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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폭등·지지율 붕괴… 트럼프 '이란 전쟁 승부수' 역풍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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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폭등·지지율 붕괴… 트럼프 '이란 전쟁 승부수' 역풍 맞았다

호르무즈 봉쇄로 원유값 11% 폭등·찬성 여론 40% 붕괴… 법무장관 경질 이어 추가 인사 예고, "전쟁보다 무서운 건 유가"
'에픽 퓨리'작전의 역설… 군사 승리해도 경제서 패배하는 구조적 함정
'에픽 퓨리' 이후 국제유가가 11% 이상 급등, 미국 내 휘발유값 갤런당 4달러 돌파
트럼프 대통령이 4월 1일 이란 전쟁에 대해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이미지 확대보기
트럼프 대통령이 4월 1일 이란 전쟁에 대해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전쟁은 이길 수 있다. 그러나 유가(油價)는 이기기 어렵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핵시설 타격 작전 '오퍼레이션 에픽 퓨리(Operation Epic Fury)'를 감행한 지 수주가 지난 지금, 워싱턴 정치권 안팎에서는 군사적 성패보다 경제적 충격이 이번 정권의 명운을 결정할 것이라는 분석이 확산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3(현지시각) 보도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율 하락을 만회하기 위해 대국민 연설과 내각 개편이라는 '전통적인 정치 카드'를 꺼내들었으나, 시장과 민심 모두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군사·외교적 갈등을 넘어 중간선거를 14개월 앞둔 트럼프 행정부에 최대의 정치적 위기가 되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작전의 실체와 그 한계, "제한타격이 장기전 늪으로"


'에픽 퓨리' 작전은 이란의 우라늄 농축 시설과 탄도미사일 기지를 겨냥한 스텔스 폭격기(B-2) 및 순항미사일 병용 타격으로 알려졌다. 단기간 외과수술식 정밀타격으로 핵 프로그램을 무력화한다는 것이 초기 목표였다. 그러나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즉각 반격에 나서면서 '제한타격'이 예상치 못한 소모전 국면으로 전환됐다는 것이 군사 전문가들의 공통 진단이다. 현재까지 미군 전사자는 13명에 달하며, 수천 명의 추가 병력이 걸프 지역에 파병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밤 대국민 연설에서 이란과의 전쟁을 조기에 마무리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하루 약 2000만 배럴, 세계 원유 물동량의 20% 이상이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시점이나 구체적인 종전 로드맵은 제시하지 못했다. 이란을 "석기시대로 되돌리겠다"는 강경 수사(修辭)는 오히려 투자 심리를 얼어붙게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폴 도노반 UBS 웰스매니지먼트 수석 경제학자는 "시장은 연설에서 전혀 다른 신호를 기대하고 있었다"면서 "설령 미국이 군사적으로 조기에 우위를 점하더라도, 이란의 보복 공격이 걸프 지역 에너지 인프라에 타격을 가할 경우 경제적 피해는 해협 재개방 이후에도 수개월간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가 11% 급등, '3중 경제 충격'의 시작


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경제적 충격은 단순한 물가 상승으로 그치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직후 미국 유가는 11% 이상 폭등했고,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달러(6000)를 넘어섰다.

에너지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유가 충격이 미국 경제에 세 가지 연쇄 충격을 동시에 유발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먼저 1차 충격으로 연료비와 물가가 치솟으며 가계 구매력이 즉각 위축된다. 이어지는 2차 충격은 재가열된 인플레이션 탓에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시점이 늦어지는 금융 경색으로 나타난다.

마지막 3차 충격은 기업의 원가 부담 가중과 이익 급감으로 이어져 주식시장 하락을 부르는 장기 악재가 된다. 업계 안팎에서는 "단순한 물가 상승을 넘어 금리와 자산 가치까지 무너뜨리는 연쇄 고리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상무부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월 근원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에서 "미국 경제는 완벽히 준비되어 있다"고 주장한 것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전쟁이 끝나더라도 중동의 석유 생산 설비와 수출 인프라가 정상화되는 데까지 최소 수개월이 걸릴 것이라는 에너지 전문가들의 전망은 경기 회복 기대를 더욱 흐리게 만들고 있다.

법무장관 경질·DNI 경질설 — 인사 쇄신인가, 혼돈의 심화인가


지지율 반등을 위한 인사 카드도 오히려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팜 본디 법무장관 경질은 정적 수사를 원하는 대통령의 요구와 사법 시스템의 독립성 사이에서 벌어진 충돌의 결과로 해석된다. 여기에 중동 전쟁에 회의적 입장을 보여온 툴시 가바드 국가정보국(DNI) 국장의 경질설까지 부상하면서 워싱턴 정가는 다시 술렁이고 있다.

