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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채 100% 돌파, 재정 위기 경보… "헌법 개정해 부채 상한 강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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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채 100% 돌파, 재정 위기 경보… "헌법 개정해 부채 상한 강제해야"

GDP 추월한 31조 2700억 달러 빚더미… 이자 비용만 781조 원, 국방비 압도
한케 교수 "미국은 기능적 파산 상태", ‘재정 지배’에 갇힌 연준의 딜레마
존스홉킨스 대학교의 세계적인 경제학자 스티브 한케(Steve Hanke) 교수.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존스홉킨스 대학교의 세계적인 경제학자 스티브 한케(Steve Hanke) 교수. 사진=연합뉴스


미국의 나랏빚이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넘어서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재정 위기에 직면했다는 경고가 나왔다.

고금리 기조 속에 이자 비용이 국방비와 교육비를 합친 금액마저 넘어서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이 재정난에 휘둘리는 '재정 지배(Fiscal Dominance)' 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이다.

존스홉킨스 대학교의 세계적인 경제학자 스티브 한케(Steve Hanke) 교수는 지난 1일(현지시각)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미국은 헌법을 개정해서라도 부채 증가를 억제하는 '채무 제동장치(Debt Brake)'를 도입해야 한다"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야후 파이낸스(Yahoo Finance)는 3일(현지시각), 한케 교수가 미 상무부 경제분석국(BEA) 데이터를 인용해 미국 국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100%를 돌파한 사실을 지적하며 이같이 내용을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눈덩이 부채에 이자만 1조 달러… 국방비 집어삼킨 ‘이자 공포’


미 상무부 경제분석국과 의회예산처(CBO) 자료를 종합하면, 지난 3월 말 기준 미국의 공공보유 부채는 31조 2700억 달러에 이르렀다. 이를 4일 기준 환율로 계산하면 약 4경 6179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액수다.

이는 같은 기간 미국의 명목 GDP인 31조 2200억 달러(약 4경 6106조 원)를 넘어선 것으로, 국가 채무가 경제 규모를 추월한 것은 1940년대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더 심각한 대목은 부채의 질이다. 2026 회계연도 상반기(2025년 10월~2026년 3월) 동안 연방 정부가 지출한 순이자 비용은 5290억 달러(약 781조 2272억 원)를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국방비(4610억 달러·약 680조 4360억 원)와 교육비(700억 달러·약 103조 3200억 원)를 합친 금액을 웃돈다. 야후 파이낸스는 "과거의 과도한 차입이 미래의 재정 여력을 압살하는 구조적 위기"라고 진단했다.

부채 증가 속도도 가파르다. 연방 재정 적자는 이번 회계연도 상반기에만 1조 2000억 달러(약 1771조 2000억 원)를 기록했다.

도이치뱅크 분석팀은 "이자 비용 자체가 적자의 주된 원인이 되는 악순환에 빠졌다"라며 "이자 지출만 2036년에는 2조 1000억 달러(약 3099조 6000억 원)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재정 지배’에 갇힌 연준… 금리 인상 가로막는 빚더미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러한 재정 상황이 미 연준의 통화 긴축 정책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도이치뱅크는 보고서에서 "미국 국채가 감당하기 힘든 수준에 도달하면서 연준이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려 해도 재정 파탄이나 금융 위기 우려 때문에 주저하게 되는 ‘재정 지배’ 체제에 들어섰다"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지난 3월 미국의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전년 대비 3.2% 상승하며 연준 목표치를 상회했다. 이란과의 갈등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 등 대외 변수가 여전한 상황에서, 막대한 부채는 금리 결정의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JP모건 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Jamie Dimon) 회장 역시 "미국의 재정 궤도를 무한정 무시할 수는 없다"라며 시장에 경고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

특히 미·이란 분쟁으로 소모된 탄약 비축량을 채우기 위한 국방 예산 증액 압박은 재정에 추가 부담을 주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국방비를 연간 1조 5000억 달러(약 2214조 원) 수준으로 50%가량 증액하려 함에 따라, 내부에서도 재정 적자 확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처지다.

스위스식 ‘채무 제동장치’ 대안 부상… 구조적 개혁 불가피


한케 교수가 주장하는 '채무 제동장치'는 스위스나 독일이 도입한 제도로, 경기 변동에 맞춰 정부 부채 한도를 헌법적으로 강제하는 장치다.

한케 교수는 "미국 연방 정부는 연간 5만 2446달러를 벌면서 7만 3378달러를 쓰는 격"이라며 미국이 사실상 ‘기능적 파산 상태(Functionally Insolvent)’라고 비판했다.

사학자 나이얼 퍼거슨(Niall Ferguson)은 국방비보다 부채 이자 지출이 많아지는 현상을 ‘퍼거슨의 법칙’이라 명명하며, "이러한 자원 배분 왜곡은 국력을 쇠퇴시키고 외부의 군사적 도전에 취약하게 만든다"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이미 2024년에 이 임계점을 넘었으며, 현재 그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2030년대 후반 미 국채 금리가 경제 성장률을 추월하는 '부채의 소용돌이(Debt Spiral)'가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부채 상환 능력이 의심받기 시작하면 달러 패권에 대한 신뢰 하락과 더불어 전 세계 금융 시장의 변동성을 키우는 시한폭탄이 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향후 미국 정부의 정책 초점은 단순한 지출 억제를 넘어 부채 총량을 관리하는 법적 체계 마련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