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크라임씬·여고추리반…추리 예능 맛집 '티빙'

지인의 강력한 추천으로 '크라임씬 리턴즈'의 정주행을 마쳤다. 총 11화(0화 포함)에 러닝타임 552분의 작품을 감상하는 데 이틀이 채 걸리지 않았다.

사실 이런 종류의 역할극 형식으로 진행되는 예능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았던 터라 1화를 틀면서도 '도중에 하차하는 거 아니야?' 하는 의구심이 가시지 않았다. 일전에 동일 장르의 추리 예능을 접했다가 출연자들의 캐릭터 성이나 관계성이 강해 내가 지금 보는 게 X닝맨이야 뭐야 싶었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크라임씬 예능을 처음 접한다고 답하자 추천받은 것은 가장 최근에 나온 크라임씬 리턴즈였다. 최신 시리즈를 본 뒤 재미를 붙이고 크라임씬 기존 시리즈를 보면 된다는 설명이었다.

크라임씬은 총 4개의 시즌으로 크라임씬, 크라임씬2, 크라임씬3, 크라임씬 리턴즈로 구성돼 있는데 이전작들을 보지 않아도 충분히 이해가 되며 재밌을 것이란 지인의 적극적인 권유에 토요일 주말, 크라임씬 리턴즈 1화를 켰다.

크라임씬의 큰 틀은 하나의 사건을 제시하고 패널들에게 사건을 조사하는 탐정과 사건에 연루된 용의자 역할을 맡긴다. 이들은 자신이 맡은 역할을 수행하며 사건이 일어난 현장을 조사하는 시간을 가진다. 이때 각 용의자와 관련된 단서를 획득하며 진범을 찾아내야 한다.

투표를 통해 진범을 가리게 되며, 진범을 맞추는 경우 진범에 표를 던진 패널들에게는 200만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탐정은 유일하게 두 표를 행사할 수 있으며 표 당 각 100만원을 획득하게 된다. 만약 진범 검거에 실패하는 경우, 진범은 자신을 지목하지 않은 패널의 상금을 모두 차지할 수 있다.

먼저 에피소드 별 사건의 전말을 소개하는 영상을 통해 시청자에게 사건 개요를 설명하고 이후 패널들이 활동하는 무대를 비추며 크라임씬: 리턴즈의 본격적인 추리가 시작된다. 우선 좋았던 점은 패널들 각자가 맡은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면서도 패널의 실제 직업 혹은 전편에서 나왔던 역할과 연결 짓는 등의 소소한 개그 포인트를 준다는 것이었다.

이를 통해 시청자들의 웃음을 유발하되 극의 몰입을 깨지 않을 정도로만 보여줘서 매 에피소드마다 재밌게 시청할 수 있었다. 또한 퀄리티 높은 세트장 구성으로 보는 재미가 있었다는 점, 짜임새 있는 스토리와 탄탄한 기승전결로 정주행을 마친 시청자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긴다는 점이 몰아보기 정주행을 가능하게 했다.

크라임씬: 리턴즈 정주행을 마치고 이번엔 여고추리반의 정주행에 돌입했다. 추리 예능이라는 장르는 같지만 실내 세트장에서 진행되는 크라임씬과는 달리 실제 학교 건물을 배경으로 진행된다. 다섯 명의 멤버가 전학생으로 들어와 학교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는 콘셉트다.

크라임씬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역할과 상황에 몰입한다는 전제는 같지만 영역을 외부로 확장시켜 더욱 보는 재미를 더했다. 또한 학교라는 장소가 주는 특유의 분위기를 시간대 별로 살렸는데, 낮에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학창 시절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또한 밤에는 음산함과 공포 분위기가 '추리'라는 장르적 특성을 강화한다.

학교가 여자 고등학교라 주요 패널들이 모두 여성인 점은 극의 발랄함을 더한다. 아울러 각자 직업, 연령도 모두 다르지만 여고생이라는 역할을 충실하게 재연하며 '여고추리반'이라는 표제,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유지한다. 이러한 요소들이 하나하나 모여 시청자들은 마치 자신이 패널들이 속한 '추리반'의 또 다른 일원이 된 것과 같은 몰입감을 느끼며 이 프로그램에 속절없이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크라임씬과 여고추리반은 추리 예능이라는 동일 장르를 표방하나, 각자의 재미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티빙 오리지널 예능의 터줏대감 역할을 하고 있다. 추리와 스릴러 장르를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추리 예능 맛집 티빙 방문을 권하고 싶다. 여고추리반은 현재 시즌 2까지 나왔으며, 지난 22일 티빙의 공식 채널에 시즌 3의 새로운 예고편이 공개되면서 팬들의 기대가 쏠리고 있다.


편슬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yeonhaey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