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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 2027년 '中 렉서스 전기 SUV'에 현지 공급망 낙점… 日 전통 '케이레츠' 격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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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 2027년 '中 렉서스 전기 SUV'에 현지 공급망 낙점… 日 전통 '케이레츠' 격랑

2027년 가을 중국서 렉서스 전기 SUV 세계 최초 양산… 기가캐스팅·배터리 등 中 부품사 대거 채택
"가격 경쟁 불가·품질도 급상승"… 렉서스 LF-ZC 세단 취소 겹쳐 日 협력사 수주 전멸 '충격'
中 부품 글로벌 점유율 14%로 10년 새 3배 팽창… 아이신 '테키자이 바디' 개발·인도 진출로 활로 모색
중국산 부품 채택을 럭셔리 라인업으로 확대하며 일본 부품 협력사들의 위기감을 고조시킨 토요타 전기차. 사진=토요타이미지 확대보기
중국산 부품 채택을 럭셔리 라인업으로 확대하며 일본 부품 협력사들의 위기감을 고조시킨 토요타 전기차. 사진=토요타

수십 년간 일본 자동차 제조업의 절대적 근간으로 작동해 온 완성차-협력사 간 수직계열화 시스템인 '케이레츠(系列·Keiretsu)'가 토요타 모터의 급진적인 '중국 전기차(EV) 현지화' 전략에 밀려 전례 없는 해체 위기를 맞고 있다.

토요타가 오는 2027년 가을 중국 현지에서 세계 최초로 양산할 프리미엄 브랜드 '렉서스(Lexus)' 차세대 순수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주요 부품 공급사로 일본 전통 협력업체가 아닌 중국 로컬 부품 제조사들을 대거 낙점했기 때문이다.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과 급성장한 품질을 무기로 무장한 중국 부품업체들에 밀려 전통 계열사들이 핵심 수주에서 완전히 배제되자, 나고야를 중심으로 한 일본 자동차 부품 산업 생태계 전반에서 깊은 박탈감과 위기감이 터져 나오고 있다.

9월 27일(현지시각) 일본 종합 경제 미디어 닛케이 아시아(Nikkei Asia) 보도에 따르면, 토요타는 2027년 중국 상하이 또는 광저우 합작 라인에서 생산할 예정인 차세대 렉서스 플래그십 전기 SUV 프로젝트의 부품 공급망을 중국 현지화 체제로 전면 재편했다.

中 케이블 업체 '렉서스 수주' 축포… 日 협력사 "단 한 건도 못 따내"


이 같은 조짐은 중국 부품사의 행보에서 일찌감치 감지됐다.

차량용 제어 케이블 및 전장 부품을 전문으로 생산하는 한 중국 자동차 부품업체는 지난 2월 신년사에서 "토요타의 차세대 렉서스 전기차 핵심 프로젝트 수주를 성공적으로 확보했다"며 이를 자사의 중대한 도약 계기로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반면 토요타와 생사고락을 함께해 온 일본 현지 1·2차 협력사들의 분위기는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토요타의 주요 협력사 고위 임원은 닛케이 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2027년 출시될 중국산 렉서스 신형 전기 SUV에 일본산 장비나 전통 협력사의 기술이 채택되었다는 소식을 단 한 건도 듣지 못했다"며 "차체 알루미늄 통합 주조 기술인 기가캐스팅(Gigacasting) 관련 공정 장비와 배터리 팩 시스템 등 고부가가치 핵심 부품 전반에서 일본 기업들이 중국 로컬 부품사에 완패했다"고 토로했다.
토요타는 이미 지난 2025년 3월 광저우자동차(GAC)와의 합작을 통해 출시한 보급형 전기 SUV 'bZ3X'에서 중국산 부품을 대거 투입해 가격 경쟁력을 끌어올린 바 있다.

그러나 이번 렉서스 SUV 프로젝트는 대중 브랜드를 넘어 토요타의 최고급 럭셔리 라인업까지 중국산 공급망에 문호를 전면 개방했다는 점에서 일본 부품업계에 안긴 충격의 강도가 완전히 다르다.

