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인공지능(AI) 혁명울 주도하는 뉴욕증시 1등 대장주에 도전하는 기업이 등장해 주목을 끌고 있다. 엔비디아가 구축한 그래픽처리장치(GPU) 생태계와 독점적 소프트웨어 플랫폼 '쿠다(CUDA)'의 벽은 적어도 지금까지는 넘사벽 난공불락이다. 그러나 이러한 독점 구조에 정면으로 균열을 내며 빅테크 기업들과 글로벌 투자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기업이 있다. 그 화제의 주역은 바로 세레브라스 시스템즈(Cerebras Systems)이다. 컴퓨터 아키텍처의 패러다임을 송두리째 바꾸며 '엔비디아 대항마'의 최전선에 선 이 회사의 중심에는 연쇄 창업가이자 파괴적 혁신가인 앤드류 펠드먼(Andrew Feldman) CEO가 있다. 테크 업계에서 수십 년간 축적된 그의 전략적 혜안과 실행력은 세레브라스를 단순한 스타트업을 넘어 차세대 AI 인프라의 핵심 축으로 성장시킨 원동력이다.
세레브라스 시스템즈는 2016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서니베일)에서 설립된 AI 전용 컴퓨팅 시스템 전문 기업이다. 회사명인 '세레브라스(Cerebras)'는 대뇌를 뜻하는 라틴어 'Cerebrum'에서 유래한 것으로, 인간의 뇌처럼 방대하고 유기적인 초고속 연산 장치를 만들겠다는 창업자들의 비전이 담겨 있다. 세레브라스가 반도체 업계에 몰고 온 가장 큰 충격은 '웨이퍼 스케일 인티그레이션(Wafer-Scale Integration, WSI)' 기술의 상용화이다. 전통적인 반도체 제조 공정은 둥근 실리콘 웨이퍼 위에 수백 개의 작은 칩(Die)을 인쇄한 뒤, 이를 각각 잘라내어 패키징하는 방식을 취한다. 엔비디아의 H100이나 Blackwell 역시 이러한 방식으로 제작된 칩들을 상호 연결하여 시스템을 구성한다.
세레브라스는 웨이퍼를 자르지 않고, 직경 300mm(12인치) 웨이퍼 한 장 전체를 단 하나의 초거대 반도체로 사용하는 파격적인 아키텍처를 도입하였다. 이것이 바로 세레브라스의 핵심 자산인 '웨이퍼 스케일 엔진(Wafer Scale Engine, WSE)'이다.
가장 최신 모델인 WSE-3(Wafer Scale Engine 3)는 단일 칩 기준으로 세계 최대 크기를 자랑한다. 일반적인 엔비디아 GPU보다 크기가 약 56배 이상 크며, 단 하나의 칩에 무려 4조 개가 넘는 트랜지스터와 90만 개의 AI 최적화 컴퓨팅 코어, 그리고 44기가바이트(GB)의 온칩(On-chip) 스램(SRAM) 메모리가 집적되어 있다.
엔비디아 시스템의 가장 큰 병목 현상은 '칩과 칩 사이의 통신 속도(인터커넥트 도메인)'와 '메모리 대역폭'에서 발생한다. 수만 개의 GPU를 케이블과 스위치로 연결하여 거대한 고성능 컴퓨팅(HPC) 클러스터를 구축할 때, 데이터가 물리적 선로를 이동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전력 소모와 지연 시간(Latency)이 발생하게 된다. 세레브라스의 WSE는 이 통신 과정을 하나의 실리콘 웨이퍼 내부에서 해결한다. 실리콘 내부의 미세 회로를 통해 데이터가 이동하므로, 엔비디아 클러스터 대비 통신 대역폭은 수천 배 빠르고 전력 효율성은 극대화된다. 세레브라스의 최신 컴퓨팅 시스템인 'CS-3'는 단 한 대만으로 엔비디아 GPU 수백 대에서 수천 대로 구성된 서버 랙과 맞먹는 LLM 훈련 성능을 발휘하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러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레브라스는 중동의 AI 거물 기업인 아부다비의 G42와 수십억 달러 규모의 슈퍼컴퓨터(콘도르 갤럭시) 구축 계약을 체결하였으며, 글로벌 제약사(글락소스미스클라인), 미국 국립연구소(아르곤 국립연구소) 등을 주요 고객사로 확보하며 엔비디아의 유일무이한 대안으로 급부상하였다.
엔비디아 독점 타도 중심에 앤드류 펠드먼(Andrew Feldman)라는 인물이 있다. 앤드류 펠드먼은 기술적 전문성과 고도의 경영 전략, 그리고 강력한 시장 개척 능력을 동시에 겸비한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연쇄 창업가(Serial Entrepreneur)이다. 그는 단순히 엔지니어링의 성과에만 머무는 경영자가 아니라, 기존 시장의 판도를 읽고 파괴적 비즈니스 모델을 정착시키는 데 탁월한 능력을 증명해 왔다. 펠드먼은 스탠퍼드 대에서 학사 및 경영학 석사(MBA) 학위를 취득하였다. 그는 실리콘밸리의 기술 진화 과정을 현장에서 직접 목격하며, 하드웨어 아키텍처의 변화가 소프트웨어 혁신을 어떻게 견인하는지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세레브라스를 창업하기 전, 그의 이름을 세계 테크 업계에 각인시킨 결정적 계기는 서버 스타트업 '시마이크로(SeaMicro)'의 창업이었다. 2007년 그가 공동 창업한 시마이크로는 당시 전력 소비가 극심했던 데이터 센터용 서버 시장에 초저전력 마이크로서버 아키텍처를 제시하며 파란을 일으켰다. 대형 서버의 구조를 혁신하여 전력 소비를 4분의 1로, 공간 점유를 6분의 1로 줄이는 데 성공한 시마이크로는 기술력을 인정받아 2012년 글로벌 반도체 거두인 AMD에 3억 3,400만 달러에 피인수되었다.AMD에 합류한 이후 펠드먼은 부사장 겸 데이터 센터 비즈니스 부문 총괄 책임자로 근무하며 글로벌 반도체 거대 기업의 공급망 관리, 대규모 조직 운영, 대정부 및 대기업 파트너십 구축 전략을 완벽히 체득하였다. 이때의 경험은 향후 그가 세레브라스를 창업하고 엔비디아라는 거인과 맞설 수 있는 강력한 맷집과 자양분이 되었다.
