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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전기차, 핀란드서 신뢰 장벽에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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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산 전기차, 핀란드서 신뢰 장벽에 막혔다

BYD 유럽 성장세에도 핀란드 점유율 1.8%…데이터·안보 의심이 가격 경쟁력 눌러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유럽 시장 공략을 확대하고 있지만 핀란드 등 서방 시장에서는 데이터 보안과 지정학적 불신이 판매 확대의 핵심 장벽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챗GPT이미지 확대보기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유럽 시장 공략을 확대하고 있지만 핀란드 등 서방 시장에서는 데이터 보안과 지정학적 불신이 판매 확대의 핵심 장벽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챗GPT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유럽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핀란드에서는 낮은 가격과 기술력만으로 소비자를 설득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차의 성능보다 중국 정부와의 관계, 데이터 보안, 지정학적 불신이 구매 판단의 더 큰 변수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핀란드 헬싱키 현장 취재를 통해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서방 시장에서 마주한 핵심 장벽은 기술보다 신뢰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 유럽선 질주, 핀란드선 고전

유럽 전체로 보면 비야디의 성장세는 거세다. WSJ에 따르면 비야디의 유럽 등록 대수는 2026년 초 전년 대비 약 3배로 늘었고 한때 유럽 전체 판매에서 테슬라를 앞지르기도 했다.

그러나 핀란드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헬싱키 지역 비야디 판매 담당자는 해당 매장에서 월 8~20대, 전국적으로는 월 60대 안팎의 비야디가 팔린다고 설명했다. 이는 “판매가 늘고는 있지만 시장 전체로 보면 아직 미미한 수준이라는 뜻”이라고 WSJ는 지적했다.

핀란드 최대 일간지 헬싱인 사노마트는 “비야디의 핀란드 승용차 시장 점유율은 올해 1~5월 기준 1.8%에 그쳤다”고 전했다. 비야디는 핀란드에서 13번째로 많이 팔린 브랜드에 머물렀고 토요타와 폭스바겐에는 크게 뒤처졌다.

이는 중국 전기차가 유럽 전체에서는 가격 경쟁력과 빠른 제품 출시로 존재감을 키우고 있지만 모든 시장에서 같은 속도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드러낸다고 WSJ는 전했다.

◇ 핀란드 소비자, 차 구매 자체를 미룬다


핀란드에서 중국 전기차가 고전하는 첫 번째 이유는 자동차 시장 자체의 위축이다. 지난해 핀란드의 신규 승용차 등록 대수는 7만1888대에 그쳤다. 통상 10만대 수준이던 시장 규모를 크게 밑돈 것이다.

헬싱인 사노마트는 “우크라이나 전쟁, 예측하기 어려운 미국 행정부, 이란 전쟁 등이 소비 심리를 얼어붙게 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처럼 큰돈이 들어가는 소비를 미루는 분위기에서는 신생 브랜드나 정치적 논란이 있는 브랜드가 더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전기차 전환에 신중한 소비자일수록 익숙한 유럽·일본 브랜드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

핀란드에서는 전기차 자체도 아직 보수적인 운전자들에게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핀란드 교통장관이 내연기관은 영원히 남을 것이라고 말했을 정도로 전기차 전환에 대한 회의적 정서가 적지 않다.

◇ “차가 감시하나” 데이터 의심


중국 전기차를 둘러싼 더 큰 장벽은 중국이라는 국가 이미지다.

핀란드 소비자들은 중국산 전기차가 자신들을 감시하는지, 원격으로 차를 멈출 수 있는 ‘킬 스위치’를 갖고 있는지, 자신들이 낸 돈이 중국 공산당으로 흘러가는지 묻는다고 헬싱인 사노마트는 전했다.

이런 의심은 핀란드만의 문제가 아니다. 유럽 전역에서 중국산 커넥티드카와 전기차를 둘러싼 데이터 보안, 인권, 국가 보조금, 안보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핀란드는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북유럽 국가로 안보 민감도가 높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핀란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했고, 지정학적 위험에 대한 사회적 경계심도 커졌다.

이런 환경에서 중국 기업이 만든 커넥티드카는 단순한 자동차가 아니라 데이터 수집 장치이자 잠재적 안보 위험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가격이 낮고 배터리 기술이 뛰어나도 신뢰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구매로 이어지기 어렵다.

