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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킹사태, 친기업 행보 ‘정부 책임론’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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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킹사태, 친기업 행보 ‘정부 책임론’ 부상

KT 늑장 대응했는데도 정부는 아무런 대응 없어
김민석 총리 “관계 부처 안일한 대응 반성해야”
개인정보 한 건 유출당 과징금은 1000원에 불과
김민석 국무총리가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통신사 및 금융사 해킹사고 관련 긴급 현안 점검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이미지 확대보기
김민석 국무총리가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통신사 및 금융사 해킹사고 관련 긴급 현안 점검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동통신사의 해킹 사태를 놓고 정부가 방관했다는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KT와 LG유플러스의 해킹 가능성이 거론되자, 정부는 기업의 자진 신고가 있어야만 조사가 이루어진다는 현행법 체계에 의존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또 불법 기지국을 이용해 KT 고객 무단 소액 결제한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정부는 경찰 수사에만 의지한 채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

22일 김민석 국무총리는 ‘통신사 및 금융사 해킹사고 관련 긴급현안점검회의’를 열었다. 이날 김 총리는 “해킹은 국민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기업의 신고가 있어야만 조사가 가능했던 기존 제도를 직권 조사 체계로 바꾸고 보안 의무 위반에 대한 제도도 한층 강화해 책임을 확보하겠다”라면서 “관계 부처는 연이은 해킹 사고가 안일한 대응 때문은 아닌가 깊이 반성하고 전반적인 점검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 총리의 말처럼 정부의 안일한 대응이 피해를 키웠다는 비판이 시민단체 위주로 나오고 있다. 정부의 미온적 태도와 솜방망이 처벌 등으로 인해 기업들이 주가와 주주들의 눈치만 보고 있다는 것이다. 고객과 정부의 눈치를 봤다면 해킹 사고 발견 시 빠른 발표와 대처가 이루어졌을 거라는 지적이다.

KT의 경우 지난달 27일에 경기 광명경찰서에 첫 피해 사실이 접수됐다. 이후 사건 접수가 이어졌고 경찰은 지난 1일에 피해 사실을 KT에 알렸다. KT가 비정상 소액결제 차단 등 조치에 나선 건 지난 5일이다. KT가 4일간 늑장 대응한 것이다. 지난 4월 가입자 유심정보 상당수가 해킹당한 SK텔레콤의 전례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대응 매뉴얼조차 만들어 놓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이 대규모 해킹 사태를 겪었음에도 재발하는 것은 솜방망이 처벌 때문이라는 주장이 정치권에서 나왔다.

국회 민병덕(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1년부터 올해 7월까지 451건의 사고로 8854만3000여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이 가운데 125건은 887억2732만 원의 과징금과 405건에 대해서는 24억9880만 원의 과태료가 각각 부과됐다. 금액이 커 보이나 실제 유출된 정보 건수를 보면 1건당 평균 과징금·과태료 합산은 1019원에 불과하다. 한 번에 수백만 개의 정보가 유출되다보니 개인정보 1건당 과징금은 미미한 수준이다.

민 의원은 “최근 SK텔레콤의 유심 정보 유출에 이어 KT에서도 개인정보 유출로 소액 결제 피해가 발생하면서 정보보호 규제의 실효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라며 “유럽의 개인정보보호규정과 같은 수준의 과징금 부과와 함께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등 제재 수단을 강화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최정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unghochoi5591@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