. 정부가 100조 원 규모의 시장안정 프로그램을 즉각 가동한 것은 현재의 충격이 유동성 위기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5월 넘기면 반도체 멈춘다"… 헬륨 재고가 마지노선
모닝스타에 따르면 이란의 카타르 LNG 시설 공격으로 세계 LNG 생산의 17%가 중단됐다. 이는 반도체 공정의 필수 소재인 헬륨 공급망에 직격탄을 날렸다. 카타르는 세계 헬륨 공급의 3분의 1을 책임진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최근 20%가량 급락했다. 웨드부시의 댄 아이브스 분석가는 "4월 중순까지는 재고로 버틸 수 있지만, 사태가 5월까지 이어지면 AI 핵심 광물 공급망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도체용 헬륨 재고는 통상 2주 분량이지만, 국내 기업들은 학습 효과를 통해 현재 1~3개월치 수준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전쟁이 이 기간을 넘기면 재고 보충(Restocking)이 불가능해져 라인 가동률 하향이 현실화될 수 있다.
반면 방위 AI 분야는 독주 중이다. 팔란티어(Palantir)는 정부 매출 급증에 힘입어 주가가 12% 올랐고, 엔비디아(Nvidia) 역시 압도적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며 단기 역풍을 견디고 있다. 결국 '4월 중순'은 전황의 분기점이자,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생사를 가르는 골든타임이 될 전망이다.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한국 반도체 업체들의 AI 반도체 납품 경쟁이 본격화된 시점에 이런 공급망 리스크가 겹쳤다는 점에서, 업계에서는 전쟁 기간이 길어질수록 AI 반도체 공급 일정 전반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면 방위 AI 분야는 나홀로 강세다. 팔란티어(Palantir)는 미 정부 부문 매출이 1년 전보다 55% 늘었고, 이란 작전 이후 주가가 12% 올랐다. 엔비디아(Nvidia)는 데이터센터 GPU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며 단기 역풍에도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다.
그랜드뷰리서치는 글로벌 AI 시장이 2026~2033년 해마다 30.6%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AI 반도체의 구조적 성장 이야기 자체는 흔들리지 않지만, 이번 전쟁이 드러낸 에너지·소재 공급망 리스크가 단기 주가에 조정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해석이다.
전쟁이 4~5주 안에 끝나면 억눌린 AI 반도체 수요가 한꺼번에 분출하는 강한 반등이 예상되지만, 2~3개월 이상 이어지면 에너지 비용 상승→데이터센터 투자 둔화→반도체 수요 위축이라는 연쇄 효과가 현실화될 수 있다고 모닝스타는 경고했다. '4월 중순'이라는 날짜는 단순한 전황 전환점이 아니라,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생사를 가르는 시간표이기도 하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