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칩 생산량 4배 폭증"… 레조낙, 日 최초로 '300mm SiC 기판' 가공 성공

글로벌이코노믹

"칩 생산량 4배 폭증"… 레조낙, 日 최초로 '300mm SiC 기판' 가공 성공

현재 주류 150mm 대비 면적 4배… 요코하마 'ICSCRM 2026'서 실물 공개하며 글로벌 이목 집중
AI 데이터센터·EV용 전력 효율 극대화… 2000℃ 초고온 정밀 제어로 웨이퍼 휨·균열 억제 돌파
中 SICC·美 울프스피드 이어 300mm 클럽 합류… "200mm 증설 집중 속 수요 맞춰 상용화 타진"
일본 최초로 300mm 단결정 SiC 기판 가공에 성공하며 칩 생산 효율 4배 확대를 예고한 레조낙. 사진=레조낙이미지 확대보기
일본 최초로 300mm 단결정 SiC 기판 가공에 성공하며 칩 생산 효율 4배 확대를 예고한 레조낙. 사진=레조낙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전기차(EV) 보급 확대로 고효율·저손실 전력 반도체 수요가 폭증하는 가운데, 일본 대표 반도체 소재 기업인 레조낙 홀딩스(Resonac Holdings)가 일본 기업 최초로 300mm(12인치) 단결정 실리콘 카바이드(SiC·탄화규소) 기판 개발 및 가공에 성공했다.

현재 전력 반도체 시장의 주류인 150mm(6인치) 기판 대비 면적이 4배에 달해 단일 웨이퍼에서 생산할 수 있는 반도체 칩 개수를 한 번에 4배로 늘릴 수 있는 꿈의 대구경 규격이다.

300mm SiC 기판이 본격 상용화될 경우 전력 반도체 소자의 전력 변환 손실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동시에 생산 단가를 극적으로 낮출 수 있어, 미국과 중국이 주도해 온 대구경 SiC 기판 기술 패권 경쟁에 일본이 강력한 대항마로 급부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9일(현지시각) 일본 종합 경제 미디어 닛케이(Nikkei)와 닛케이 아시아 보도에 따르면, 레조낙은 요코하마에서 열린 탄화규소 및 관련 재료 국제회의인 'ICSCRM 2026' 전시 부스에서 자체 개발한 300mm 단결정 SiC 기판 실물을 전격 공개했다.

'2000℃ 초고온·극한 경도' 뚫었다… 150mm 대비 칩 수율 4배 비약


실리콘 카바이드(SiC)는 기존 실리콘(Si) 웨이퍼 대비 고전압·고온 환경에서 전력 변환 효율이 월등히 뛰어나고 열 손실이 적어 전기차 인버터 및 AI 데이터센터 전원공급장치의 핵심 부품으로 꼽힌다.

일본 시장조사업체 후지경제(Fuji Keizai)에 따르면, 글로벌 전력 반도체 웨이퍼 시장은 2025년 대비 2035년까지 약 3배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 중 SiC 웨이퍼가 전체 시장의 약 70%를 독점할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SiC는 다이아몬드에 버금가는 극한의 경도를 지닌 데다, 단결정 잉곳을 성장시키는 과정에서 2,000℃를 초과하는 초고온 제어가 필수적이어서 직경을 키울수록 내부 결함과 균열이 발생하기 쉽다.

일반 실리콘 웨이퍼 시장은 이미 300mm가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하며 표준으로 정착했지만, SiC 분야에서 300mm 기판이 지금까지 상용화되지 못한 결정적 이유다.

레조낙 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의 스오 히로마사 엔지니어는 "과거 3인치(76.2mm)부터 시작해 150mm, 200mm 기판의 연구개발 및 양산을 거치며 축적한 독자적 공정 노하우가 300mm 성공의 밑바탕이 됐다"며 "재결정 과정의 정밀한 열 제어와 기판이 휘거나 깨지는 응력(스트레스)을 억제하는 고도화된 평탄화 가공 기술을 통해 균일한 두께의 300mm 기판을 구현해 냈다"고 설명했다.

美·中 선점 속 日 첫 진입… 레조낙, 글로벌 '오픈 팹' 1위 수성

이번 성과로 레조낙은 글로벌 300mm SiC 개발 레이스에서 미국과 중국의 선두권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앞서 2024년 11월 중국의 SICC(산둥톈웨)가 업계 최초로 300mm SiC 기판을 개발했다고 발표했으며, 미국의 전력 반도체 선두 울프스피드(Wolfspeed) 역시 올해 1월 단결정 기판 샘플 생산에 성공한 바 있다.

레조낙은 2023년 1월 쇼와덴코와 히타치케미칼(쇼와덴코 머티리얼즈)이 통합해 출범한 소재 전문 대기업이다.

현재 150mm 기판을 주력으로 생산해 덴소 등 자동차 부품사 및 로옴(Rohm)과 같은 종합 반도체 기업에 공급하고 있으며, 외부 고객사를 대상으로 하는 SiC 에피택셜 웨이퍼 시장에서는 미국 울프스피드를 제치고 글로벌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당장은 200mm 증설 집중"… 300mm 상용화 투자 조율

다만 300mm SiC 기판의 실제 상용화 라인 구축은 전방 완성차 및 소자 제조사들의 수요 속도에 맞춰 탄력적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300mm SiC 전력 반도체를 생산하려면 글로벌 칩 제조사들이 수조 원대 규모의 12인치 전용 팹 장비를 신규 도입해야 하는 만큼, 결함률이 극도로 낮으면서도 원가를 낮출 수 있는 안정적 양산 수율이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레조낙은 단기적으로 현재 150mm를 대체하며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는 200mm(8인치) 기판 생산 라인 증설에 집중하는 한편, 주요 고객사들의 차세대 로드맵에 발맞춰 300mm 양산 투자를 단계적으로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다카하시 히데히토 레조낙 최고경영자(CEO)는 "300mm 시장에서 각 플레이어의 입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고객사의 수요가 확인되고 선점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면 적극적인 설비 투자를 단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日 소부장 '패키징+전공정' 결합… 시스템 반도체 부활 징검다리

업계에서는 이번 성과가 일본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생태계의 전방위적 경쟁력을 한 차원 끌어올릴 분수령이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레조낙은 올해 상반기(1~6월) 기록한 핵심 영업이익 888억 엔(약 5억 6,400만 달러) 중 무려 90% 이상을 반도체 및 전자소재 부문에서 거뒀다.

특히 칩을 보호하고 열을 방출하는 첨단 후공정(패키징)용 봉지재 및 방열 소재 분야에서 독보적인 글로벌 지배력을 보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레조낙이 후공정 패키징 소재에 이어 전면 회로 형성에 쓰이는 기판·웨이퍼 등 전공정 원천 기술까지 12인치로 선점할 경우, 종합 소재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막대한 기술적 시너지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해외 라이벌들에게 시스템 반도체 주도권을 내줬던 일본이 '300mm SiC 전력 반도체 원천 기판'을 교두보 삼아 차세대 친환경 모빌리티와 AI 전력망 인프라의 핵심 공급망 주도권을 다시 탈환할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