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 작품 '다운로드 불가' 방침 논란
유사한 선례로 피해 입은 소비자 다수
"디지털 소유물 개념 재정립 필요" 의견도
유사한 선례로 피해 입은 소비자 다수
"디지털 소유물 개념 재정립 필요" 의견도

웹툰 플랫폼 '피너툰'이 서비스 종료를 공지했다. 회사에 근무하는 직원, 플랫폼에서 연재 중이던 작가를 비롯해 소비자(독자)들까지 '당일 통보'를 받아 하루아침에 직장과 연재처, 좋아하던 웹툰을 잃었다는 아우성이 들려온다.
피너툰은 오는 2월 28일부로 서비스를 종료한다. 충전한 땅콩(유료 재화) 및 포인트는 서비스 종료 직전까지 소진이 가능하며 잔여 땅콩의 환불 신청 기간은 2월 1일부터 3월 15일까지다. 환불 요청되지 않은 땅콩은 모두 소멸된다. 작품 연재와 소장 작품 열람 역시 서비스 종료 직전까지만 제공한다.
다만 '소장 작품의 별도 저장 및 다운로드는 불가하다'라고 고지된 항목에 독자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대다수의 웹툰·웹소설 플랫폼에서는 연재 작품에 대해 저렴한 가격으로 단기간 감상이 가능한 '대여'와 더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영구 소장이 가능한 '소장' 방식의 두 가지 구독 형식을 지원한다.
웹툰이라는 콘텐츠 특성상 좋아하는 작품은 돈을 더 주고서라도 소장 구매한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런데 소장한 작품을 다시 감상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서비스 종료 만을 고지한 점에 대해 무책임하다는 소비자들의 날 선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피너툰의 대처에 인터파크와 반디앤루스 등 이북(eBook, 전자책) 서비스 종료에 따른 대처가 비교 대상으로 떠올랐다. 인터파크 eBook 서비스는 지난 2022년 3월 31일부로 서비스를 종료했다. 이에 기존에 구매한 eBook은 북큐브 eBook 애플리케이션과 홈페이지를 통해 지속적인 열람이 가능하다고 공지했다. 반디앤루니스 eBook 서비스는 지난 2020년 10월 1일부로 서비스를 종료했다. 대신 알라딘과의 제휴 협약을 통해 소비자들이 구독한 책을 열람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이관했다.
하지만 좋은 선례보다는 대처가 엉망인 선례가 더 많다. 2014년 서비스를 종료한 삼성 북스는 구매한 콘텐츠의 이관 등 대책 마련이 없어 이용자들의 원성을 샀다. KT의 '올레 e북' 역시 마찬가지다. '올레 e북'은 서비스를 종료하면서 전자책 전문 업체인 바로북으로 기존 서비스를 이관하려 했지만 저작권 문제로 이관이 늦어지다 결국 무산됐다. 소비자들이 구매한 책들은 모두 사라졌으며, 환불 대책도 마련되지 않아 논란이 됐었다.
소비자들은 전자책의 장점인 보관의 용이성, 독서의 편리함 등을 이유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으나 이러한 선례들로 인해 계속 불안에 떠는 모습이다. 유사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함에 따라 관련 법규나 제도의 보완이 요구되고 있으나 여전히 법의 사각지대에 머물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이러한 문제는 비단 웹툰이나 웹소설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영화나 드라마와 같은 영상 콘텐츠를 VOD로 영구 소장 구매한 경우와 오디오 콘텐츠 등도 마찬가지"라며 "시대와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디지털 소유권의 개념도 함께 변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시월 건국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플랫폼이 작품 소장에 대해 '영구 소장'의 개념을 약관에서 분명히 명시해뒀다면 공정거래위원회 제소를 통해 소비자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구매 시장이 커지고 있는 만큼 정부가 나서서 소비자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법적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구매를 결정하기 전에 서비스 종료 이후에도 콘텐츠 소장 방법, 이관 방법 등에 대한 플랫폼 입장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편슬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pyeonhaeyo@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