공화당 전략가 알렉스 코넌트는 "백악관이 이번 전쟁에 대한 대국민 설득이라는 가장 강력한 수단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 결과가 지지율 하락으로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인사 교체가 트럼프 행정부의 고질적 약점으로 지목되어온 행정적 혼란을 다시 부각시킬 수 있으며, 후임자 지명과 상원 인준 과정에서 극한 정쟁이 재현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선택한 카드의 한계다. 전쟁은 전통적으로 위기에 몰린 지도자가 꺼내는 '지지율 반등 카드'로 기능해왔다. 그러나 이번 경우는 군사적 행동이 고물가와 맞물리면서 지지율 하락을 오히려 가속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의 공식과 궤를 달리한다. 승리해도 민심을 잃을 수 있는 구조적 함정에 빠진 셈이다.

"잘못된 결정" 59%, 등 돌리는 핵심 지지층


여론 지형은 최악의 수치를 가리킨다. WP가 최근 실시된 5개 여론조사를 종합 분석한 결과, 미국인 10명 중 약 6명이 이란과의 전쟁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퓨리서치센터의 3월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9%"이란에 군사력을 사용한 것은 잘못된 결정"이라고 답했다.

무엇보다 치명적인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에서 이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를 기치로 해외 개입을 반대해온 중산층·블루칼라 지지층이 오히려 이번 유가 급등과 물가 상승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해외 분쟁 개입을 반대했던 이들이, 바로 그 개입의 경제적 피해를 가장 크게 입는 구조적 모순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은 "대통령이 큰 도박을 감행하고 있다"면서도 "선거까지 경제를 반전시킬 시간은 아직 있다"고 두둔했다. 반면 민주당은 이미 고물가와 전쟁을 연결하는 선거 광고 공세를 시작했다. 갤런당 4달러의 휘발유 가격은 공화당 후보들에게도 선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한국전쟁(3), 베트남전쟁(19), 이라크전쟁(8)의 전례를 들어 이번 전쟁을 "다음 세대를 위한 투자"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바로 그 발언이 장기전의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오히려 반전(反戰) 여론에 기름을 붓는 결과를 낳았다.

완충 요인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란 내부의 경제난이 협상 여지를 남기고 있으며, 사우디아라비아 등 걸프 산유국들의 증산 카드가 유가 상승세를 일부 억제할 수 있다. 연준이 경기 둔화를 이유로 금리 인하 카드를 앞당겨 꺼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군사적 긴장이 지속되는 한, 이러한 완충 메커니즘의 실효성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전쟁의 승패가 아니라 '유가'가 선거를 가른다


군사적으로는 승리할 수 있다. 그러나 경제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에픽 퓨리' 작전은 외교·안보적 관점에서는 정당성 논쟁이 지속되겠지만, 정치적 관점에서의 진짜 전쟁은 유가·물가·고용이라는 경제 전선에서 벌어지고 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유권자들이 투표소에 들어설 때 기억하는 것은 이란 핵시설 타격의 성공 여부가 아니라, 주유소에서 느낀 체감 물가일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정치적 자산 전부를 걸고 위험한 외줄 타기를 하고 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그를 가장 위협하는 것은 이란의 미사일이 아니라 미국 주유소의 가격표일 수 있다.

중동 분쟁과 유가 폭등이 미국 경제의 명줄을 죄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향후 정국을 결정지을 세 가지 관전 포인트를 제시하고 있다.

첫째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의 배럴당 90달러 돌파 여부다. 시장에서는 이 가격선을 연준의 금리 인하 시나리오가 폐기되고 실질적인 소비 침체가 시작되는 임계점으로 보고 있다.

둘째는 공화당 강세 지역의 휘발유 소매 가격 동향이다. 갤런당 4.5달러를 넘어서면 '아메리카 퍼스트'를 지지하던 유권자들의 이탈이 가속화하며, 공화당 하원의원들의 전쟁 지지 여론도 급격히 냉각될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호르무즈 해협의 재개방을 둘러싼 외교적 협상 진척 상황이다. 중동 산유국과 유럽의 중재 노력이 실질적인 통로 확보로 이어지는지가 향후 6개월간 세계 경제 흐름을 결정할 최대 변수로 꼽힌다. 관련 업계 안팎에서는 "이 세 지표의 변화가 단순한 경제 수치를 넘어 정치적 격변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