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은 러시아 '우크라 침공'…작년 3월부터 가동중단

25일(현지시각) 러시아 리아노보스티통신에 따르면 데니스 만투로프 러시아 산업통상부 장관은 이날 카자흐스탄 이노프롬 산업전시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현대차 공장 인수와 관련해 이미 모든 결정을 내렸다"며 "조만간 결론이 나올 것이며, 인수 기업은 자국(러시아) 기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현대차에 대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두고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원론적인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밝혀졌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러시아 정부 고위 관료의 공식 발언인 만큼 현대차의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매각이 임박한 것으로 해석했다. 최근 도요타와 르노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도 공장 등 러시아 자산을 매각한 바 있다.
1990년대 러시아 수출을 시작한 현대차는 2007년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본격적으로 러시아 시장에 진출했다. 현대차의 여섯 번째 해외 생산 거점인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은 2010년 준공, 2011년부터 생산을 시작했다.
현대차는 러시아 기후 특성을 고려한 현지 맞춤형 소형차 쏠라리스, 해외시장 모델인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크레타, 기아 리오 등을 잇달아 출시하면서 러시아 시장 점유율 3위권에 오르는 등 호실적을 이어갔다.
2020년에는 연간 10만대 생산능력을 갖춘 제너럴모터스(GM)의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인수하는 등 러시아 현지 생산 확대 의지를 내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공장 가동은 현재까지 중단된 상태다. 2021년 현대차의 러시아 공장 생산량은 23만4000여대 수준이다.
전쟁과 그에 따른 공장 가동 중단으로 현지 판매량도 크게 줄었다. 2021년 기준으로 23만4000대를 기록했던 현대차의 러시아 판매량은 지난해 5만4811대로 줄었고, 올해 8월 기준 1605대로 급감했다. 점유율도 2020~2021년 10%대에서 지난해 8.9%, 올해 0.4%로 큰 폭으로 감소했다.
한편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현대차는 공장 매각 후 2년 안에 되살 수 있는 바이백(buyback) 옵션을 활용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가 언제쯤 해소될지 알 수 없다는 점이 최대 변수로 지목된다.
김보겸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bamtollee123@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