◇ EU 관세도 불신의 신호로 작용


유럽연합(EU)은 지난 2024년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중국 정부 보조금에 따른 불공정 경쟁을 문제 삼은 조치지만 소비자에게는 중국 전기차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신호로 읽힐 수 있다.

헬싱인 사노마트는 EU 관세가 사람들에게 무언가 벌어지고 있다는 잠재적 메시지를 준다고 해석했다. 차를 사는 사람 자체가 줄었고 그중 일부는 전기차를 불신하며 전기차에 마음을 연 소비자 중에서도 일부는 여전히 중국을 불신한다는 설명이다.

비야디의 가격 경쟁력은 분명하다. WSJ가 방문한 전시장에서 비야디 세단은 4만9690유로(약 8600만원)부터 시작했다. 판매 담당자가 비교 대상으로 든 테슬라 모델은 약 6만5000유로(약 1억1300만원)였다. 비야디 측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가 일부 서방 배터리 기술보다 안전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러나 핀란드 소비자에게 가격 차이는 결정적 변수가 되지 못하고 있다. 낮은 가격은 관심을 끌 수 있지만 데이터와 안보에 대한 의심을 지우기에는 충분하지 않다는 얘기다.

◇ 비야디, 헝가리 생산으로 관세 대응


비야디는 EU 관세에 대응하기 위해 유럽 현지 생산을 확대하고 있다. 헝가리 공장은 올해 시험 생산을 시작했으며 비야디는 연말까지 EU 역내 생산 차량을 내놓아 관세 부담을 피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럽 안에서 생산한 차량은 중국산 수입차보다 관세 부담이 낮아질 수 있다. 이는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유럽 시장을 포기하지 않고 공급망을 현지화하려는 전략을 보여준다.

WSJ는 중국 업체들이 서방 관세 규정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이와 달리 중국과 연결된 커넥티드카 기술을 사실상 금지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으며 집행은 2027년부터 단계적으로 시작된다.

한 중국 전기차 업체 임원은 “무역 긴장에도 공격적 전략은 유지된다”고 WSJ에 말했다. 그는 캐나다가 미국이 사실상 봉쇄한 북미 시장으로 들어갈 수 있는 창을 열어주고 있다며 중국 기업들이 글로벌 규모를 키우려면 유럽과 미국을 모두 필요로 한다고 설명했다.

◇ 전기차 비중 높지만 개인 구매는 별개


핀란드에서 유통 중인 전기차 규모만 보면 시장은 매우 앞서 있다. 올해 상반기 핀란드 신차 판매의 47.8%는 순수 전기차였다.

그러나 이 수치도 중국 전기차에 곧바로 유리하게 작용하지는 않는다. 헬싱인 사노마트는 “핀란드의 전기차 상당수가 기업의 환경 목표 달성을 위해 리스되는 법인차”라고 설명했다. 개인 소비자가 자신의 돈으로 비야디와 폭스바겐을 놓고 비교해 선택하는 구매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법인 리스는 기업의 탄소 감축 목표, 세제, 총소유비용 계산에 따라 움직인다. 반면 개인 구매는 브랜드 신뢰, 중고차 가치, 사후서비스, 가족 안전, 정치적 이미지까지 함께 고려한다.

중국 전기차가 핀란드에서 진짜 벽을 마주하는 지점도 여기다. 법인 차량 시장에서는 가격과 스펙이 중요하지만, 개인 시장에서는 신뢰가 더 강하게 작용한다.

◇ 기술 문제는 풀었지만 신뢰는 남았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배터리, 소프트웨어, 가격 경쟁력, 생산 속도에서 이미 세계적 수준에 올랐다. 비야디를 비롯한 중국 브랜드들은 내수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거치며 빠르게 제품력을 높였다.

그러나 서방 시장에서는 다른 문제가 남아 있다. 기술이 좋다는 사실만으로 소비자가 브랜드를 신뢰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 특히 자동차가 인터넷에 연결되고 운전 데이터와 위치 정보를 수집하는 시대에는 제조사의 국적과 정부와의 관계가 구매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핀란드는 이런 신뢰 장벽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시장이다. 중국 전기차의 유럽 판매가 빠르게 늘고 독일 같은 대형 시장에서는 가격 경쟁력이 의심을 잠시 눌러버릴 수 있다. 그러나 데이터, 품질, 지정학을 둘러싼 불신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뒤로 밀려 있을 뿐이라고 WSJ는 지적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