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11월 1일 중국 당국은 '가상현실 국가전략'을 발표했다. 주요 VR 산업 클러스터와 공공 서비스 플랫폼을 각각 10개씩 구축, 2026년까지 중국 내 VR 기기 판매량을 2500만대까지 끌어올리고 산업 규모를 3500억위안(약 68조원)까지 늘린다는 계획이 여기에 포함됐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VR 업계 관계자 2인의 반응을 종합하면 중국의 이러한 발표는 VR 산업을 전략적으로 키우겠다는 의지라기보단 위기를 맞이한 중국 VR 분야를 살리기 위한 생존 전략인 것으로 판단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지 1위 기업 피코의 '구조조정설'이 나온 것이 하루 이틀이 아닌데 정부의 발표는 이와 반대로 가니 아리송하다"며 "중국 전반에 걸친 경제 위기론이 참단 산업 분야에 치명타가 되지 않도록 선제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했다.
피코는 2015년 설립된 중국 VR 스타트업으로, 이들의 VR 헤드셋 '피코 네오' 시리즈는 중국은 물론 해외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이 업체는 2021년 8월 '틱톡'으로 유명한 바이트댄스가 90억위안(약 1조6200억원)에 인수됐다.
중국 현지 매체 이퀄오션과 36커(氪)는 최근 연이어 "바이트댄스가 피코 관련 사업을 점진적으로 줄여나갈 것"이라고 보도했다. 피코의 지난 2년간의 성과가 모기업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히 36커는 "피코가 당초 인수됐을 때 바이트댄스에서 정한 '수익화 데드라인'은 3년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며 "인수 당시 90억위안 수준이었던 피코의 기업가치는 내부적으로 30억위안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고 구체적으로 짚었다.
또 "최근 400명 규모의 감원을 거쳐 직원 규모가 1600명대로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바이트댄스가 인수할 당시 피코의 직원 수는 2500명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피코의 이러한 움직임은 중국 시장에서 VR에 대한 관심도가 줄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시장 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중국의 VR헤드셋 판매량은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증가세를 보였으나 올 상반기 들어 지난해 대비 56% 감소세를 보였다. 중국 시장 50%를 점유한 피코 또한 VR헤드셋 판매량이 전년 대비 55% 감소했다.
실제로 또 다른 국내 IT업계 관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중국 VR 기업들이 국내와 파트너십을 다각도로 추진하는 모양새였으나 올 중순부터 이러한 움직임이 거의 멈췄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중국 시장의 위기 속에 '퀘스트' 시리즈를 앞세운 메타가 중국 현지에 진출한다는 설이 제기됐다. 월스트리트 저널의 이달 9일 보도에 따르면, 메타는 중국의 텐센트가 현지에 '보급형 VR 헤드셋'을 독점 공급하는 내용의 예비 계약을 체결했다.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올 2분기 기준 세계 VR 헤드셋 시장에서 메타 퀘스트는 50%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소니가 28%로 2위를 차지했으며 피코의 점유율은 9% 로 집계됐다.
가상현실 전문지 업로드VR과 로드 투 VR은 각각 "텐센트는 당초 피코의 인수를 두고 바이트댄스와 경합했던 만큼 VR 시장 공략을 위해 메타와 손잡는 것은 신빙성 있다", "구조 조정 등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는 피코가 현지 시장의 주도권을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을 전망"이라고 평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