펠드먼의 경영 철학은 "점진적 개선은 무의미하다. 생존을 위해서는 10배, 아니 100배 더 나은 솔루션을 제시해야 한다"는 문장으로 요약된다. 그는 후발 주자가 선두 주자의 아키텍처를 그대로 모방해서는 결코 시장을 뒤집을 수 없다고 믿는다. 세레브라스가 반도체 업계에서 지난 수십 년간 불가능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웨이퍼 스케일 컴퓨팅'에 사활을 건 이유도 여기에 있다.그는 엔지니어들의 창의성을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리더로 유명하다. "반도체 설계는 물리학과 재료공학의 한계에 도전하는 예술"이라고 말하는 그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실리콘밸리의 전통적 모험 정신을 기업 문화에 이식하였다. 또한, 뛰어난 기술을 시장의 언어로 번역하여 투자자와 고객을 설득하는 세일즈 및 마케팅 능력 역시 펠드먼이 가진 독보적인 역량이다.
앤드류 펠드먼이 세레브라스의 '뇌'이자 '입' 역할을 수행한다면, 그의 뒤에는 컴퓨터 아키텍처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전설적인 엔지니어들이 포진해 있다. 세레브라스는 펠드먼을 포함한 총 5명의 공동 창업자에 의해 설립되었으며, 이들은 과거 시마이크로(SeaMicro) 시절부터 호흡을 맞춰온 최정예 팀이다.
① 게리 로터바흐 (Gary Lauterbach) – 최고기술책임자(CTO)
인물 개요: 세레브라스 기술 아키텍처의 총설계자이자 컴퓨터 구조학의 거장이다.
주요 경력: 시마이크로의 공동 창업자이자 CTO였으며, 그 이전에는 선 마이크로시스템즈(Sun Microsystems)에서 수석 설계자로 근무하며 전설적인 '울트라스파크(UltraSPARC)' 프로세서 개발을 주도하였다. 40개 이상의 마이크로프로세서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핵심 역할: 웨이퍼 한 장을 통째로 구동하기 위해서는 열팽창, 수율 저하, 전력 공급 분배 등 극한의 물리적 난제를 해결해야 한다. 게리 로터바흐는 고도의 패키징 기술과 혁신적인 전력 밀도 제어 시스템을 고안하여 WSE 아키텍처를 이론에서 실제 현실의 영역으로 끌어내린 인물이다.
② 숀 리 (Sean Lie) – 최고하드웨어아키텍트 (Chief Hardware Architect)
인물 개요: 초집적 반도체 회로 설계 및 로직 아키텍처 전문가이다.
주요 경력: 시마이크로의 수석 아키텍트였으며, AMD 체제에서도 데이터 센터 칩 설계를 주도하였다.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MIT)에서 전기공학 및 컴퓨터과학 학사와 석사 학위를 받았다.
핵심 역할: WSE-3 내부에 집적된 90만 개의 코어가 상호 지연 없이 빛의 속도로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최적화된 내부 네트워크 구조(Fabric)를 설계하였다. 반도체 내부의 하드웨어 스케줄링과 메모리 배치 구조를 최적화하여 AI 연산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③ 장 필립 프리커 (Jean-Philippe Fricker) – 시스템 아키텍처 부문 부사장
인물 개요: 하드웨어 시스템의 물리적 구현과 하이엔드 하드웨어 제조 분야의 권위자이다.
주요 경력: 시마이크로 하드웨어 부사장, 선 마이크로시스템즈 수석 엔지니어를 역임하였다. 대규모 시스템의 전기, 기계, 열 역학적 설계를 전문으로 한다.
핵심 역할: WSE 칩은 가동 시 막대한 열을 방출한다. 프리커 부사장은 일반적인 공랭식(공기 냉각)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초거대 반도체를 위해, 시스템 내부에 특수 액체를 순환시키는 고효율 수액 냉각(Liquid Cooling) 시스템과 특수 하우징을 개발하여 CS-3 시스템의 안정성을 확보하였다.
④ 마이클 제임스 (Michael James) – 소프트웨어 아키텍처 부문 부사장
인물 개요: 하드웨어의 잠재력을 100% 끌어올리는 하이퍼포먼스 컴퓨팅(HPC) 소프트웨어 전문가이다.
주요 경력: 시마이크로 소프트웨어 아키텍트 출신으로, 대규모 병렬 컴퓨팅 환경에서의 소프트웨어 스택 구축에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핵심 역할: 엔비디아가 '쿠다(CUDA)'라는 강력한 소프트웨어 생태계로 시장을 장악했듯, 세레브라스 역시 하드웨어를 제어할 소프트웨어가 필수적이다. 마이클 제임스는 개발자들이 기존의 파이토치(PyTorch)나 텐서플로(TensorFlow)로 작성한 AI 모델을 세레브라스의 거대 칩에 코드 수정 없이 그대로 컴파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세레브라스 소프트웨어 플랫폼(Cerebras Software Platform)' 개발을 총괄하고 있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 연구소장 tiger8280@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