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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용차 접고 미사일 만든다"… '中 충격' 맞은 獨 자동차 공장, 방위산업으로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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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용차 접고 미사일 만든다"… '中 충격' 맞은 獨 자동차 공장, 방위산업으로 전환

폭스바겐 오스나브뤼크 공장, 2027년 차 생산중단… 이스라엘 방산 라파엘과 '방공망 무기' 생산
포르비아·라인메탈·KNDS·헨솔트 등 장갑차·탄약·군용 전자 라인으로 자동차 시설·인력 대거 흡수
올해 대중 무역적자 1,000억 유로 돌파 전망 속 '100년 전통' 車 제조 거점의 군수 기지화 가속
폭스바겐 전기차들이 2월에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에서 생산 라인을 따라 달리고 있다.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폭스바겐 전기차들이 2월에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에서 생산 라인을 따라 달리고 있다. 사진=로이터
100년 넘게 세계 자동차 제조업의 심장부로 군림해 온 독일의 자동차 산업 생태계가 중국산 전기차(EV)의 거센 침투와 극심한 내수·수출 부진을 견디지 못하고 '군수·방위산업 생산기지'로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관세 장벽에도 불구하고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 완성차가 유럽 시장 점유율을 급속도로 잠식하자, 폭스바겐을 필두로 한 완성차 및 부품사들이 공장 폐쇄와 대규모 실직을 막기 위한 '최후의 생존 카드'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수요가 폭증한 방위산업으로의 시설 매각과 업종 전환을 전격 선택하고 있다.

10월 24일(현지시각) 일본 종합 경제 미디어 닛케이 아시아(Nikkei Asia)의 독일 현지 르포에 따르면, 독일 북서부 니더작센주 오스나브뤼크(Osnabrück)에 위치한 125년 역사의 유서 깊은 폭스바겐 공장이 오는 2027년 여름 완성차 생산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폭스바겐은 텔아비브 소재 아우렐리우스 캐피털 및 공장 소재지인 니더작센주 정부가 참여하는 컨소시엄에 해당 공장을 매각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새 공장의 핵심 산업 파트너는 이스라엘의 대표적 국영 방산 기업인 라파엘 첨단 방위 시스템(Rafael Advanced Defense Systems)으로, 이들은 기존 폭스바겐 카브리올레 조립 라인을 개조해 이스라엘의 저명한 방공 시스템 '아이언 돔(Iron Dome)'과 유사한 대공 방어 무기 생산 라인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기존 1,800개 일자리 중 약 1,200개를 유지한다는 복안이다.

中 공세에 폭스바겐 3분기 글로벌 14% 급감… 대중 무역적자 1,000억 유로 육박


독일 완성차 업계가 이 같은 극단적인 군수 전환을 택한 배경에는 '차이나 쇼크(China Shock)'가 자리 잡고 있다.

폭스바겐의 올해 3분기 전 세계 차량 인도량은 전년 동기 대비 14.3% 감소해 최근 4년 만에 최악의 성적표를 기록했으며, 특히 핵심 텃밭이었던 중국 시장 판매량은 38.5% 폭락했다. 반면 미국 시티은행(Citi) 분석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서유럽 시장에서 BYD(비야디), 지리(Geely), 샤오펑(Xpeng) 등 중국계 자동차 제조사들의 합산 점유율은 13.1%까지 치솟으며 1년 만에 5.5%포인트 급상승했다.

폭스바겐은 2030년까지 전 세계 사업장에서 최대 10만 명의 인력을 감축할 계획이다. 독일경제연구소(IW)는 10월 15일 보고서를 통해 자동차, 전기, 기계공학 등 3대 핵심 산업의 부진 여파로 올해 독일의 대중국 무역 적자가 사상 처음으로 1,000억 유로(약 150조 원)를 넘어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슈미트 오토모티브 리서치의 마티아스 슈미트 대표는 "독일에서 완성차를 생산해 전 세계로 수출하는 황금시대는 사실상 끝났다"며 "니더작센주가 공장 문을 닫지 않고 숙련 노동자를 붙잡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 바로 호황을 맞은 방위산업"이라고 짚었다.

부품사 전반으로 번지는 '오토 투 디펜스(Auto2Defence)'


자동차 제조 역량의 군수 전환은 완성차 업체를 넘어 핵심 부품 생태계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하는 추세다. 독일 보안과 방위산업 연방 협회(BDSV)는 민간 자동차 분야의 유휴 시설과 숙련 노동력을 방산 기지로 신속하게 재배치하는 '오토 투 디펜스(Auto2Defence)'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산업 간 연계를 전면에서 지휘하고 있다.

