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간 백악관 정상회담 종료… 1월 10일까지 무역 휴전 연장·소규모 상공회의소 협정 합의
희토류 보복 무기화·대만 140억 달러 무기 지원 보류 등 中 판정승… 美 일방적 압박 전략 실패
서면 합의서 부재·실무 채널 축소로 오해 위험 여전… 전문가 "갈등 해결 아닌 교착 상태의 관리"
희토류 보복 무기화·대만 140억 달러 무기 지원 보류 등 中 판정승… 美 일방적 압박 전략 실패
서면 합의서 부재·실무 채널 축소로 오해 위험 여전… 전문가 "갈등 해결 아닌 교착 상태의 관리"
이미지 확대보기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의 3일간에 걸친 42시간 워싱턴 국빈 정상회담이 25일(현지시각) 공식 종료됐다.
양국 정상은 공항 직접 영접, 백악관 국빈 만찬, 제2차 세계대전 '항일 공동 전투' 동맹 역사 소환 등 전례 없이 화려한 수사와 의전을 쏟아내며 밀착 관계를 연출했으나, 양국 패권 경쟁의 본질인 첨단 기술 통제, 대만 해협 안보, 공급망 단절 등 핵심 난제에 대해서는 어떠한 구조적 해법도 내놓지 못한 채 '불안한 임시 휴전'에 합의하는 데 그쳤다.
9월 26일(현지시각) 홍콩 영자 일간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뉴욕발 분석 기사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의 주요 외교 안보 싱크탱크와 통상 전문가들은 이번 정상회담을 '갈등의 근본적 해결이 아닌, 위험천만한 교착 상태(Stalemate)의 일시적 관리'로 규정했다.
공항 깜짝 영접부터 '동등한 대국' 대우… 中, 전략적 실리 챙겨
이번 회담에서 가장 두드러진 대목은 미국 측이 시 주석에게 제공한 파격적인 국빈 예우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상 차관급 실무자가 맡던 관례를 깨고 앤드루스 공군기지 활주로에 직접 나가 시 주석을 영접했다.
이는 지난 5월 트럼프 방중 당시 시 주석이 공항에 나오지 않았던 점과 뚜렷이 대비된다.
시 주석 역시 집권 14년 동안 단 두 차례뿐인 '해외에서의 중추절(추석) 체류'를 감수하며 정상외교에 공을 들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의 실질적 승자로 중국을 꼽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트럼프 행정부가 공언했던 125% 고율 관세 위협을 '글로벌 희토류 공급망 통제'라는 자원 무기화로 단번에 무력화시켰으며, 이를 바탕으로 미국과의 무역 휴전 기간을 내년 1월 10일까지 성공적으로 연장해 냈다.
그 사이 미국은 대만에 예정되어 있던 140억 달러(약 18조 7,000억 원) 규모의 첨단 무기 공급을 연기했고, 이란산 원유를 우회 수입한 중국 은행과 정유소에 대한 미국의 금융 제재 카드 역시 뒤로 물러섰다.
여기에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등 클린테크 전반의 압도적 시장 지배력까지 더해지면서 시 주석은 백악관에서 트럼프와 완벽히 '동등한 초강대국(Equal Superpower)'으로서의 위상을 각인시켰다.
스콧 케네디(Scott Kennedy)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수석고문은 "행정부의 일방적인 대중 압박 전략은 설계부터 잘못되었으며 중국을 굴복시키지 못했다"며 "지금은 시진핑의 시간이며, 상대적 안정은 중국이 국내 경제를 수습하고 독자 공급망을 다질 완벽한 시간을 벌어주었다"고 꼬집었다.
윤선(Yun Sun) 스팀슨센터 중국 담당 이사 역시 "중국은 확실한 반격과 보복 역량을 입증했고, 시 주석은 미국 대통령과 동등한 반열에서 회담을 마쳤다"고 평가했다.
서면 합의 없는 '깜깜이' 거래… "실무 관료 배제돼 오해 위험 증폭"
화려한 만찬과 달리 이번 정상회담에서 도출된 가시적 성과는 지극히 제한적이다.
양국은 농산물, 의류, 소비재 등 '비전략적 품목' 중심의 제한적 관세 조정을 담은 상무위원회(Board of Trade) 협정을 논의했으나, 세부 실행안은 발표를 미룬 채 차기 실무진으로 넘겼다.
더 큰 문제는 수년간의 정밀한 실무 협상을 거치는 전통적 정상외교와 달리, 두 정상의 직관과 개인적 친분에만 의존하는 '탑다운(Top-down)' 거래 방식이 굳어졌다는 점이다.
양국 정부가 관료 조직과 군사 대화 채널을 대폭 축소한 상태에서 명문화된 구속력 있는 서면 합의서조차 남기지 않아 향후 해석 차이에 따른 충돌 위험이 오히려 커졌다.
에밀리 킬크리스(Emily Kilcrease) 신미국안보센터(CNAS) 선임연구원은 "양국 정상의 대화 이면에는 수많은 오해와 상반된 인식이 도사리고 있다"며 "기초적인 상호 신뢰가 완전히 바닥난 상태에서 비상시 연락할 수 있는 실무 핫라인마저 축소된 것은 매우 위험한 구조"라고 지적했다.
"시간은 우리 편" 동상이몽… 韓·日 등 동맹국 이탈 가속 경고
두 정상은 겉으로는 '위대한 우정'을 과시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시간은 결국 우리 편"이라는 극단적인 동상이몽에 빠져 있다.
에드가 케이건(Edgard Kagan) 전 주중 미국대사관 정치공사는 "미국은 대체 핵심 광물 개발과 반도체 리쇼어링을 완수할 때까지 시간벌기가 가능하다고 믿는 반면, 시 주석은 미국이 돌이킬 수 없는 쇠퇴 국면에 진입했다고 확신하고 있다"며 "당장의 전면전 격화만 피하려 할 뿐 근본적인 패권 경쟁 의지는 조금도 꺾이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독단적 '적국 포용 및 동맹 때리기' 행보에 대한 우려도 터져 나왔다.
회담 직전 유엔 총회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요구한 '적국 조항 삭제'를 외면한 채 시 주석과 2차 대전 동맹을 노래하고, 오는 11월 선전 APEC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연쇄 회동 가능성까지 열어두면서 전통 우방국들의 안보 불안을 자극하고 있다.
잭 쿠퍼(Zack Cooper) 미국기업연구소(AEI) 선임연구원은 "트럼프가 한국, 일본, 유럽, 캐나다 등 최측근 동맹국들은 거칠게 비난하면서 적대국 정상들과는 밀월을 과시하는 행태는 동맹국들의 대미 의존도 축소와 각자도생을 가속화할 것"이라며 "이는 중·러로 하여금 서방 동맹의 균열을 더욱 거세게 시험하도록 부추기는 위험한 신호"라고 비판했다.
크레이그 싱글턴(Craig Singleton) 민주주의수호재단(FDD) 선임연구원은 "화려한 국빈 만찬을 즐긴 바로 다음 날에도 양국은 서로를 겨눌 전략 무기와 제재 수단을 쉼 없이 갈고닦을 것"이라며 "이번 회담의 본질은 기술 패권 전쟁이나 대만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파국을 막기 위한 위태로운 교착 상태의 연장일 뿐"이라고 결론 내렸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