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글로벌이코노믹

글로벌 경기침체 모르는 일?…美 석유가스산업 제2의 호황기 '활력'

공유
2

글로벌 경기침체 모르는 일?…美 석유가스산업 제2의 호황기 '활력'

체서피크에너지, 천연가스 시추 설비 증대…생산량 기록적인 수준

미국 텍사스의 원유 채굴기 모습.  사진=로이터이미지 확대보기
미국 텍사스의 원유 채굴기 모습. 사진=로이터
미국의 석유가스 산업 호황기가 다시 돌아왔다. 그러나 이번엔 다르다.

체서피크 에너지(Chesapeake Energy Corp)는 2020년 여름까지 미국의 방대한 천연가스 매장량에 기대어 수년간 셰일가스 채굴 붐을 타고 최대의 수혜를 받았던 대표적인 석유가스 기업이다.
그랬던 그 회사도 코로나 팬데믹과 각국의 봉쇄조치로 영업이익은 산산조각 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부적절한 시기에 대규모 사업 확장으로 파산보호 신청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지난해 체서피크 에너지사에 황금 같던 호황의 시기가 다시 찾아왔다. 지난해 1월부터 9개월 동안 13억 달러의 이익을 올리고, 같은 기간 주주들에게 8억 달러의 배당금을 쏘며, 주가는 2021년 초 재상장한 이후 두 배 이상 급등했다.

체서피크는 최근 텍사스 동부와 루이지애나 북서부에 걸쳐 있는 거대한 천연가스전인 헤인즈빌 분지에 7번째 시추 설비를 갖추었다. 2020년 여름에 32대였던 것에 비해 올 1월 초에는 69대의 시추기가 가동되고 있다.

비단 체서피크 에너지사만이 호황의 시대를 맞은 것은 아니다.

우크라이나 전쟁부터 미국 경제 회복에 이르기까지 복합적인 원인들로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클린 청정에너지로의 전환 정책 추진 및 산업 자체의 높은 부채 의존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화석연료 산업은 놀라운 회복력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의 천연가스 생산량은 기록적인 수준에 이르렀다. 비록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2019년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그 이외 가스 등에서는 최고 수준에 달하고 있다. 가스와 원유 수출은 모두 최고치를 경신하며, 미국이 전 세계 경쟁 우위인 항공기, 의약품, 식품, 자동차의 해외 판매를 가볍게 앞지르고 있다. 대표적인 석유가스기업인 엑손모빌의 주가는 지난해 80%나 상승했다.
연방 토지에 대한 시추 제한을 추진했던 바이든 행정부도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대러시아 제재 등 지정학적 위기에 봉착하자 미국 내 방대한 민간 셰일 매장량을 활용,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석유가스 기업들을 압박하기에 이르렀다.

미국의 석유가스에 대한 세계적인 수요 급증으로 생산 기업들은 천문학적 수익을 올리고 바이든 대통령은 횡재세 도입 검토까지 언급하며 비난을 이어갔다. 이에 체서피크 최고경영자 도메닉 델 오소는 "실제로 세계가 에너지 정책에 탄화수소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말하며, 이번 사태를 통해 새 교훈과 역사를 배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붐은 이전과는 다르다. 2020년 이전 10년 동안 셰일가스 생산 급증에 많은 시추공들이 엄청난 속도로 확장됐고, 그로 인해 많은 부채를 안게 되었다. 이들은 휘발유 가격이 오르면 헤인즈빌 생산 지역으로 달려가다 가격이 떨어지면 재빨리 짐을 싸고 나와 일자리와 세수, 토지 소유자 로열티는 증발하곤 했다.

이번엔 국내외 투자자들은 적어도 몇 년간은 꾸준한 가스 수요에 베팅하고 있다. 게다가 주주들은 주주환원 강화를 주장하며 투자자들에게 더 많이 돌려줄 것을 주장하고 있다. 바로 상품 가격의 변동에 더 잘 대처할 수 있도록 포지셔닝 전략을 짜고 있다.

또 다른 차이점은 생산 기업들의 횡재는 주로 수출에서 발생하는데, 이는 늘어난 생산량이 미국 소비자 물가 하락으로 이어지는 효과를 제한한다. 비록 최근 따뜻한 겨울 날씨로 천연가스 가격이 MBTU당 4달러 이하로 떨어졌지만 애널리스트들과 경영진은 수출이 앞으로 몇 년 동안 가격을 계속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런 전망에 대한 이유 가운데에는 애팔래치아의 가스전에서 북동부와 같은 인구 밀집 지역으로 더 많은 가스를 보낼 수 있는 파이프라인 용량이 충분하지 않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헤인즈빌 분지와 같은 곳에서 러시아 가스 수입을 차단한 유럽으로 대량의 LNG를 미국 걸프 연안의 LNG 터미널로 옮기는 것은 어렵지 않다. 즉 미국 내 주요 가스 수요처로의 운송은 제한적이지만, 해외 수출 목적의 LNG 운송 물류 역량은 충분하다는 의미이다.

S&P 글로벌 상품 인사이트(Global Commodity Insights)에 따르면 미국 전체는 2030년까지 LNG 수출을 하루에 거의 두 배인 240억 입방피트로 늘릴 계획이다.

LNG 생산량 증가는 미국의 무역적자 해소에 도움이 되지만, 최근 따뜻한 기온으로 난방유 수요가 억제될 때까지 국내 에너지 비용 절감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국내 가스 소비에 맞춰 생산량을 늘릴 수 있지만, 이를 보낼 파이프라인이 충분치 않고, 가스 공급 시스템이 파편화되어 인구 밀집 지역 중 일부는 추가 셰일가스 공급에서 배제되고 있다. 또한 북동부의 새 파이프라인 건설에 지역민의 반대로 애팔래치아에서 더 동쪽 지역으로 가스를 운송하는 프로젝트가 중단되었고, 뉴잉글랜드의 전기 가격은 일반적으로 걸프 해안보다 더 높다.

미국의 천연가스 생산과 세계 가스 시장 간의 상호 연관성이 증가한다는 것은 그 공급량이 더 높은 국제 가격을 유지하게 만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애널리스트들은 미국 국내 가격이 장기적으로 MBTU당 3달러 미만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전 저점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낮다고 말한다. 천연가스 가격은 2022년 한때 9달러를 넘었던 적이 있지만, 지난주에는 4달러 이하로 떨어졌다.

체서피크는 절제된 야망을 가지고 원래대로 돌아왔다. 2022년 첫 9개월 동안 자본 지출은 총 13억 달러로 2011년 140억 달러 이상을 지출한 것과 비교하면 크게 떨어진다. 루이지애나 가스전의 시추 횟수는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매클렌던 전성시대 수준에는 훨씬 못 미치고 있다.

투자자들은 장기 전망이 불확실한 업종에 대해 성장보다 배당, 자사주 매입 등의 수익률 제고를 요구해 왔다. 로버트 캐플런 전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그것은 그들이 시추를 못 하게 한다는 것이 아니며 자본투자 회수를 우선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애널리스트들은 늘어나는 LNG 수출이 서너 개의 새로운 LNG 수출 터미널을 건설하게 할 것으로 보며,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이진충 글로벌이코노믹 명예기자 jin2000kr@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