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비앤비서 몰래 로봇 테스트한 스타트업, 호스트에 1866만 원 피소
‘비용 절감’ 앞세워 개인 주거지 무단 악용, 기술 윤리 논란 확산
공유 숙박 플랫폼의 상업적 변칙 이용, 법적·제도적 규제 강화 예고
‘비용 절감’ 앞세워 개인 주거지 무단 악용, 기술 윤리 논란 확산
공유 숙박 플랫폼의 상업적 변칙 이용, 법적·제도적 규제 강화 예고
이미지 확대보기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공유 숙박 플랫폼인 에어비앤비(Airbnb)를 중심으로,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이 일반 주거지를 무단으로 ‘로봇 테스트베드’로 악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글로벌 기술 업계의 윤리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주거용 임대차 계약을 상업적 목적의 실험장으로 둔갑시킨 이번 사례는 플랫폼 경제의 사각지대와 기술 지상주의가 낳은 부작용을 고스란히 드러냈다는 평가다.
31일(현지시각) 미국 기술 매체 톰스하드웨어(Tom’s Hardware) 및 샌프란시스코 스탠더드(San Francisco Standard)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20억 달러(약 3조 140억 원)의 기업 가치를 평가받는 스타트업 ‘더 봇 컴퍼니(The Bot Company)’가 일반인의 숙소를 비밀리에 로봇 테스트 장소로 사용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숙소인가 실험실인가”… 드러나는 무단 테스트 실태
이번 논란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에어비앤비 숙소를 운영하는 션 도노반(Sean Donovan) 씨가 숙소 파손 및 영업손실을 이유로 더 봇 컴퍼니 측에 1만 2383달러 50센트(약 1866만 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4월이었다. 도노반 씨는 8명 규모의 단기 체류객에게 11일간 숙소를 대여했다. 그러나 해당 숙박객들은 머무는 동안 대형 블랙 케이스에 담긴 테스트 장비를 수시로 반입했다.
체크아웃 이후 발견된 숙소 내부의 모습은 처참했다. 가구는 얼룩지고 식기세척기와 욕실 타일은 파손되었으며, 일부 집기는 사라지거나 난잡하게 흩어져 있었다.
도노반 씨는 주변 숙소 호스트들의 리뷰를 추적한 결과, 이들이 단순히 무례한 투숙객이 아니라 더 봇 컴퍼니 소속 직원들이었음을 확인했다. 또 다른 피해 호스트 역시 숙소 내부 화이트보드에 “미안하다, 최선을 다했다(Sorry :( Did my best!)”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는 일반적인 숙박 이용객의 행동이라기보다, 현장에서 기술적 한계에 부딪힌 엔지니어들의 고충이 담긴 메시지로 풀이된다.
20억 달러 규모 ‘유니콘’의 그늘… 기만적 경영 전략 비판
더 봇 컴퍼니는 자율주행 택시 기업인 크루즈(Cruise)의 전 최고경영자(CEO)이자 트위치(Twitch) 공동 창업자로 잘 알려진 카일 보그트(Kyle Vogt)가 지난해 설립한 기업이다.
이 회사는 가사 지원 로봇 개발을 목표로 이미 1억 5000만 달러(약 2260억 원) 규모의 시드 투자를 유치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스타트업의 성장 지상주의와 ‘일단 저지르고 보자’는 식의 운영 방식이 결합한 전형적인 사례라고 입을 모은다.
정식 테스트 필드를 구축하는 대신, 비용 절감을 위해 불특정 다수의 사적 공간을 기만적으로 이용한 행위는 민사상 불법 행위를 넘어 주거 지역의 zoning(용도 지역) 위반 및 사기성 거래에 해당할 소지가 크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업계 관계자들은 “공유 숙박 플랫폼이 초기 스타트업에게는 ‘비용 효율적인 연구소’로 보일 수 있겠지만, 이는 호스트의 동의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명백한 계약 위반”이라며 “기술 혁신이라는 명분이 개인의 재산권과 주거권 침해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법적 공방 예고… 플랫폼 경제 규제 강화하나
에어비앤비 측은 현재까지 피해를 호소하는 호스트들의 파손 보상 청구를 일부 거부하거나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번 소송은 향후 에어비앤비와 같은 공유 경제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상업적 목적의 변칙 이용’에 대한 법적 잣대를 마련하는 중요한 판례가 될 전망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에어비앤비가 단기 숙박객의 신원 검증은 물론, 숙박 목적 외 사용을 방지하기 위한 강도 높은 약관 개정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를 비롯한 대도시에서 주거난과 공유 숙박이 맞물려 있는 상황에서, 플랫폼 측의 대응이 기술 스타트업의 기습적인 ‘실험실화’를 막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기술이 일상을 침범하는 속도가 법적·윤리적 가이드라인을 앞지르면서, 더 봇 컴퍼니의 이번 ‘로봇 실험’은 혁신을 꿈꾸는 기업들이 도덕적 해이 앞에서 얼마나 쉽게 무너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뼈아픈 반면교사가 되고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