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부품' 장벽에 록히드마틴 백기…보잉 T-7A 독주 체제 굳히나
KAI, 파트너 의존 전략 수정 불가피…독자 공급망 확보가 생존 승부처
KAI, 파트너 의존 전략 수정 불가피…독자 공급망 확보가 생존 승부처
이미지 확대보기이번 결정은 단순한 입찰 포기를 넘어, 미국 국방 조달 시장이 요구하는 ‘미국산 콘텐츠(US Content)’ 기준이 사실상 해외 방산업체의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T-50을 앞세워 미국 시장을 공략하려던 록히드마틴의 퇴장은, KAI의 대미 수출 전략에 전면적인 수정이 필요함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미국산 부품’ 요구에 막힌 록히드마틴
지난 24일(현지시간) 에어로스페이스글로벌뉴스 등 외신과 업계에 따르면 록히드마틴은 미 해군에 공식 철수 의사를 전달했다. 록히드마틴은 “신중한 분석 끝에 UJTS 제안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 결정의 배경에 ‘미국산 콘텐츠 비율’에 대한 미 해군의 엄격한 요구사항이 자리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미 해군의 UJTS 프로그램은 1990년대 초부터 운용 중인 T-45 고스호크를 대체하기 위해 최대 216대의 항공기를 도입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엔지니어링 및 제조 개발 비용 상한선만 약 18억 달러(약 2조 6500억 원)에 달한다. 미 국방부가 비용 통제와 공급망 안정을 위해 ‘미국 내 생산 비중’을 대폭 높이면서, 기존 글로벌 플랫폼을 활용해 채산성을 맞추려던 록히드마틴 측은 사업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경쟁 구도 재편…보잉 ‘T-7A’ 어부지리 승기 잡나
록히드마틴의 철수로 UJTS 경쟁은 사실상 3파전으로 좁혀졌다. 미 공군 사업을 통해 이미 생산 중인 ‘T-7A 레드호크’를 보유한 보잉, 독자적인 설계를 내세운 시에라 네바다 코퍼레이션(SNC), 그리고 레오나르도와 손잡은 텍스트론 에비에이션이 남았다.
시장은 보잉의 행보를 주목한다. T-7A는 이미 미 공군 사업을 통해 데이터와 생산 라인이 검증된 플랫폼이다. 미 해군이 이번 UJTS 프로그램에서 항공모함 착륙 요구사항을 제거하면서, 기존 기체를 변형해 비용 효율성을 극대화한 보잉이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떠올랐다. 반면, KAI와 록히드마틴의 파트너십을 통해 미국 진출을 노렸던 KAI의 전략은 이번 이탈로 인해 당분간 동력을 잃게 됐다.
‘플랫폼’ 아닌 ‘공급망’…KAI, 독자적 돌파구 시급
이번 사태는 우리 방산 기업에 두 가지 뼈아픈 과제를 던진다. 첫째, ‘미국산 부품’ 의무화라는 강력한 보호무역주의가 방산 분야에서도 예외가 아니라는 점이다. 단순히 우수한 플랫폼을 보유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미국 현지 공급망과 직접 결합하는 전략이 필수적이다. 둘째, KAI는 록히드마틴이라는 거대 파트너에 의존했던 전략에서 벗어나, 현지 중소 방산 기업과의 연대나 기술 제휴 등 독자적인 미국 현지화 루트를 개척해야 한다.
투자자가 챙겨야 할 핵심 지표 3가지
첫째, 보잉의 수주 확정 여부다. 보잉의 T-7A가 UJTS 사업을 단독 수주할 경우, 향후 미 해군 훈련기 시장은 ‘보잉 생태계’로 고착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시장 진입 장벽이 더욱 높아짐을 의미한다.
둘째, KAI의 차기 미국 전략이다. 록히드마틴 없이 KAI가 독자적인 미국 시장 파트너를 찾을 것인지, 아니면 동남아·중동 등 비미국권 시장으로 공략 대상을 급선회할 것인지가 향후 주가와 실적의 핵심이다.
셋째, 미 국방부의 조달 정책 변화 여부다. 현재 18억 달러로 제한된 비용 상한선에 대해 업계의 불만이 높다. 미 해군이 향후 입찰 요건을 완화할지, 아니면 현 기조를 유지할지가 시장 흐름을 결정짓는 최대 변수다.
미국 방산 시장은 지금 ‘자국 우선주의’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 놓여 있다. 이번 록히드마틴의 철수는 단순한 이탈이 아니라, 진입 장벽이 극도로 높아진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 KAI가 어떤 ‘새로운 방정식’을 제시해야 할지 묻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우수한 기체’를 넘어 ‘미국 내 공급망의 일부’가 되지 못하면, 100억 달러(약 14조 7700억 원) 시장의 문은 열리지 않는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