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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북극해에 손 내민 푸틴, 1조원대 중재 마주한 한국 조선의 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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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북극해에 손 내민 푸틴, 1조원대 중재 마주한 한국 조선의 셈법

- 푸틴 대통령 가스포럼서 미국과 북극 개발 논의 언급
- 인도 수입 비용 급증에도 북극항로 운임 수에즈보다 고비용
- 한화오션 계약 해제 둘러싼 1조원대 손배 청구에 적극 대응 방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0월 27일 모스크바 가스수출국포럼에서 서방의 통제 속에서도 미국 기업들과 250억 달러 규모의 가스전 개발 협력을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0월 27일 모스크바 가스수출국포럼에서 서방의 통제 속에서도 미국 기업들과 250억 달러 규모의 가스전 개발 협력을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0월 27일 모스크바 가스수출국포럼에서 서방의 통제 속에서도 미국 기업들과 250억 달러(약 33조 3950억 원) 규모의 가스전 개발 협력을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국영 통신 알티(RT)는 10월 31일(현지시각)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부총리의 설명을 인용해 양국 논의 대상이 가스전과 액화천연가스 액화 설비 공동 개발이며 알래스카 사업 기술 이전이 거론됐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의 대러시아 에너지 제재망이 유지되는 상황에서 나온 발언인 데다, 한국 한화오션이 쇄빙선 계약 해제를 둘러싸고 1조 원대 손해배상 청구 중재에 직면하면서 한국 가치사슬에도 긴장감이 돌고 있다.

미국과 손잡으려는 러시아, 여전한 제재 그물망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부총리는 미국 기업들과 북극 가스전 및 액화 설비 개발을 함께 추진하는 방안을 다각도로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최대 민간 가스기업 노바텍은 미국 알래스카에서 진행 중인 250억 달러 규모의 폴라 트레인 프로젝트에 기술을 건네기로 합의했다고 확인했다.

이 사업은 러시아 액화 인프라를 활용해 미국산 가스를 수출하는 구상이지만, 실행에 들어가려면 미국 규제 당국의 인허가 문턱을 넘어야 한다.

규제 장벽은 여전히 높다. 미국 정부는 2023년 11월 노바텍 주도의 아크틱 LNG 2 프로젝트를 제재 명단에 올렸다. 이어 관련 기자재를 대거나 가스를 나르는 선박까지 제재 범위를 넓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월 16일 그레이엄 법에 근거해 일부 통제를 풀었으나 러시아 가스 사업을 겨냥한 개별 제재는 해제되지 않았다.

인도의 수입 부담과 북극 항로의 운송 한계


아시아 주요 수입국의 셈법도 엇갈린다. 인도 석유가스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4월부터 9월까지 인도의 액화천연가스 수입액은 85억 달러(약 11조 3543억 원)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23% 증가했다.

도입 물량은 4.4% 늘어나는 데 그쳤으나 도입 단가가 오르며 비용 지출이 불어났다. 에너지 분석업체 케이플러 자료를 보면 같은 기간 인도 수입 물량 가운데 미국과 오만, 나이지리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68%로 전년 동기 25%에서 크게 올랐다.

북극해 뱃길의 경제성도 걸림돌이다. 로이터는 5월 분석에서 러시아 야말 가스전에서 인도 코치 항구까지 북극 항로로 가스를 나를 때 운송비가 100만 영국열량단위당 약 3.80달러(약 5076원)에 이른다고 전했다.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기존 경로 운임인 2.60~2.70달러(약 3473~3606원)와 비교하면 40% 이상 비싸다. 인도 정부가 러시아와 2027년 북극 항로 시범 운항을 계획하고 데니스 만투로프 러시아 수석부총리가 연간 500만 톤 운송을 공언했으나 선박 운용 비용 부담이 여전하다.

쇄빙선 계약 해제와 한화오션의 법적 방어


북극 자원 개발을 둘러싼 여파는 한국 조선사와의 법적 다툼으로 번졌다. 아크틱 LNG 2 프로젝트 법인은 9월 한국 한화오션을 상대로 쇄빙선 계약 취소에 따른 약 10억 달러(약 1조 3358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중재를 싱가포르 국제중재센터(SIAC)에 신청했다.

분쟁 대상은 옛 대우조선해양 시절인 2020년 수주했던 아크틱 LNG 2 투입용 아크세븐(Arc7)급 쇄빙 액화천연가스 운반선 3척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서방 제재로 선주 측의 대금 지급이 밀리고 기자재 공급망이 막히자, 한화오션은 계약을 해제했다.

이에 선주 측은 개입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중재를 걸어왔다. 한화오션 측은 대금 미지급 등 선주 측 귀책 사유로 적법하게 해제된 계약이며, 상대방의 일방적 청구에 불과한 만큼 중재 절차를 통해 정당성을 입증하고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얼어붙은 북극해를 항해하려면 특수 쇄빙 액화천연가스 운반선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서방 제재로 인해 러시아 측의 선박 확보 통로가 막히면서 현지 북극 가스 사업 운송망은 차질을 빚고 있다.

미국 정부가 대러 제재를 전면 거두고 정상적인 건조 및 대금 지급 여건이 갖춰지지 않는 한, 쇄빙선 확보와 관련된 물류 병목은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 지배적이다.

에너지 시장 안팎에서는 미·러 간 협력 타진이 제재 완화와 실제 계약으로 이어질지에 물음표를 던진다. 수에즈 항로와의 운임 격차를 줄이고 연중 항해 능력을 검증받는 과정이 아시아 도입국들의 선택을 이끌어낼 기본 요건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주원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ark@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