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엔비디아 사상 최대 자사주 매입에도 규모만큼 가치 늘진 않아”

글로벌이코노믹

"엔비디아 사상 최대 자사주 매입에도 규모만큼 가치 늘진 않아”

발표 직후 시총 약 204조원 증가…5.5조달러 몸집에 매입수익률은 상대적으로 낮아
엔비디아 로고.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엔비디아 로고. 사진=로이터

엔비디아가 미국 기업 사상 최대인 1500억달러(약 203조6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한도를 추가한 뒤 주가가 상승했지만 자사주 매입액을 그대로 새로운 주주가치 창출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분석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는 29일(현지시각) 엔비디아의 기록적인 자사주 매입 계획이 갖는 의미를 분석하면서 자사주 매입 발표와 기업가치 증가를 단순히 같은 금액으로 계산하는 것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엔비디아는 전날 기존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에 1500억달러를 추가로 승인했다.

발표 직후 엔비디아 주가는 기술주 전반이 약세를 보이던 상황에서도 상승했고 장 초반 시가총액은 약 1500억달러 늘었다고 WSJ는 전했다.

그러나 WSJ는 “주주들이 이미 소유한 회사의 현금이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주에게 되돌아온다고 해서 그 현금이 새롭게 생겨나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기업이 보유한 1달러가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을 통해 주주의 계좌로 이동하는 것 자체만으로 주주 전체의 자산이 1달러 더 늘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자사주 매입의 진짜 효과는 ‘신호’와 주식 수 감소

그렇다고 자사주 매입에 경제적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WSJ는 대규모 자사주 매입이 기업이 성장에 필요한 투자를 하고도 충분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는 자신감의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경영진이 필요 이상의 현금을 비효율적인 인수·합병이나 투자에 사용하는 것을 막고 주주에게 돌려준다는 의미도 있다.

또 회사가 자기 주식을 사들여 유통 주식 수를 줄이면 같은 이익을 더 적은 주식으로 나누게 돼 주당순이익(EPS)이 높아진다.

다만 WSJ는 EPS 상승만으로 자사주 매입이 주주에게 추가적인 부를 만들어냈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자사주를 어느 가격에 사는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주가가 실제 가치보다 낮을 때 매입하면 남아 있는 주주에게 유리할 수 있지만 반대로 지나치게 높은 가격에 주식을 사들이면 자본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엔비디아의 경우 현재 회계연도 예상 순이익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25배다.

최근 4년 동안 영업이익률이 두 배로 높아지고 매출은 약 15배로 증가했지만 이 같은 성장 속도가 지속될 수 있는지와 현재 주가가 자사주 매입에 충분히 낮은 수준인지가 핵심 변수라고 WSJ는 분석했다.

◇‘사상 최대’지만 5.5조달러 시총과 비교하면 달라져

엔비디아의 1500억달러 추가 자사주 매입 승인은 절대금액으로는 미국 기업 역사상 최대다.

그러나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이 약 5조5000억달러(약 7466조3000억원)에 이르는 점을 고려하면 상대적인 규모는 달라진다.

1500억달러는 시가총액의 약 2.7%에 해당한다.

WSJ는 이 때문에 엔비디아의 자사주 매입 규모가 사상 최대임에도 시가총액 대비 환원 비율은 상당수 대형 우량기업보다 낮다고 설명했다.

이는 미국 증시 전체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기업의 자사주 매입액은 지난해 처음으로 1조달러(약 1357조5000억원)를 넘어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그러나 주가와 시가총액이 더 빠르게 증가하면서 시가총액 대비 자사주 매입액을 나타내는 ‘자사주 매입수익률’은 최근 수년 사이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WSJ에 따르면 이 비율은 2018년에는 현재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지난해 금액 기준 자사주 매입 상위에는 엔비디아, 애플, 메타, 알파벳이 이름을 올렸지만 기술주 전체의 자사주 매입수익률은 시장 평균을 밑돌았다. 기술주는 배당수익률도 모든 업종 가운데 가장 낮았다.

◇애널리스트 96% ‘매수’…높은 기대가 관건

팩트셋이 집계한 엔비디아 담당 애널리스트 가운데 96%는 엔비디아 주식에 ‘매수’ 의견을 제시하고 있으며 평균 목표주가는 당시 주가보다 85% 높다고 WSJ는 전했다.

시장은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와 장기 성장에 여전히 높은 기대를 걸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WSJ는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같은 금액의 성장이나 주주환원이 전체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은 작아진다는 점에 주목했다.

시가총액 5조5000억달러의 엔비디아에 1500억달러는 기록적인 액수지만 비율로 환산하면 약 2.7%다.

따라서 사상 최대라는 절대금액 자체보다 엔비디아가 향후 이익과 현금흐름을 얼마나 빠르게 늘릴 수 있는지, 그리고 자사주를 어떤 가격에 실제 매입하느냐가 주주가치에 더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고 WSJ는 분석했다.


김현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ock@g-enews.com

[알림] 본 기사는 투자판단의 참고용이며, 이를 근거로 한 투자손실에 대한 책임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