실제로 주요 부품 기업들의 생산 라인과 인력 이전은 속도감 있게 전개되고 있다. 프랑스계 글로벌 자동차 부품사인 포르비아는 지난 6월 독일 남부 아우크스부르크에 위치한 생산 부지를 제너럴 다이내믹스 유럽 랜드 시스템즈(GDELS)로 매각·이전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이에 따라 기존 자동차 부품 공장은 차륜형 및 궤도형 군용 장갑차와 자주포 등 첨단 포병 체계를 생산하는 핵심 방산 기지로 탈바꿈하게 됐다.

독일 최대 방산 기업인 라인메탈 역시 공격적인 인수합병과 협력을 통해 자동차 인프라를 흡수하고 있다. 라인메탈은 과거 내연기관 부품을 생산하던 피어부르크 공장을 대구경 포병 탄약 전문 생산 시설로 개조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아울러 구조조정 한파를 겪고 있는 타이어·전장 부품사 콘티넨탈과 인력 전환 협약을 맺고, 콘티넨탈 기프호른 사업장에서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놓인 숙련 인력 100여 명을 군수 라인으로 흡수해 즉시 투입하고 있다.

완성차 메르세데스-벤츠 또한 독일-프랑스 합작 전차 제조업체인 KNDS와 베를린 인근의 밴 조립 공장 매각을 위한 막바지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KNDS는 이미 연초부터 독일 자동차 부품 기업 드랙슬마이어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육군 주력 전력인 '복서' 차륜형 장갑차의 상부 복합 장갑 구조물을 민간 생산 라인에서 공동 제작하는 방식을 안착시켰다.

고도의 전자 기술이 집중된 군용 방위 전자 분야에서도 인력 이동이 활발하다. 방위 센서 및 레이더 전문 기업 헨솔트는 지난 3월 자동차 전장 부품 공급사인 아우모비오와 제휴를 맺고 숙련 엔지니어 수백 명을 채용한 데 이어, 보쉬와 콘티넨탈 출신의 고급 기술 인력을 집중적으로 영입하고 있다.

올리버 도어 헨솔트 최고경영자(CEO)는 "현대 방위 기술 수요가 폭발하면서 고도로 숙련된 전문 인력 확보가 핵심 과제로 부상했다"며 "자동차 산업이 장기간 축적해 온 시스템 아키텍처 개발과 소프트웨어, 전자기기 엔지니어링 역량은 차세대 무기 체계 개발 요구 조건과 완벽하게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노조 "무기와 車는 논리 달라" 우려… 中 브랜드 위탁생산설도 대두


하지만 자동차 공장의 군수 전환이 장밋빛 해법만은 아니라는 경고도 나온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피터 베제만 선임연구원은 "오스나브뤼크 공장의 경우 과거 카르만(Karmann) 시절부터 특수 차체 성형과 금속 가공에 특화된 소규모 틈새 공장이었기에 미사일 케이스나 구동기 조립으로 빠른 전환이 가능한 특수 사례"라며 대량 양산형 일반 승용차 공장의 개조는 훨씬 복잡하다고 지적했다.

독일 최대 산별노조인 금속노조(IG Metall)의 얀 멘트룹 대변인 역시 "비용 효율성과 글로벌 분업, 적시 공급(JIT)에 맞춰진 민간 자동차 공장과 엄격한 보안, 폐쇄적 암호 체계, 방호 설계를 요구하는 군수 생산은 근본 논리가 다르다"며 "공급망 연결성이 높은 자동차 시설은 하이브리드 전쟁이나 사이버 공격, 사보타주(파괴공작)의 쉬운 표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자구책을 찾는 일부 유럽 공장들이 중국 전기차 브랜드의 '외주 위탁생산 기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중국 샤오펑이 폭스바겐과 유럽 내 잉여 설비 활용을 타진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가운데, 슈미트 연구원은 "폭스바겐이 중국 안후이 합작법인에서 생산하는 고효율 전기 세단(ID 유닉스 09) 모델을 독일 공장으로 들여와 조립하는 역발상 방식이 공장 가동률을 살릴 현실적 대안이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중국과의 무역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해 오는 12월부터 새로운 무역 다각화 및 통상 방어 조치를 발표할 예정이지만, 중국의 보복 위협과 산업 구조조정의 파고 속에서 유럽의 제조 엔진은 이미 거대한 지각변동을 겪고 있다.


신경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hincm@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