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값하는 고급스러운 가속에 편안한 승차감,
다소 아쉬운 배터리 지구력, 인프라 확보 필수
다소 아쉬운 배터리 지구력, 인프라 확보 필수

행여나 빼먹은 게 있다면 GLE까지 더할 수 있다. 그러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이다. 올드(Old)와 뉴(New)를 모두 합치면 벤츠코리아에서 판매하고 있는 E의 종류는 무려 27가지나 된다.
이번에 시승한 모델은 EQ 브랜드 중에서도 E-클래스 SUV 모델 EQE SUV이다. E-클래스의 DNA를 그대로 이어받아 편안하고 안락하고 스트레스 없는 주행을 특징으로 한다. 전기차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어색한 느낌이 들지 않는 것은 벤츠가 가진 E-클래스의 자부심이 여실히 드러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일단 부드러운 가속 능력이 탁월하다. 지난번 EQA를 탔을 때와는 전혀 다른 감성이 묻어난다. 항상 느끼는 바이지만, BMW나 벤츠는 5과 E 이상이 되어야 진정한 프리미엄을 느끼게 해준다. 시승차의 정확한 모델명은 EQE 500 4매틱이다. 88.4kWh 용량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하고 최고출력은 402마력, 최대토크는 87.5kg·m이나 뿜어낸다. 풀 스로틀로 가속해보면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4.9초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차량의 무게가 2.5톤에 이르니 퍼포먼스에 있어 아쉬운 소리가 나올 일은 없다.
결론은 주행의 무게감은 느껴지지만, 고속 안정성이 뛰어나고 코너에서도 무게 중심을 잘 잡아뒀다. 회생제동 시스템은 여느 전기차와 마찬가지로 스티어링 휠 뒤편 패들시프트로 강도를 조절한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주행 느낌에 있어서 불편하지 않은 편이다. 대체로 브레이킹의 감도를 잘 맞춰놨기 때문으로 보인다.
운전 편의성을 높이는 요소가 또 하나 있다. 바로 후륜 조향 시스템이다. 이 기능은 유턴이나 주차 시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회전반경이 매우 짧은 걸 체감할 수 있는 데 왕복 4차선 도로에서도 한 번에 돌아나갈 수 있을 정도다. 참고로 이 차의 차체 길이는 4865mm이고 휠베이스는 3m가 넘어 짧은 편이 아니다. 오프로드를 위한 사륜구동 시스템도 겨울철 운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은 분명하다.
다만, 충전의 불편함은 다시 생각해볼 문제다. 시승차는 제원상 완충시 주행가능 거리가 401km로 나와 있다. 첫 출발 전 큼지막한 디지털 클러스터를 확인해보면 450km를 훌쩍 넘기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추운 날씨 탓인지 서울 시내와 주변 도시를 두어 번 오가는 여정에도 추가 충전이 필요했다는 건 사실 아쉬운 부분이다. 계산상으로는 충전하지 않고 반납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말이다. 아마도 겨울 서울-부산 간 논스톱 여행은 힘들 듯하다. 전기차 하면 항상 따라오는 것이 인프라다. 자가 충전 시설만 갖춰져 있다면 완벽한 전기차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수십 가지로 펼쳐지는 고급스럽고 몽환적인 실내 앰비언트 라이트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것. 품격에 아까워하지 않을 1억3000만원의 가격이 당연 비싸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도 잊지 않는 것이 좋다. 특권은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것이 아니니까.

육동윤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ydy332@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