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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 사진 팔래요?"…최신 유행 반영 신종 사기 빈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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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 사진 팔래요?"…최신 유행 반영 신종 사기 빈발

차액 송금·NFT화 위한 암호화폐 등 요구
계정 이용자 분석 '맞춤형 사기' 주의해야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의 이용권을 구매하겠다며 접근, 송금이나 가짜 사이트 가입 등을 유도하는 사기 수법이 빈번히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프리픽(Freepik)이미지 확대보기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의 이용권을 구매하겠다며 접근, 송금이나 가짜 사이트 가입 등을 유도하는 사기 수법이 빈번히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프리픽(Freepik)
"인스타그램에 올린 이미지를 팔 생각이 없냐는 DM(다이렉트 메시지)을 받은 적이 있다. 계정 자체는 정상적인 사람 같았지만 뭔가 수상해서 무시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사기 수법 중 하나였더라."

영상 제작자로 일하고 있는 국내 한 엔터테인먼트 업계 관계자가 평소 취미 삼아 찍은 풍경 사진들을 올려둔 인스타그램 계정을 보여주며 한 말이다. 이렇게 요즘에는 SNS를 통해 메시지를 보내며 소통하다가 사기행각을 저지르는 신종 사기가 빈번해 주의를 요한다. 이들 사기 유형은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 체류 중인 주재원이나 유학생 들까지 대상으로 한다. 현지 금융 시스템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 사기범들의 주된 타깃이 되기도 한다.

캐나다 밴쿠버 주재 한국 총 영사관에 따르면 한인 유학생 중 이러한 인스타 사기 수법에 실제로 피해를 입은 이도 있다. 해당 유학생에게 사기범은 자신을 화가라고 소개한 계정을 통해 "당신의 인스타 사진을 작품에 쓰고 싶다"는 메시지를 보내며 접근했다.

피해자가 이에 긍정적으로 반응하자 사기범은 사용료 명목으로 입금 수표를 보내며 차액을 별도로 돌려줄 것을 요구했다. 캐나다 은행이 통상적으로 입금 수표 확인에 2영업일이 소요되는 것을 악용한 것으로, 피해자는 차액을 송금한 후 입금 수표가 가짜라는 것을 뒤늦게 알아챘다.
수표 확인 등 은행 업무 속도가 빠른 국내의 경우는 수표가 아닌 페이팔 등 해외 결제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유행하는 블록체인 기술 키워드를 악용해 "당신의 사진을 NFT(대체불가능토큰)으로 만들고 싶다"며 암호화폐 구입과 송금을 유도하는 사례도 있다.

NFT나 암호화폐는 비교적 고전적인 수법인 친밀감 조성형 사기, 이른바 '로맨스 스캠'과도 쉬이 결합된다. 한국에 관심 많은 일본인, 케이팝을 동경하는 대만인, 한국 게임을 좋아하는 베트남인 등으로 자신을 소개하는 이들이 소셜 미디어를 통해 친해진 후 NFT나 암호화폐 구매, 신규 거래소 가입 등을 유도하는 식이다.

소셜 미디어 이용자들의 NFT나 암호화폐 구입 등을 유도하는 사기 수법도 다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사진=바이낸스이미지 확대보기
소셜 미디어 이용자들의 NFT나 암호화폐 구입 등을 유도하는 사기 수법도 다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사진=바이낸스

미국 사이버 보안 회사 멀웨어바이트(Malwarebytes)는 "사진이나 이미지 창작물 구매를 시도하거나 암호화폐 구매를 유도하는 수법 외에도 인스타그램 계정을 분석해 맞춤형 사기를 치는 유형도 여럿 보고돼 주의를 요한다"고 경고했다.

맞춤형 사기의 예시로는 △최근 퇴직했거나 구직 중인 이들을 노리고 비서 등 일자리를 알선해준다며 접근하는 수법 △자동차 애호가들을 노리고 차량 랩핑 광고를 제안하는 수법 등을 들었다.

금융감독원(금감원)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동안 불법 사금융 신고센터에는 총 328건의 신고와 제보가 접수됐으며 이중 47건이 수사 의뢰로 이어졌다. 수사 의뢰된 사건 중 63.8%에 해당하는 30건이 인스타그램 등 최신 유행이나 NFT와 같은 신기술을 활용한 수법이었다.

이 외에도 암호화폐 등 투자상품 투자를 빙자한 유형이 23.4%,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영농·협동 조합을 사칭한 유형이 12.8%의 비율을 차지했다.

유튜브에 'AI임영웅'을 검색하면, 임영웅의 목소리를 AI로 모사한 영상들이 적지 않게 발견된다. 사진=유튜브 캡처이미지 확대보기
유튜브에 'AI임영웅'을 검색하면, 임영웅의 목소리를 AI로 모사한 영상들이 적지 않게 발견된다. 사진=유튜브 캡처

소셜미디어 상의 사기 수법은 기술 발전과 함께 지속적으로 지능화되고 있다. 최근 보편화된 '챗GPT' 등 생성형 인공지능(AI) 또한 예외가 아니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에는 지난해 들어 문재인 전 대통령,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등을 사칭해 이른바 '주식 리딩방' 가입을 유도하는 광고들이 다수 발견되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딥페이크나 생성형 AI를 활용해 더욱 그럴듯한 사칭을 시도한다.

앞서 언급했던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 사기 수법에도 AI가 충분히 활용될 수 있다. 유튜브 등 영상 플랫폼에는 이미 오픈소스 음성 제작 AI를 활용, 실존 인물의 목소리를 모사한 영상들이 다수 게재돼 있다. '엄마들의 BTS'로 불리는 임영웅의 목소리를 모사한 'AI 임영웅'이 찬송가를 부르는 영상들도 있는데, 이들이 소셜 미디어 사기나 보이스 피싱 등에 악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금감원은 "민생을 침해하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수사를 의뢰하는 한편 신종·변종 사기수법에 대해 신속하게 소비자 경보를 발령할 것"이라며 "소비자 개개인 역시 사기의 주요 행태, 대응 요령 등을 유념하고 유사시 적극 신고해주시길 당부드린다"고 강조했다.


이원용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wony92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