LF-ZC 개발 취소 겹쳐 설상가상… "가격 경쟁 불가, 품질마저 역전 위기"


일본 협력사들의 절망감을 더욱 키운 것은 차세대 렉서스 전기 세단 'LF-ZC' 프로젝트의 백지화였다.

토요타는 기가캐스팅 공법과 차세대 배터리를 결합해 당초 2026년 상용화를 목표로 추진하던 콘셉트카 기반의 LF-ZC 세단 개발을 지난 5월 전격 취소했다.

일본 부품사들은 해당 프로젝트를 위해 막대한 자본을 들여 기가캐스팅 전용 설비와 차체 경량화 부품을 개발해 왔으며, 이 기술들이 신형 전기 SUV 프로젝트로 승계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토요타가 SUV 생산 기지를 중국으로 낙점하고 현지화 조달을 결정하면서, 개발에 참여했던 일본 부품사들은 투자비 회수는커녕 수주 잔고조차 건지지 못하게 됐다.

글로벌 컨설팅사 스트래티지앤드(Strategy&·PwC 계열)에 따르면, 글로벌 자동차 부품 시장에서 중국 부품사들의 합산 점유율은 2025년 기준 14%에 달해 지난 10년 새 3배 이상 폭증했다.

반면 같은 기간 일본과 한국 등 비(非)중국 아시아 부품사들의 점유율은 뚜렷한 하향 곡선을 그렸다.

일본 굴지의 부품 제조사 임원은 "원가 면에서 중국 기업들과의 격차가 너무 벌어져 도저히 경쟁이 불가능한 수준"이라며 "과거에는 조악하다고 치부했던 중국산 부품의 품질과 수율마저 단기간에 급상승해 완성차 업체 입장에서는 중국산을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어졌다"고 고백했다.

비야디(BYD) 등 자국 완성차 메이커들과의 피 튀기는 단가 전쟁을 견뎌낸 중국 부품 생태계의 '규모의 경제'를 일본 기업들이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아이신 '테키자이 바디' 승부수… 印 공장 증설로 활로 모색


중국 시장의 급격한 공급망 지각변동에 직면한 일본 토요타 계열 공급업체들은 독자적인 기술 혁신과 제3국 진출을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토요타 계열 최대 부품사인 아이신(Aisin)은 기가캐스팅의 막대한 초기 설비투자 부담과 불량률을 극복하기 위해, 차량 차체 골격의 필수 부위에만 맞춤형 알루미늄 다이캐스팅을 적용하는 '테키자이 바디(Tekizai Body·적재적소 차체)' 공법을 독자 개발 중이다.

기존 조립 라인을 크게 뜯어고치지 않으면서도 부품 수와 생산 결함률을 낮추는 실용적 대안으로 승부수를 띄우겠다는 구상이다.

또 다른 탈출구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자동차 시장인 인도다.

토요타가 오는 2029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인도 서부 마하라슈트라주에 대규모 신규 완성차 공장 건설을 추진함에 따라, 현지 서플라이 체인이 취약한 인도를 새로운 '텃밭'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차체 프레임 제조사인 후타바 인더스트리얼(Futaba Industrial) 등 주요 일본 협력사들은 토요타의 생산 일정에 맞춰 2029년 가동을 목표로 인도 현지 공장 신축에 착수했다.

토요타의 중국산 렉서스 전기 SUV 공급망 개편은, 자국 중심의 폐쇄적 '케이레츠' 결속력만으로는 글로벌 EV 치킨게임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완성차 메이저의 처절한 현실 인식을 반영한다.

아울러 중국 부품 생태계의 급격한 헤게모니 장악이 일본을 넘어 현대차·기아 등 한국 완성차 및 1차 벤더(협력사)들의 글로벌 공급망 전략에도 거대한 파고를 몰고 올 전망이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