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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 멕시코 현지서 “과감한 도전으로 미래개척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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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 멕시코 현지서 “과감한 도전으로 미래개척하자”

여덟 번째 명절 해외출장, 당초 영국 등 유럽 대신 낙점
美통상견제 강화에 USMCA 회원국 멕시코 활용도 검토
현지 법인, 건설현장, 계열사, 협력사 찾아가 애로 청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0일(현지 시각) 삼성엔지니어링 도스보카스 정유공장 건설 현장을 찾아 직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이미지 확대보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0일(현지 시각) 삼성엔지니어링 도스보카스 정유공장 건설 현장을 찾아 직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추석 연휴 기간 이뤄진 해외출장 목적지는 멕시코였다.

이 부회장의 명절 연휴 해외 출장은 2년여 만에 이뤄졌다. 그는 2014년 설 연휴 기간 미국 출장을 시작으로 2016년까지 매년 미국과 인도를 방문한 뒤 2019년에는 중국(설)과 사우디아리아비아(추석), 2020년에는 브라질(설)을 다녀왔다. 이번 멕시코 출장은 여덟 번째이다.
당초 대다수 언론은 이 부회장이 이번 출장 국가가 영국 등 유럽을 유력하게 점치며 초대형 기업 인수‧합병(M&A) 가능성을 점쳤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본 결과 미국을 지금 거리에 둔 멕시코였다.

존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반도체 칩4(CHIP4) 협의체와 인플레이션 감축법 등 중국을 배제하고 자국 위주의 공급망 체제로 전환시키기 위한 강력한 조치를 시행하면서 한국과 한국기업이 상당히 불안한 위치에 놓였다.

이에 이 부회장은 미국을 직접 찾아가 통상 현안을 논의하는 대신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자유무역협정) 회원국 가운데 하나로, 오랜 시절 미국 시장 진출의 전초기지 역할을 해왔던 멕시코 생산시설을 점검하는 한편, 전략 강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의도에 따라 행선지를 전격적으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멕시코 정부는 과거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거부했으나 최근에는 먼저 우리 측에 요청해 협상 재추진을 위한 사전작업을 진행중이다. FTA가 체결되면 한국과 멕시코간 관계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이며, 한국이나 멕시코 모두 미국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강한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측면에서 이 부회장이 민간 외교관으로서이 역할을 톡톡히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12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멕시코에서의 첫 일정으로 지난 8일(이하 현지시간) 멕시코시티에 위치한 대통령 집무실을 찾아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Andres Manuel Lopez Obrador) 대통령을 예방했다.

이 자리에서 이 부회장은 오브라도르 대통령에게 삼성전자의 멕시코 현지 사업 현황 등을 설명하고, 삼성에 대한 멕시코 정부의 지원에 감사를 전했다. 두 사람은 삼성과 멕시코 기업들간 중장기 협력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특히, 이 부회장은 2030년 세계박람회 부산 유치를 위한 대통력 특사 자격으로 오브라도르 대통령을 만난 만큼 부산 지지를 요청하며, 올해 수교 60주년을 맞은 한국과 멕시코 양국이 부산세계박람회를 계기로 관계를 한층 발전시켜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9일에는 삼성전자 케레타르 가전공장을 반문했다. 이 부회장이 이곳을 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은 1988년 멕시코에 삼성전자 컬러TV 공장을 설립해 북미에 공급할 TV 생산을 시작했으며, 1996년에는 계열사 간 시너지를 위해 삼성전자, 삼성전기, 삼성SDI 등의 공장을 한 곳에 모은 삼성의 첫 해외 복합 생산단지를 멕시코 티후아나에 조성했다. 그는 케레타로 공장에 도착해 로비에 전시된 세탁기와 냉장고 제품을 살펴보며 제품에 대한 현지 반응과 판매 현황 등을 점검했다.

공장에 도착한 그는 케레타로 공장에서 근무하는 멕시코 현지 직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슥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을 어떻게 보냈는지 이야기를 들으며 직원들이 겪은 어려움에 공감했다. 또한, 멕시코 현지의 ‘워킹맘’‘들은 육아와 업무를 어떻게 병행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보였다.

이 부회장은 구내식당에서 직접 배식을 받아 직원들 사이에서 식사를 했다. 이날 메뉴인 떡만두국과 비빔밥을 먹으면서 직원들과 대화를 나눴고, 직원들의 기념촬영 요청을 일일이 받아주며 반갑게 촬영에 응했다.

같은 날 이 부회장은 삼성엔지니어링 도스보카스(Dos Bocas) 정유공장 건설 현장을 방문했다. 도스보카스 정유공장 건설 프로젝트는 삼성엔지니어링이 2019년 기본 설계를 수주한 뒤, 2020년 본설계, 조달 및 시공까지 연계 수주에 성공했다. 이는 삼성엔지니어링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EPC(설계‧조달‧시공) 프로젝트다.

이 부회장은 건설 현장 외에 직원들이 생활하는 '삼성 캠프'(숙소‧식당‧매점‧휴게 공간 등으로 구성)를 직접 살펴봤다. 직원들이 어떤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는지 궁금해 하며, 당초 예정에 없던 직원들 숙소를 깜짝 방문한 것이라고 삼성 측은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구내 식당에서 식사를 마치고, 삼성엔지니어링 직원들 및 현지 숙소와 식당을 관리하는 협력회사(현대 그린푸드) 직원들과도 기념 촬영을 했다.

이밖에 이 부회장은 8일 게열사인 하만 공장(8일), 협력사인 대영전자(99일) 등 삼성의 밸류체인과 함께 하는 기업들도 찾아가 사업 현황을 보고 받고, 직원들과 간담회 및 구내식당에서의 오찬 모임 등을 통해 업무의 애로 사항 등을 청취했다.

이 부회장은 “명절을 가족과 함께 보내지 못하고 고객들과 동료 직원들을 위해 현장에서 헌신하는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림. 지금은 비록 어려운 상황이지만, 과감한 도전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미래를 개척하자”고 말했다.


채명석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oricms@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