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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일간 동상이몽 끝"…카카오·SKT, AI 각개전투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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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일간 동상이몽 끝"…카카오·SKT, AI 각개전투 시작

카카오, SK스퀘어 지분 전량 매각
SKT도 지난 4월 카카오 지분 정리
협력 관계서 AI 경쟁 구도로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11일 공시를 통해 SK스퀘어 보유 지분 전량을 매각했다고 밝혔다. 이미지는 SK텔레콤CI와 카카오CI. 이미지=SK텔레콤, 카카오이미지 확대보기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11일 공시를 통해 SK스퀘어 보유 지분 전량을 매각했다고 밝혔다. 이미지는 SK텔레콤CI와 카카오CI. 이미지=SK텔레콤, 카카오
2019년 겨울, IT 업계의 '빅딜'로 주목받았던 카카오와 SK텔레콤(SK스퀘어)의 전략적 지분 동맹이 약 2000일 만에 공식적으로 종료됐다. 양사가 서로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모두 정리하면서 협력 구도는 AI를 둘러싼 독립 경쟁 체제로 전환되는 모양새다.

카카오의 투자 전문 자회사인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통해 SK스퀘어 보유 지분 248만6612주 전량을 매각했다고 밝혔다. 거래 총액은 약 4296억8655만 원이다.

카카오 측은 이번 매각 배경에 대해 "인공지능(AI) 등 미래 투자 재원 확보를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확보한 자금은 AI 에이전트 '카나나'를 비롯한 차세대 기술 개발에 집중 투입될 것으로 풀이된다.

카카오 김병학 '카나나' 성과리더는 "AI 기술을 통한 성장과 경쟁을 함께하는 환경을 만들고, 이러한 생태계 내에서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를 꾸준히 마련해가고자 한다"며 "인공지능 모델 성능의 고도화는 물론 오픈소스의 본질적인 가치를 함께 추구해 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카카오는 2023년 AI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한 후로 오는 11월 AI 기반 개인 비서형 에이전트 공개를 예고한 상태다.

이번 매각은 지난 4월 SK텔레콤이 보유하고 있던 카카오 지분 1081만8510주(약 4133억 원)를 전량 매각한 데 이은 후속 조치로 해석된다. 당시 SKT는 "AI 신사업 및 재무 구조 개선을 위한 자금 확보"라고 밝혔으며, 이번 카카오의 결정은 사실상 '맞불 정리'라는 분석이다.

양사의 협력은 2019년 약 3000억 원 규모의 지분 맞교환으로 시작됐다. 당시 SK텔레콤은 카카오가 발행한 신주를 인수했고, 카카오는 SK텔레콤 자사주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후 SK텔레콤이 인적분할되면서 해당 지분은 SK스퀘어로 이어졌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실질적인 사업적 시너지는 제한적이었다. SKT의 콘텐츠 플랫폼 'T우주'에 카카오웹툰이 입점하고, 공동 ESG 펀드를 조성하거나 클라우드 MSP 영역에서 협력하는 등 단발적인 협업은 있었지만, 전방위적으로는 오히려 경쟁이 더 뚜렷했다. 대표적으로 △카카오모빌리티 vs 티맵, △카카오엔터 vs 웨이브 △카카오커머스 vs 11번가, △멜론 vs 플로 등 거의 모든 핵심 영역에서 사업 간 충돌이 이어졌다.

특히 최근 양사가 집중하는 AI 분야의 전략이 분기돼 동행 가능성이 더 낮아진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현재 오픈AI와의 협력으로 생활형 AI 에이전트를 준비 중인 반면, SKT는 정부가 주도하는 '소버린 AI' 정책 기조에 발맞춰 자체 LLM 기반의 'A.X' 시리즈를 고도화하며 클라우드 기반 AI 플랫폼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약 6년간 이어진 양사의 전략적 동맹이 공식적으로 막을 내렸다. 카카오와 SKT는 AI를 축으로 각자의 진영을 재편하며 본격적인 경쟁 국면에 들어설 전망이다.


김지유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tainmai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