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오일뱅크는 최근 미국 수노코와 2024년 석유제품 장기공급계약을 맺었다. 회사는 지난 2021년 3월 미국에 약 30만 배럴의 휘발유(현물) 수출을 시작했다. 7월에는 하와이에 석유제품 완제품을, 2022년부터는 장기공급계약을 통해 휘발유·경유를 직접 수출했다. 하지만 하와이·알래스카·괌 등에 국한된 것이었다. 미국 본토는 아니었다. 이번 계약을 통해 HD현대오일뱅크는 사실상 미국 본토에 석유제품을 공급하는 첫 국내 기업이 되었다. 업계에서도 이번 성과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계약 물량은 연 360만 배럴 이상일 것이라고 HD현대오일뱅크 측은 설명했다. 회사의 일일 원유 정제능력은 52만 배럴이다. 한 달 기준(30일) 1560만 배럴에 달한다. 이와 비교했을 때 이번 수출 물량이 큰 규모는 아니다. HD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이번 공급계약과 관련해 "하와이·알래스카·괌 등을 넘어 미국 본토까지 사업영역을 확대하는 첫걸음이 될 전망"이라며 "지난해부터 미국 수출 비중을 점차적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했다.
이 같은 성과는 우수한 정제능력 기반의 높은 가격 경쟁력이 배경으로 꼽힌다. HD현대오일뱅크 등 정유업체를 포함한 국내 정제설비능력은 2021년 기준 357만2000배럴에 달한다. 미국, 중국, 러시아, 인도에 이은 세계 5위다. 우리나라 정제능력은 지난 1996년 하루 181만5000배럴로 프랑스를 제치고 세계 8위에 오르며 첫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2018년에는 세계 5위 규모의 정제설비능력을 유지하던 일본을 추월하기도 했다.
업계는 이번 수노코와의 장기공급계약 체결이 수출 지역을 미국 본토로 확장한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물량이 많지는 않다. 그럼에도 진출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정유산업이 점점 사양산업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많다. 하지만 이번 성과는 정유사들의 수출처가 앞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힘을 보여준 것"이라며 "수출처를 더 넓혀간다면 국가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희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h1320@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