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HBM4보다 2.6배 빠르다… 삼성·SK하이닉스 위협하는 인텔의 '무선 메모리' 승부수

글로벌이코노믹

HBM4보다 2.6배 빠르다… 삼성·SK하이닉스 위협하는 인텔의 '무선 메모리' 승부수

인텔·소프트뱅크 ‘HB3DM’ 6월 공개… 대역폭 5.3TB/s로 HBM 병목 완전 해결
전력 40% 절감하는 ‘무선 접합’ 혁신… 일본 정부 38억 엔 투입 ‘미·일 연합군’ 결성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고질적 난제인 ‘메모리 병목’ 현상을 깨기 위해 인텔과 소프트뱅크가 손을 잡았다. 기존 고대역폭 메모리(HBM)의 물리적 한계를 정면으로 돌파하는 ‘Z-앵글 메모리(ZAM)’ 기술 기반의 신개념 메모리가 오는 6월 베일을 벗는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고질적 난제인 ‘메모리 병목’ 현상을 깨기 위해 인텔과 소프트뱅크가 손을 잡았다. 기존 고대역폭 메모리(HBM)의 물리적 한계를 정면으로 돌파하는 ‘Z-앵글 메모리(ZAM)’ 기술 기반의 신개념 메모리가 오는 6월 베일을 벗는다. 이미지=제미나이3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의 고질적 난제인 메모리 병목현상을 깨기 위해 인텔과 소프트뱅크가 손을 잡았다. 기존 고대역폭 메모리(HBM)의 물리적 한계를 정면으로 돌파하는 ‘Z-앵글 메모리(ZAM)’ 기술 기반의 신개념 메모리가 오는 6월 베일을 벗는다. 차세대 규격인 HBM4보다 두 배 이상 빠른 속도를 구현하면서 전력 소모는 40% 줄인 이 기술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양분한 글로벌 메모리 시장에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테크파워업(TechPowerUp)과 닛케이 XTECH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인텔은 소프트뱅크의 자회사 사이메모리(SAIMEMORY)’와 협력해 개발한 차세대 메모리 ‘HB3DM’에 관한 기술 논문을 오는 6월 발표한다. 이번 보도는 지난달 30(현지시각) 트렌드포스를 통해 구체화됐으며, 일본 경제산업성(METI)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추진되는 ·일 반도체 동맹의 핵심 프로젝트로 풀이된다.

AI 메모리 대역폭 비교. 도표=글로벌이코노믹이미지 확대보기
AI 메모리 대역폭 비교. 도표=글로벌이코노믹

대역폭 5.3TB/s의 괴력… 데이터 고속도로제한속도 풀었다


HB3DM의 핵심은 압도적인 데이터 전송 속도에 있다. 테크파워업(TechPowerUp)이 인용한 보고서에 따르면 인텔은 171㎟다이를 기준으로 약 0.25 Tb/s(테라비트)의 대역폭을 확보했다. 이를 10GB 모듈당 성능으로 환산하면 약 5.3 TB/s(테라바이트)에 달한다.

현재 업계가 2026년 양산을 목표로 개발 중인 HBM4의 스택당 대역폭이 2 TB/s(테라바이트) 수준임을 고려하면, HB3DM은 경쟁 모델보다 2.6배가량 빠른 성능을 제공하는 셈이다. 쉽게 말해, 기존 HBM이 고속도로 차선(TSV)을 늘려 소통량을 확보했다면, HB3DM은 무선 연결과 수직 구조 혁신으로 차량의 제한 속도 자체를 2배 이상 높였다. 1초에 고화질 영화 수백 편을 옮길 수 있는 속도로, AI 연산 과정에서 프로세서가 메모리 응답을 기다리며 노는 병목 현상을 뿌리 뽑겠다는 전략이다.

구조적 설계도 파격적이다. 1세대 HB3DM9개 층을 쌓은 스택 구조로, 데이터 제어를 담당하는 하단 논리 계층 위에 8개의 DRAM 계층을 하이브리드 본딩기술로 결합했다. 각 층에는 약 13700개의 관통 전극(TSV)을 배치해 데이터 전송 효율을 극대화했다.

수평버리고 수직택했다… 전력 40% 절감하는 무선 혁신


소프트뱅크와 인텔이 추진하는 ZAM 기술은 기존 메모리 적층 방식의 고정관념을 깬다. 닛케이 XTECHZAM이 메모리 모듈을 수평이 아닌 수직 구성으로 설계하고, 독자적인 무선 방식을 도입해 회로 기판과의 직접 접합을 없앴다고 전했다.
이러한 설계는 고성능 메모리의 최대 약점인 발열을 해결하는 열쇠다. TV 도쿄 비즈는 “ZAM 설계가 기존 HBM 대비 열 방출 효율을 높여 전력 소비를 약 40% 절감한다고 보도했다. 저전력·고효율이 생명인 대규모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갖게 되는 지점이다. 두 회사는 오는 2027 회계연도까지 시제품 개발을 마치고 2029 회계연도에 상용화에 나설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협력을 계기로 인텔이 자사 팹(Fab) 내에서 직접 DRAM 제조를 재개하며 메모리 독립을 선언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본 정부 38억 엔 승부수… 메모리 패권 ·일 연합군결성


이번 프로젝트 뒤에는 일본 정부의 치밀한 계산이 깔려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 4월 프로젝트 초기 개발 지원금으로 최대 38억 엔(356억 원) 투입을 결정했다. 여기에 후지쯔, 일본개발은행(DBJ) 등이 약 40억 엔(375억 원) 규모의 공동 투자를 논의 중이다. 사실상 민관이 손잡고 한국의 HBM 독주 체제를 깨겠다는 의지다.

시장 참여자들은 성능 우위가 입증될 경우 엔비디아 등 큰 손들의 선택이 바뀔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인텔과 소프트뱅크가 무선 접합이라는 파괴적 혁신을 들고나온 상황이라서 한국 기업들이 공정 우위에만 안주한다면 메모리 주도권이 한순간에 넘어갈 수 있다고 경계한다.

물론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HB3DM은 용량 측면에서 10GB 수준에 불과해 최대 48GB를 지원하는 HBM4 대비 4분의 1 수준에 머문다. 초반에는 속도가 핵심인 틈새시장을 공략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또한, ‘무선 접합이라는 파격적인 기술의 신뢰성과 수율(양품 비율) 검증이라는 큰 산을 넘어야 한다. 2029년이라는 비교적 늦은 상용화 시점 역시 그사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격차를 더 벌릴 수 있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시장 참여자가 지금 확인해야 할 지표


인텔의 HB3DM 직접 생산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글로벌 파운드리 지형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업계는 인텔이 자사 팹의 공정 라인을 HB3DM 생산 체제로 신속히 전환할지 주목하고 있다.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하는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HBM4 표준화 작업에도 상당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무선 접합 기술을 앞세운 ZAM 방식이 차세대 표준 규격에 미칠 파급력에 따라 메모리 패권의 향방이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일본 정부의 행보도 매섭다. 차세대 파운드리 기업 라피더스에 이어 사이메모리에 최대 38억 엔의 보조금을 투입하기로 한 것은, 민관이 합심해 메모리 독립을 이루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 일본 정부와 소프트뱅크, 그리고 인텔로 이어지는 미·일 반도체 연합군의 추가 지원 규모가 확대될수록 한국 반도체의 초격차입지는 더욱 거센 도전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