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 투자 13조 원 급증 속 핵심 광물 정제와 하위 공급망은 투자 소외
개발과 양산 단계 잇는 중간 투자 부재로 기초 제조 역량 확충 난항
장기 계약과 수요 신호 없는 금융 시장 한계…정부 보증 없인 증설 부담
개발과 양산 단계 잇는 중간 투자 부재로 기초 제조 역량 확충 난항
장기 계약과 수요 신호 없는 금융 시장 한계…정부 보증 없인 증설 부담
이미지 확대보기미국 방산 전문 매체 브레이킹디펜스는 지난 28일(현지시각) 미국항공우주산업협회(AIA)와 베인앤컴퍼니의 공동 연구 보고서를 인용해, 방산 생태계의 병목은 단순 자본 부족이 아니라 투자 가능한 사업 기회 부족과 높은 시장 장벽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무기체계 고도화로 기술 스타트업에는 자본이 몰리고 있지만 완제품 생산을 뒷받침할 기초 제조 역량은 공급망 전반에서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광물 정제와 부품 제조망의 투자 장벽
연구 보고서는 국방부와 체계종합업체, 신생 기업, 부품 공급사, 금융기관,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50건의 심층 인터뷰와 회원사 설문조사를 종합해 방산 자본 흐름을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에릭 패닝 협회장은 인터뷰에서 방산 분야로 유입되는 민간 자본을 확대하려면 투자 유형별 유인책과 진입 저해 요인을 정밀하게 파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방산 자본의 불균형 배분을 주요 구조 위험으로 꼽았다. 갈륨과 게르마늄 등 무기체계에 쓰이는 핵심 광물의 미국 내 정제 공정은 대규모 초기 자본이 필요한 반면, 국제 원자재 가격 변동 위험이 크고 핵심 설비의 해외 의존도가 높아 민간 자본 유입이 정체됐다는 평가다. 실제로 미국 국방부는 자국 공급망 안정을 위해 희토류 생산 기업인 MP머티리얼즈에 약 4억 달러(약 5386억 원) 규모의 직접 지분 투자를 단행했다. 이와 관련하여 패닝 협회장은 방위산업 자체 수요만으로는 민간 자본의 광물 재개발 투자를 지탱하기 어려워 연방 정부의 직접 자금 투입이 필수적이라고 짚었다.
나아가 주조·단조품, 반도체, 고체 로켓 모터, 센서를 생산하는 2·3차 협력사 역시 설비 확장 자금을 조달하는 데 애로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소 협력사는 방산 부문 확정 주문이나 장기 계약이 없으면 민간 금융시장에서 자금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에 인구 밀도가 낮은 지역에 자리 잡은 공급사의 경우 인력 채용과 기술 교육을 뒷받침할 기반도 부족한 실정이다. 결국 보고서는 연방 정부가 제시하는 명확한 수요 신호와 장기 계약 체결 보장이 하위 협력사의 생산능력 투자를 이끌 유력한 대안이라고 제언했다.
VC 100억 달러 집중과 생산 단계 자금 제약
방산 기술 신생 기업을 향한 벤처캐피털 투자는 뚜렷한 증가세를 나타냈다. 보고서 집계에 따르면 방산 부문 벤처캐피털 투자액은 2019년 10억 달러(약 1조 3465억 원)에서 2025년 약 100억 달러(약 13조 4650억 원)로 10배 늘어난 것으로 추산됐다. 팔란티어와 스페이스X의 사업 성과가 우주, 인공지능, 무인기, 소프트웨어 분야 후속 스타트업으로 모험자본을 끌어들인 동력으로 풀이된다.
반면 전체 자본시장 관점에서 방산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지적이다. 글로벌 벤처캐피털 펀드 운용액 중 방산 기업에 투입된 비율은 5~6% 수준에 그친다. 특히 연구개발을 마친 신생 기업이 대량 생산 체제로 전환하는 국면에서 자금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현상이 두드러진다. 고위험·고수익을 추구하는 벤처캐피털은 연구개발 단계에 집중하고 대형 기관투자자는 양산 체제가 안착한 기업에 주로 자금을 집행해, 중간 과도기를 뒷받침할 투자 모델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아울러 사모펀드의 방산 유입도 연간 10억~30억 달러(약 1조 3465억~4조 395억 원) 규모로 비교적 완만한 흐름을 보였다. 사모펀드는 안정적인 현금 흐름과 명확한 회수 전략을 갖춘 상업 항공우주나 일반 산업재 겸업 제조사 위주로 투자처를 선별해 왔다. 그 결과 방산 생태계를 지탱하는 자본의 상당수가 주식시장에 유입된 연기금 등 장기 투자 자금에 머물러 있어, 설비 확충이 시급한 하위 부품 공급망에는 실질적인 자금 확산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최근 인수합병 환경 변화에 따라 사모펀드의 참여 범위가 점진적으로 넓어질 수 있다는 업계 시각도 함께 전해졌다.
수요 신호 부재가 낳은 조달 정체와 정책 과제
이러한 하위 공급망의 투자 공백은 무기체계 전반의 생산 주기 장기화와 조달 비용 상승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실제로 단기 주문에 의존하는 2·3차 협력사들은 방산 외에 수익성이 높은 민수 상업 계약으로 생산 역량을 분산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 때문에 방산 조달의 예측 가능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유도무기와 첨단 항공기 생산에 필수적인 단조품과 추진체 납기가 늦춰질 위험이 제기된다. 정부 차원의 장기 구매 물량이 담보되지 않는 상태에서는 중소 공급업체들이 독자적인 위험 부담을 안고 신규 설비 증설에 나서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결과적으로 미국 의회가 논의 중인 국방수권법(NDAA) 협력사 저리 대출 지원책과 다년도 계약 제도화 여부가 향후 공급망 안정의 주요 분수령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정부가 연방 차원의 장기 구매 확약과 실효성 있는 금융 지원책을 신속히 가동해 제도 기반을 다질 수 있을지에 시장의 시선이 머물고 있다.
최삼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csyis@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