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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산 인사 vs 이권 카르텔'…KT, 딜레마 어떻게 극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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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산 인사 vs 이권 카르텔'…KT, 딜레마 어떻게 극복할까?

사외이사 후보·정관 개정안 8일 발표…경영악재 극복 방안 고심
차기 대표이사 선정, 경영정상화 위한 첫 단추…신뢰 회복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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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경영공백이 장기화되고 있는 KT가 사외이사 후보 선정과 정관 개정안을 두고 '낙하산 인사'와 '이권 카르텔'의 딜레마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KT의 지배구조 개선을 전담하는 '뉴 거버넌스 구축 TF'는 오는 8일 사외이사 후보자 명단과 정관 개정안을 발표한다.
TF는 사외이사 후보 추천 개선안을 통해 사외이사 후보를 기존 풀과 외부 전문 기관(서치펌)에서 주주 추천을 추가했다. 그 결과 지난 17일 19명의 사외이사 후보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TF는 7명의 후보를 추려 이달 말 임시 주주총회에서 의결할 예정이다.

이날 주총에서는 사외이사 선정 외에 정관 개정안도 의결한다. 현재 알려진 바에 따르면 정관 개정안에는 KT 대표이사 자격요건에 정보통신(ICT) 전문성 삭제 여부와 사내이사 수를 기존 3인에서 1인으로 축소, 대표이사 선임을 특별 의결로 바꿀지 여부 등이다.

이 가운데 대표이사 자격요건 변경을 두고 업계에서 의견이 갈라지고 있다. KT는 지난해 말부터 구현모 전 대표와 윤경림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 등이 대표이사 후보로 물망에 올랐으나 정치권으로부터 '이권 카르텔'이라는 비난을 받으며 중도 낙마하는 일이 있었다.

이 때문에 'ICT 전문성'을 삭제한다면 대외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고 외풍을 막아줄 대표이사를 선임할 수 있다. 다만 ICT 사업 특성상 전문성이 없다면 빠른 의사결정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또 정치권 인사가 대표이사로 선임될 수 있어 민영화된 지 20년이 지난 KT가 정권의 입김에 휘둘릴 수도 있다.

특히 이사회 내에 사내이사 비중을 기존 3인에서 1인으로 줄이는 방안도 검토 중인 만큼 앞으로 이사회의 영향력이 더 커질 수 있다. 이 가운데 전문성과 사업의 연속성을 보장할 내부 인사가 없다면 KT는 자칫 사업 정체성을 잃을 우려도 있다.

현재 이사회에 남아있는 사외이사는 김용현 의장(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전 헌법재판관)이 유일하다. 유력하게 거론되는 인물에는 ICT 전문가들이 일부 포진돼 있으나 KT가 그동안 추진한 사업의 연속성을 보장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특히 KT는 2020년 구현모 대표 선임 이후 디지코(DIGICO)로 전환을 선언하고 AI, 빅데이터, 클라우드를 중심으로 한 엔터프라이즈 사업과 미디어·콘텐츠 사업 육성에 나섰다. 그 결과 주가가 3년 새 2배 이상 뛰면서 소액주주들로부터 신임을 얻기도 했다. 이사회와 대표이사가 모두 외부 인사로 꾸려진다면 성공한 사업 전략의 연속성을 보장받기 어려울 수 있다.

이처럼 이사회에서 사외이사 비중이 높아지는 만큼 대표인사는 내부인사가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ESG평가원은 1일 'KT의 거버넌스 개혁 작업에 관한 평가보고서'에서 "CEO 선임은 정상적인 후계자 승계 정책으로 푸는 게 정도이지만 그럴 수 없는 비상 시국이기에 과도기적 차선책이 필요하다"며 대표이사는 내부인사가 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중도 낙마한 구현모 전 대표나 윤경림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 모두 내부인사인 점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KT 이사회는 당초 구 전 대표의 연임을 확정지었으나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앞서 구 전 대표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약식기소돼 도덕성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KT새노조 등 일각에서는 구 전 대표가 대표이사로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구 전 대표의 사퇴 이후 KT의 엔터프라이즈 사업을 견인한 윤경림 사장이 내정됐으나 시민단체로부터 배임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당해 후보에서 사퇴했다.

이와 함께 윤경림 사장의 대표이사 후보 선정 당시 국회 과학기술방송정보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KT 이사회를 향해 '이권 카르텔'이라며 거세게 비난했다. 내부인사를 대표이사로 추천할 경우 정치권 외풍에 쉽게 휘둘릴 수 있다는 증거가 된다.

이 때문에 KT가 사외이사 후보자와 정관 개정에 대해 어떻게 결정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사외이사 후보자의 면면에 따라 차기 KT 대표이사의 향방도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KT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2.4% 감소한 4861억원을 기록하며 위기를 맞고 있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늘어난 것에 비하면 KT 대표이사 선임을 둘러싼 갈등이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2분기에는 본격적인 경영 공백이 시작된 만큼 2분기에도 부진한 실적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KT는 통신 3사의 5G 중간요금제 발표도 가장 늦게 진행할 정도로 의사결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새롭게 선정된 사외이사가 본격적으로 활동하는 것도 3분기부터가 될 것"이라며 "정부의 통신시장 경쟁촉진으로 통신시장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빠른 의사결정으로 신사업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경영 정상화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여용준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dd093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