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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EV 가격 전쟁, AI ‘무기화’로 2차전 돌입… 700만 대에 챗봇 탑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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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EV 가격 전쟁, AI ‘무기화’로 2차전 돌입… 700만 대에 챗봇 탑재

바이트댄스·알리바바 ‘온디바이스 AI’ 공세… 단순 이동수단 넘어 ‘생활 밀착 플랫폼’ 진화
하드웨어 기술 격차 줄어들자 ‘콕핏 소프트웨어’가 생존 가르는 핵심 차별화 요소로 부상
바이트댄스 로고. 사진=연합뉴스 이미지 확대보기
바이트댄스 로고. 사진=연합뉴스
중국 전기차 시장의 무한 경쟁이 가격 인하를 넘어 인공지능(AI) 기술력을 겨루는 ‘기능 전쟁’으로 급격히 이동하고 있다.

지난 1일(현지시각) 경제전문매체 CNBC 보도에 따르면, 최근 중국 전기차 제조사들은 배터리 효율이나 주행 거리 같은 하드웨어 경쟁에서 벗어나 차량 내부 소프트웨어에 최첨단 AI 거대언어모델(LLM)을 이식하며 시장 점유율 수호에 나섰다.

특히 바이트댄스(ByteDance)의 AI 챗봇인 '두바오(Doubao)'가 이미 145개 차종, 700만 대 이상의 차량에 탑재되는 등 자동차의 ‘스마트 기기화’가 가파르게 진행 중이다.

자동차 안으로 들어온 챗봇… 바이트댄스·알리바바 ‘영토 확장’


중국 내 최대 AI 챗봇으로 꼽히는 바이트댄스의 ‘두바오’는 최근 공격적인 확장세를 보이고 있다.

바이트댄스의 클라우드 플랫폼 ‘볼케이노 엔진(Volcano Engine)’은 지난달 25일 개막한 베이징 오토쇼에서 자사 AI 모델이 탑재된 차량이 700만 대를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과거 전기차 경쟁의 핵심이 주행 보조 시스템(ADAS)이나 고성능 칩셋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운전자와 실시간으로 대화하고 복잡한 명령을 수행하는 ‘지능형 콕핏’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실제로 메르세데스-벤츠(Mercedes-Benz)의 전기차 모델 GLC와 상하이자동차(SAIC) 산하 아우디 E7X, 폭스바겐(Volkswagen) ID. ERA 9X 등 글로벌 브랜드의 중국 전략 모델들도 앞다투어 두바오 AI를 채택하고 있다.

알리바바(Alibaba) 역시 자사 AI 모델 ‘큐원(Qwen)’을 앞세워 추격에 나섰다. 알리바바는 비야디(BYD)를 포함한 주요 제조사 차량에 음성 명령만으로 음식을 주문하거나 호텔 예약, 택배 조회까지 가능한 서비스를 통합한다고 밝혔다.

이는 자동차를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닌, 전자상거래와 생활 서비스가 결합한 새로운 플랫폼으로 변모시키려는 전략이다.

“기술 상향 평준화가 부른 무한 경쟁”… 차별화 고심하는 제조사들


이 같은 ‘AI 군비 경쟁’의 이면에는 심각한 시장 포화와 기술의 하향 평준화가 자리 잡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중국 내 전기차 기술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면서 제조사들이 생존을 위해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 속도에 사활을 걸고 있다.

알릭스파트너스(AlixPartners)의 아시아 자동차 부문 책임자인 스티븐 다이어(Stephen Dyer) 전무는 “중국에서 판매되는 10만 위안(약 2159만 원) 이상의 상위 20개 모델은 이미 주행 보조나 엔터테인먼트 기능에서 큰 차이가 없다”며 “기술 혁신이 워낙 빠르게 전파되기 때문에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기가 매우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일부 프리미엄 브랜드는 디지털 기능을 넘어선 ‘오프라인 경험’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니오(Nio)의 경우 전용 클럽하우스 운영과 고급 내장재 사용 등 브랜드 충성도를 높이는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니오의 프리미엄 모델 ES8은 40만 위안(약 8637만 원) 이상의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출시 215일 만에 10만 대 판매를 돌파하며 차별화 가능성을 입증했다.

글로벌 스탠더드 재편 예고… "중국의 표준이 세계의 표준 될 것"


전문가들은 중국 시장에서 벌어지는 이 치열한 AI 실험이 향후 글로벌 자동차산업의 판도를 바꿀 것으로 내다봤다.

서구권 제조사들이 내연기관으로의 회군을 고민하는 사이, 중국은 AI 기술을 차량의 '신경계'에 이식하며 독보적인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컨설팅 업체 시노 오토 인사이트(Sino Auto Insights)의 투 레(Tu Le) 대표는 “현재 중국 시장에서 표준으로 자리 잡은 스마트 기능들이 머지않아 서구 시장에서도 소비자들의 기본 요구 사항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승패는 AI를 얼마나 배경에서 자연스럽게 구현해 사용자 경험(UX)을 극대화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전통적인 완성차 업체들이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 부족으로 고전하는 가운데, 중국의 빅테크 기업과 자동차 제조사 간의 밀월 관계는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엔비디아(Nvidia)의 고성능 칩 기반 위에서 구동되는 알리바바의 AI 모델처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결합은 중국 전기차의 글로벌 경쟁력을 뒷받침하는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