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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전엔 서두르더니…스테이지엑스 법인 설립하니 과기정통부 '밍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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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전엔 서두르더니…스테이지엑스 법인 설립하니 과기정통부 '밍기적'

28GHz 주파수 할당 스테이지엑스, 법인 설립 완료
컨소시엄 명단 공개·주파수 1차대금 납부 완료
법인 설립하고 사무실·직원 마련했으나 '개점휴업'
과기정통부 '서류검토', 기한 없이 한 달째 '검토중'

서상원 스테이지엑스 대표.가 지난 2월 7일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스테이지엑스이미지 확대보기
서상원 스테이지엑스 대표.가 지난 2월 7일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스테이지엑스
속담 중에 '화장실 들어갈 때 다르고 나올 때 다르다'는 말이 있다. 자기에게 필요할 때는 다급하게 행동하다가도, 자신의 할 일을 끝내면 마음이 변해지는 사람을 두고 이르는 속담이다. 이 속담과 딱 맞아 떨어지는 상황이 바로 정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제4이동통신(스테이지엑스)의 관계다.

제4이동통신은 그야말로 도전의 역사다. 그리고 실패의 역사이기도 하다. 햇수로만 무려 15년째 도전이 이어졌고 그 사이 정권은 3차례나 바뀌었다. 제4이동통신이 처음 화두에 오른 건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이고 현재 윤석열 대통령 정권에 이르러서야 '9부 능선'을 넘은 상태다.
제4이동통신 도전의 역사를 살펴보자. 2010년 6월 한국모바일인터넷(KMI)이 당시 방송통신위원회에 기간통신사업권 허가를 신청하며 제4이통의 도전이 시작됐다. KMI가 제시한 기술은 와이브로 (WiBro : Wireless Broadband Internet). 방통위는 2.5㎓ 대역을 와이브로 용도로 할당했다. 그러나 그해 11월 KMI는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KMI는 5개월 만인 11월 재도전에 나섰으나 결과는 실패했고 3번째 도전에서 양승택 전 정통부 장관을 회장으로 영입했지만 양 장관은 얼마 지나지 않아 독립해 인터넷스페이스타임(IST)을 설립하고 독자적으로 제4이동통신 기간통신사업권 허가를 신청했다. 하지만 모두 서비스에 이르지 못했다.

이어 IST는 중기중앙회와 현대그룹 등을 주요 주주로 참석시켰지만 심사 당일 현대그룹이 투자를 철회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KMI도 실체 없는 외국자본을 내세웠다가 심사위원 기준에 도달하지 못해 결국 실패로 끝났다. KMI는 7번 도전했지만 결국 모두 실패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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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연합뉴스

2014년에는 한국자유통신(KFT) 컨소시엄이 제4이동통신 진출을 선언했지만 내부 이슈로 사업을 진행하지 못했다. 이후 2015년 6월 우리텔레콤이 중소기업과 연합해서 도전했지만 자금 등 문제로 중도 포기했다.

2015년 당시 미래창조과학부는 신규 사업자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와이브로와 시분할 롱텀에벌루션(LTE-TDD) 방식 외에 주파수분할 방식(LTE-FDD)도 허용했다. 2.5GHz 외에 2.6GHz까지 열어 주면서 혜택을 늘렸다. 서비스 초기 5년간은 SK텔레콤의 통신망(網)을 공동 사용할 수 있도록 했으나 현실화되지 못했다.

2023년 들어서는 정부가 5G 28GHz 신규사업자 유치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11월부터 5G 28GHz 주파수 대역 신규사업자를 모집했다. 당시 세종텔레콤, 스테이지엑스, 마이모바일컨소시엄이 전국 단위 주파수 할당을 신청했으나 종텔레콤은 경매 1일차에 탈락했고 스테이지엑스와 마이모바일이 5일 차 경매까지 경합을 펼친 가운데 4301억원을 적어내 스테이지엑스가 해당 주파수 대역을 할당받았다. 과기정통부는 1월 31일 5세대(5G) 이동통신용 28GHz 800MHz폭 주파수 할당대상법인으로 스테이지엑스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힘들게 제4이동통신 사업자로 스테이지엑스가 선정됐고, 이어 스테이지엑스는 5월 7일 5G 28GHz 주파수 1차 대금을 과기정통부에 납부하고 곧바로 기간통신사업자 등록을 시작했다.

주파수 대금에 대한 우려를 의식한 듯 스테이지엑스는 컨소시엄 명단도 공개했다. 스테이지엑스 컨소시엄은 주주사로 참여한 △스테이지파이브 △야놀자 △더존비즈온 외 파트너사로 참여한 △연세의료원(세브란스병원) △카이스트 △인텔리안테크놀로지스 △폭스콘인터내셔널홀딩스 △신한투자증권 등으로 구성됐다.​

스테이지엑스는 사업 자본금으로 2000억원을 계획했다. 출범 초기 확보한 자금은 500억원대로 주파수 대금 납부, 사무실 임대 및 제반 운영 경비를 충당하는데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이후 계획된 전체 자본금 확충을 조기에 마무리하고 설비투자 및 혁신서비스 출시에 필요한 자금 2000억원의 시리즈A 투자유치도 내년도 서비스 론칭 전까지 완료한다는 계획으로 지난 4월부터 복수의 글로벌 투자사와 세부 논의에 돌입한 상태다.

이렇게 차근차근 서비스 개시를 위해 단계를 밟아가고 있는 스테이지엑스와 달리 정작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는 느긋하기만 하다. 스테이지엑스는 5월 7일 주파수 할당에 필요한 서류를 과기정통부에 제출했으나 한 달이 다 돼가도록 그에 대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5월 14일 "스테이지엑스가 제출한 필요서류 등에 대해 검토 중이며 법률자문과 전문가 검토를 거쳐 필요서류의 적정성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만 밝혔다. 언제쯤 적정성 검토가 완료될 지 아무도 모른다.

취업 플랫폼 '잡코리아'에 올라온 '스테이지엑스(STAGE X) 구인 현황. 스테이지엑스는 서비스를 준비하며 이미 다양한 포지션에 직원을 채용한 상태지만 과기정통부의 '적정성 검토' 결과가 지연됨에 따라 서비스 개시를 못하고 있다. 사진=잡코리아 화면 캡처이미지 확대보기
취업 플랫폼 '잡코리아'에 올라온 '스테이지엑스(STAGE X) 구인 현황. 스테이지엑스는 서비스를 준비하며 이미 다양한 포지션에 직원을 채용한 상태지만 과기정통부의 '적정성 검토' 결과가 지연됨에 따라 서비스 개시를 못하고 있다. 사진=잡코리아 화면 캡처


제4이동통신 사업자가 선정되기 전, 4월 10일 총선 전까지만 해도 정부는 한시 바삐 제4이동통신을 서비스해 가계통신비 부담을 완하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지속적으로 밝혀왔다. 이를 믿고 스테이지엑스 측은 주파수 대금을 납부하고, 법인을 설립하고, 사무실을 차리고, 정부가 요구하는 필요 서류를 제출했다. 또 필요 인력을 다수 채용했으며 현재도 여러 포지션에서 인력을 지속적으로 채용하고 있다.

정부가 늑장부리는 동안 스테이지엑스는 돈이 줄줄 새고 있는 형국이다. 임대료와 인건비 등은 나가지만 정부의 서류 검토가 늦어지니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다. 15년 만에 현실화된 제4이동통신이지만 정작 사업 개시를 앞두고 '개점휴업'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상훈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sanghoon@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