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 이후 '정치적 동반자'에서 '짐'으로 전락한 트럼프 브랜드
지지율 33%로 집권 2기 최저… 유럽 민족주의 우파도 등 돌려
지지율 33%로 집권 2기 최저… 유럽 민족주의 우파도 등 돌려
이미지 확대보기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 극우 민족주의 진영의 마지막 교두보였던 이탈리아 조르자 멜로니 총리와 공개 설전을 벌이면서, 이란 전쟁을 계기로 가속화된 대서양 동맹의 균열이 이념적 우파 연대에도 번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3일(현지시각) "트럼프와의 연대를 '자산'으로 여겼던 유럽 민족주의 우파 정치인들이 이제 그를 '부채'로 인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G7 사진 한 장이 불붙인 공개 결별
발단은 이달 16~17일 프랑스 에비앙레뱅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탈리아 방송 라세테(La7)와의 인터뷰에서 멜로니 총리가 자신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애원했다"고 주장하며, "불쌍해서 들어줬다"고 말했다.
멜로니 총리는 즉각 영상 메시지를 올려 "완전히 꾸며낸 이야기"라며 반박했다. "나와 이탈리아는 절대 구걸하지 않는다"는 그의 발언은 이탈리아 야당 의원들에게서도 지지를 이끌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날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트루스소셜에 "멜로니가 G7에서 나에게 사진을 거듭 요청했다"며 공세를 이어갔다. 그는 "인기가 추락한 멜로니가 이란 전쟁에서 미국을 도운 뒤 우리 편으로 돌아오길 원한다"며 "사양한다"고 못 박았다.
멜로니 총리는 이에 "이 끊임없는 근거 없는 공격은 무의미하다"며 "당신과 친구였던 것이 내 지지율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쐐기를 박았다.
이탈리아 외무장관 안토니오 타자니는 미국 방문 일정을 전격 취소했고, "미국이 이탈리아를 이런 식으로 모욕해선 안 된다"고 외쳤다.
존스홉킨스대 고등국제학연구소(SAIS)의 나탈리 토치 교수는 뉴스위크에 "교황(레오 14세) 문제로 멜로니와 트럼프의 결별은 이미 시작됐다"며 "이제 모든 유럽 지도자들에게, 마침내 멜로니에게도, 트럼프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명확해졌다"고 말했다.
이란 전쟁이 끊은 이념적 연대
트럼프와 유럽 극우 진영의 균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초 마드리드에서 '유럽을 다시 위대하게(Make Europe Great Again)'를 내걸고 결집했던 유럽 민족주의 우파는 이란 전쟁을 기점으로 각자도생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프랑스 마린 르펜, 독일 독일을위한대안당(AfD)은 이란 전쟁이 자국 이익에 반한다며 공개 비판에 나섰다. AfD의 티노 흐루팔라는 올해 3월 "트럼프는 평화의 대통령으로 시작했지만, 결국 전쟁의 대통령으로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 나이젤 패라지는 트럼프와의 연대를 의도적으로 희석시키고 있다. 한 여론조사에서 영국 유권자들이 개혁당을 지지하지 않는 이유로 '패라지의 트럼프 지지'를 1위(37%)로 꼽을 만큼 트럼프는 영국 극우 진영에도 부담이 됐다.
헝가리 빅토르 오르반 총리는 제이디 밴스 부통령의 선거 지원 방문에도 총선에서 큰 차이로 패배했다.
이탈리아는 멜로니의 반대에도 유럽에서 이란 전쟁 여파로 특히 큰 경제적 타격을 입었다. 천연가스 수입 의존도가 높은 이탈리아는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수출 경쟁력이 약화됐고, 미국의 관세 부과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었다.
루이스 귀도 카를리 대학교(LUISS)의 로렌조 카스텔라니 정치학 교수는 WSJ에 "자국 이익을 최우선으로 내세워 지지를 얻은 정당들이 미국의 이익을 옹호하기란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트럼프가 한 말과 이란 전쟁 모두로 인해 모두가 그에게서 도망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브랜드' 소멸… 대서양 동맹의 구조적 변화
매사추세츠대 앰허스트가 유거브에 의뢰해 미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33%로 집권 2기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란 전쟁 지지율은 29%로 더 낮았다. 트럼프 지지율은 재집권 초기 47%에서 가파르게 하락했다.
미국 내 지지율 약화와 유럽 우파의 이탈이 맞물리면서 트럼프식 민족주의의 국제적 구심력은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브루킹스연구소의 E.J. 디온 거버넌스 연구위원은 WSJ에 "트럼프는 유럽 지도자들에게 장기적으로 미국에 기댈 수 없다는 신호를 보냈다"며 "이 동맹이 이전과 같은 형태로 복원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멜로니와 트럼프가 G7에서 소파에 나란히 앉아 대화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지만, "여전히 친구"라는 멜로니의 말은 며칠 뒤 공개 결별 선언으로 뒤집혔다.
유럽의 극우 정치인들이 트럼프를 '교두보'가 아닌 '걸림돌'로 규정하는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다.
진형근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inwook@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