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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못 놓는 정부…업계선 "혈세 낭비"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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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못 놓는 정부…업계선 "혈세 낭비" 지적

금융·게임 등 기업 '메타버스' 사업 종료
메타버스, 생성형 AI에 밀려 관심 '뒷전'
정부·지자체는 '메타버스' 투자 지속

코리아 메타버스 페스티벌 2023에서 메타버스 기술을 시연해보는 시민.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코리아 메타버스 페스티벌 2023에서 메타버스 기술을 시연해보는 시민. 사진=뉴시스
인공지능(AI) 개발을 통한 기술 패권 경쟁이 치열한 반면, 메타버스는 업계에서 사업적 주목도가 현저하게 낮아진 상황이다. '메타버스'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및 실내 생활로 한때 각광받았지만 현재는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관련 사업이 힘을 못 쓰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지자체는 그러한 흐름을 역행하며 메타버스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국내서 메타버스 관련 사업을 실시하는 기업은 사업을 정리하거나 타 사업군과의 협업을 통해 명맥을 이어가는 중이나 이마저도 신통치 않다. 메타버스에 접속해 서비스를 이용하는 유저 자체가 부족한 것이 원인이다. 만들어진 플랫폼조차 외면받는 현실임에도 정부 및 지자체 등에서는 메타버스 개발을 멈추지 않고 있어 '혈세 낭비'라는 지적이다.
12일 IT 업계에 따르면 미래 신사업으로 각광 받던 '메타버스' 분야에서 '엑소더스(EXODUS, 탈출)' 현상이 관측되고 있다. 메타버스 개발 부서가 문을 닫거나, 서비스 종료 수순을 밟는 등 업계 전반에서 발을 빼는 흐름이다.

특히 금융계 쪽에서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진다. 농협은행이 자체적으로 선보인 '독도버스'는 지난 3월 이후 이렇다 할 소식이 확인되지 않고 있으며 하나은행의 경우 메타버스 전담조직으로 신설한 '디지털혁신 태스크포스'도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8월 메타버스 플랫폼 '시나몬'을 종료한 뒤 별도의 메타버스 사업을 진행 중이지 않은 상황이다.
넷마블도 올해 초 자회사 메타버스월드 법인을 정리했다. 경영 효율화를 위한 조치로, 시장 판도의 변화와 '사회적 관심' 감소를 원인으로 꼽았다. SK텔레콤과 KT 등 이통사에서 선보인 메타버스 서비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SK텔레콤의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의 올해 1분기 MAU(월간 활성 이용자 수)는 59만8631명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49.4%(118만3056명) 줄어든 수치다. KT의 경우 지난 4월 B2B용으로 선보인 메타버스 서비스 '메타라운지'의 문을 닫았다.

글로벌에서도 비슷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 디즈니는 지난해 3월 메타버스 사업부를 정리하면서 소속 직원 50명을 해고했다. 메타버스 기업에 대한 글로벌 사모펀드 및 벤처 캐피탈 투자도 크게 둔화됐다.

메타버스 서울과 메타안산의 다운로드 수. 사진=플레이스토어 캡처이미지 확대보기
메타버스 서울과 메타안산의 다운로드 수. 사진=플레이스토어 캡처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가 추적한 278개 메타버스 기업이 참여한 펀딩은 2023년 5억3000만달러를 모금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메타버스가 주목받던 2022년 대비 87% 감소한 수치다. 메타버스 투자를 분석한 EY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과 2022년 촉발된 메타버스 열기가 시들해지고 있으며 이미 그들의 관심은 생성형 AI로 옮겨간 지 오래라는 의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각 지자체는 메타버스에 대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정부는 메타버스 글로벌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6개 대학교에 최대 6년간 각 55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또한 메타버스 개발자 및 콘텐츠 창작자를 양성하는 '메타버스 아카데미'를 지속 운영 중에 있다. 오는 8월에는 세계 첫 '메타버스산업 진흥법'이 시행될 예정이다.

지자체에서는 독자적인 메타버스 플랫폼을 선보이고 있다. 강릉 메타버스체험관은 올 9월 개관을 앞두고 있으며 이를 위해 24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에서 운영 중인 메타버스는 223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들여 개발, 운영 중에 있으나 12일 기준 다운로드 수 1만회를 상회하는 수준에 그친 상태다.

이 외에도 충북 청주시에서 지난해 1월 선보인 수암골 메타버스와 5월 선보인 경기 안산시의 안산 메타, 11월 문을 연 대구경북신공항 메타포트도 개발 취지와 의도가 무색하게 저조한 접속자 수를 기록 중이다. 막대한 비용을 들인 반면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로드 하거나 실제 접속하는 이용자 수가 적어 '혈세 낭비'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위정현 중앙대학교 가상융합대학 학장은 "애초에 메타버스 B2C 모델은 타깃을 잘 못 잡은 것이다. 특히 기업도 실패하고 있는 사업을 지자체가 한다는 것은 성공할 확률이 매우 낮다. 개발에도 엄청난 비용을 필요로 하는데 차라리 통합 플랫폼을 만든다면 모를까 지자체가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플랫폼은 결말이 정해져 있는 것과 다름 없다"라는 입장을 보였다.

송도영 법무법인비트 변호사는 "메타버스 산업에서도 특히 B2C 영역에서 이렇다 할 성과나 진척이 확인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플랫폼의 존재 의의는 사용자가 들어와서 활동을 함으로서 발생한다. 그런데 각 지자체에서 독자적으로 만든 플랫폼의 경우 사용자의 니즈를 만족시킬 만한 콘텐츠가 충분히 확보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사용자 감소로 이어지고, 결국 산업 침체라는 악순환으로 연결될 수 있다. '혈세 낭비'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민간기업과의 활발한 협업과 정부와 지자체의 콘텐츠 수급 노력이 동반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편슬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yeonhaey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