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미 국방부, "자극 언사 피하라"… 우크라이나 협상 의식해 발트 3국 제동

글로벌이코노믹

미 국방부, "자극 언사 피하라"… 우크라이나 협상 의식해 발트 3국 제동

발트 3국에 대러 강경 발언 자제 요청 전달… 조기 종전 추진 속 동맹 균열 방지 목적
콜비 국방부 정책차관 비공개 회담서 직접 경고… 유럽 주둔 미군 재검토 맞물려 압박 가시화
발트 3국 공식 입장 요구에 침묵 일관… 나토 집단방위 체제 신뢰성 시험대
2026년 1월 대한민국 세종연구소 방문 당시 연설을 진행하고 있는 콜비 차관. 사진=세종연구소/로이터통신이미지 확대보기
2026년 1월 대한민국 세종연구소 방문 당시 연설을 진행하고 있는 콜비 차관. 사진=세종연구소/로이터통신
미국 국방부가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를 포함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에게 러시아 위협과 관련한 공개 발언 수위를 낮추라고 비공개 요청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각) 사정에 밝은 소식통 4명을 인용해 미 국방부 관계자들이 비공개 양자 회담에서 대러 자극 언사 자제를 촉구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5년째 이어진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한 협상을 다시 추진하는 국면에서, 대러 유화책과 강경 대응을 둘러싼 동맹 내부 시각차가 드러나는 모양새다.

대러 강경 수사 완화 요구와 발트해 동맹국의 당혹감


미 국방부 당국자들은 최근 수 주 동안 나토 회원국들과 양자 회담을 열고 대러 강경 발언 수위를 낮추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지도자들의 거친 언사가 러시아를 불필요하게 자극해 유럽 안보를 취약하게 만든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이번 요청 대상에는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등 발트 3국이 포함됐다. 다른 유럽 국가 정부에도 동일한 메시지가 전달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유럽 주둔 미군 병력 재검토 작업을 이끄는 엘브리지 콜비 국방부 정책차관은 자극 언사를 피하라는 입장을 직접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콜비 차관은 유럽 측이 공개 석상에서 러시아를 '구석에 몰린 쥐'에 비유한 수사를 부적절한 사례로 지적했다. 앞서 크리스텐 미할 에스토니아 총리는 러시아가 유럽 내 방해 공작을 벌이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궁지에 몰린 쥐'로 표현한 바 있다.

미 국방부는 동맹국 간 비공개 대화는 비공개로 유지된다며 공식 언급을 피했다.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국방부 역시 공식 답변을 내놓지 않았으며 나토 본부도 논평을 거부했다. 한 유럽 당국자는 미국이 안보 지원은 유지할 테니 공개적으로 소란을 피우지 말라는 취지의 요구를 받았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평화 협상 국면과 동맹 내 갈등 구조


미국의 이번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한 협상을 본격적으로 재개하는 흐름 속에서 이뤄졌다. 미국 당국자들은 대러 제재 완화와 잠재적 사업 협력을 유인책으로 검토하는 동시에, 우크라이나를 향해서는 러시아 에너지 시설 타격을 멈추도록 설득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크렘린의 지속적 경제 고립을 요구해 온 다수 유럽 당국자들 사이에서는 이에 대한 반발 기류가 형성됐다는 평가다.

러시아 위협에 대응하는 방식을 둘러싸고도 나토 내부 시각은 엇갈린다. 일부 서방 당국자들은 위협을 공개적으로 부각하는 행동이 공포 조성을 노리는 크렘린의 의도에 말려드는 결과를 낳는다고 주장한다. 반면 군사적 긴장을 주민들에게 투명하게 알리고 대비 태세를 갖춰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러시아의 공격 의지를 둘러싼 정보기관들의 평가도 엇갈리는 모습이다. 발트 3국 정보기관들은 러시아가 나토 상호방위조약을 직접 시험할 가능성을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해 왔다. 그러나 다른 나토 정보기관들은 러시아가 방화나 기반 시설 교란 같은 비정규전 사보타주 공세를 크게 강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독일 검찰은 주요 기반 시설 방화를 꾀한 혐의로 벨라루스인 2명을 체포하며 수사를 진행 중이다.

유럽 주둔 미군 감축 검토와 나토 안보 시험대


미 국방부 계획 담당자들은 유럽 내 미군 군사 태세 재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 당국자들은 유럽 회원국들이 자국 방어에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을 굳히고 있다. 미국이 다른 지역의 전략적 위협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유럽 대륙 주둔 미군 병력이 줄어들 가능성이 거론된다.

미국의 발언 자제 요구가 나온 상황에서도 하이브리드 도발 위협이 이어지면서 유럽 국가들은 독자적인 방위력 확충을 서두르는 분위기다. 하이브리드 도발은 정규전 대신 사이버 공격, 방화, 여론 조작 등을 결합해 사회 혼란을 유도하는 복합전을 뜻한다. 전력 공백 우려가 커질수록 발트 3국과 동유럽 국가들은 지상 전력 증강과 군수 조달 속도를 끌어올릴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향후 안보 지형의 핵심 변수는 미 국방부의 유럽 주둔 미군 감축 규모 확정과 러시아와의 종전 협상 진척 속도다. 동맹국 간 조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집단안보 체제 신뢰성을 둘러싼 파열음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삼열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csyi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