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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390이 선점한 하늘길… 폴란드 MRO가 가르는 K-수송기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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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390이 선점한 하늘길… 폴란드 MRO가 가르는 K-수송기 운명

엠브라에르, 폴란드 WZL-2와 군수지원 동맹… 모로코엔 C4I 패키지 6억 달러 공습
기체 공급 넘어 운용 생태계 판매 전략… 대응 지연 시 국산 MC-X 시장 봉쇄 우려
브라질 항공우주 기업 엠브라에르가 중형 수송기 'C-390 밀레니엄'을 앞세워 유럽과 아프리카 시장의 운용 생태계를 선점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이미지 확대보기
브라질 항공우주 기업 엠브라에르가 중형 수송기 'C-390 밀레니엄'을 앞세워 유럽과 아프리카 시장의 운용 생태계를 선점하고 있다. 이미지=제미나이3

브라질 항공우주 기업 엠브라에르가 중형 수송기 'C-390 밀레니엄'을 앞세워 유럽과 아프리카 시장의 운용 생태계를 선점하고 있다.

한국 방산의 최대 거점인 폴란드 현지 정비망을 장악한 데 이어, 북아프리카 교두보인 모로코와도 대규모 패키지 수출 계약을 조율 중이다. 이는 현재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중심으로 다목적 전술수송기(MC-X) 개발을 추진 중인 한국 방산 업계에 단순한 시장 경쟁을 넘어 '진입 경로 자체의 차단'이라는 중대한 리스크를 던진다.

폴란드 국영 기업과 손잡은 브라질, 유럽·아프리카 동시 공습


방산 전문매체 테크노데페사는 엠브라에르가 25(현지시각) 폴란드 국영 방산 그룹(PGZ) 산하 최대 항공 정비 기업인 WZL-2C-390 후속 군수지원(MRO)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협약은 폴란드 공군의 차세대 수송기 사업을 겨냥한 사전 포석이다. 유럽 방산의 허브이자 동유럽 재수출 거점인 폴란드에 MRO 인프라를 구축함으로써, 향후 유럽 전역의 수송기 공급망을 브라질 주도로 고착하겠다는 전략이다.

아프리카 전선의 공세도 정교하다. 항공 전문매체 에어웨이는 지난 24(현지시각) 엠브라에르가 모로코 공군에 C-390 4~5대를 공급하는 6억 달러(9267억 원) 규모의 계약을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엠브라에르의 핵심 전술은 기체 판매에 머무르지 않고, 자회사 아텍의 군 지휘통제(C4I) 시스템까지 하나로 묶어 제공하는 '운용 생태계 패키지'. 플랫폼 신뢰성과 합동작전 연동 능력을 동시에 요구하는 모로코 정부의 유인책을 정확히 파고들었다는 평가다.

체급 차이 무색한 직접 경쟁, 국산 MC-X 설 자리 좁아진다


엠브라에르 C-390의 광폭 행보는 한국형 전술수송기 MC-X의 미래 서사를 위협한다. C-390은 최대 적재량 26t에 쌍발 제트 엔진을 탑재해 고속 비행과 전략·전술 혼합 운용에 강점이 있다.

반면 체계 개발 검토 단계인 한국의 MC-X는 적재량 20t 내외에 쌍발 터보팬이나 터보프롭 엔진 적용을 검토 중이며, 저렴한 운용비를 무기로 전술 임무에 집중하는 개념이다. 양 기종은 체급과 추진 방식에서 차이가 있지만, 글로벌 C-130 수송기 대체 수요라는 동일 시장을 겨냥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직접 경쟁 구도에 놓인다.

방산 전문가들은 항공기 사업의 특성상 한 번 특정 플랫폼의 정비·물류 인프라가 종속되면 향후 30년 이상 후속 기종으로 전환하기가 극히 어렵다고 경고한다.

C-390은 이미 한국 공군의 대형수송기 2차 사업을 비롯해 포르투갈,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스웨덴 등 세계 12개국에서 선택받았다. 후발 주자인 한국이 기체를 완성하기도 전에 주요 수출 영토를 빼앗기는 상황에 직면한 셈이다.

글로벌 공급망 병목은 기회, 기존 K-방산 네트워크 연계해야


다만 엠브라에르 독주 체제에도 약점은 존재한다. C-390은 미국 GE의 엔진을 비롯해 글로벌 항공 부품 공급망에 의존하고 있어, 서방 진영의 항공 부품 병목 현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중남미에 편중된 생산 기반의 한계로 인해 주문량 증가 속도를 생산 속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인도 지연 리스크가 불거지고 있다.

이러한 브라질의 생산 지연 변수는 한국 방산 업계에 전략적 기회 요인이다. 한국이 MC-X의 시장 진입 봉쇄를 막아내려면 기존의 교과서적인 일정 단축을 넘어 보다 공격적인 패키지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우선 폴란드에 이미 구축된 K2 전차, K9 자주포, FA-50 경공격기를 통해 확보한 거대한 현지 생산 및 MRO 네트워크를 항공 분야와 연계해야 한다. 한국산 무기 체계를 쓰면 군수 지원과 유기적 통합이 한 곳에서 해결된다는 대안 서사를 제시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이나 수출금융 제도를 결합해 금융 부담을 낮춰주고, 나토(NATO) 규격과의 연계성을 보장하는 패키지를 선제적으로 제안한다면 틈새 수요를 파고들 공간은 충분히 열려 있다.

플랫폼이 아닌 생태계를 파는 브라질의 공습에 맞서, 국내 항공우주 업계가 가진 제조 역량과 금융 자원을 총동원한 맞춤형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대응이 지연될 경우 MC-X는 개발 완료 시점에 이미 수출 시장이 사라진 플랫폼이 될 수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