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그룹 주력 계열사인 태광산업이 울산 청화소다 공장 증설에 1500억원을 투자한다. 태광그룹이 2022년 12조원 규모 대형 투자 계획을 발표한 이후 첫 투자 실행이다. 이에 10년 넘게 멈췄던 태광그룹 투자가 다시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투자 규모가 크지 않은 만큼 본격 투자는 이호진 전 회장의 경영 복귀 이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태광산업은 최근 울산시와 1500억원 규모 청화소다 생산 공장 증설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지난달 이사회에서 해당 안건을 승인한 이후 약 한 달 만에 실행에 나선 것이다. 이번 투자를 통해 태광산업 청화소다 공장 생산 능력은 기존 6만6000t에서 13만2000t으로 커질 전망이다. 청화소다는 아크릴로니트릴(AN) 공장에서 생산되는 청산(HCN)과 가성소다(NaOH)를 원료로 합성해 만든 화학제품을 말한다. 금·은의 선광이나 전기도금, 농약, 의약품 제조 등에 사용된다.
이에 따라 1997년 AN 사업을 시작하며 나온 부산물로 시작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았던 청화소다 사업 비중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본격 가동은 2027년 1월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청화소다 사업이 부산물을 가지고 시작했던 만큼 예전에는 보수적으로 생산되는 제품이었다"며 "주력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또 태광산업은 공장 증설과 함께 직접 원료 생산 기술을 도입해 수익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업계는 이번 투자를 두고 2011년 이 전 회장이 횡령배임으로 기소된 이후 10년 넘게 멈췄던 태광그룹 투자 시계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고 보고 있다. 2022년 12월 발표한 10년간 석유화학(6조원), 섬유사업(3조9000억원), 금융(2조원), 미디어(2300억원) 등 총 12조원 규모 투자 계획과 비교해 규모가 작지만, 그럼에도 투자 계획이 하나씩 추진되고 있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이번 투자 규모가 크지 않은 만큼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업계는 본격 투자가 이뤄지는 시점을 이 전 회장의 경영 복귀 이후로 보고 있다. 이 전 회장은 지난해 8월 광복절 특별사면 이후 올해 5월 경찰이 청구한 구속영장 신청이 기각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연내 복귀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재계 한 관계자는 "태광의 경우 현재 사업적인 측면에서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현 경영 체제가 10년 넘게 이어졌지만, 성공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런 정체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분위기 쇄신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