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직격탄에 LNG 우려 겹쳐
홍해 사태 때와 달리 대안 없어
수입 다변화·석탄발전 '고육지책'
홍해 사태 때와 달리 대안 없어
수입 다변화·석탄발전 '고육지책'

2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은 이스라엘과 이란 간 군사 대립의 전개 상황이 화석연료 수입에 미칠 영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22일 미국이 이란 핵시설 공습으로 이스라엘-이란 분쟁에 본격적으로 개입했다. 이에 이란은 중동에서 나는 석유 자원을 배로 실어 나르는 경로의 한가운데에 있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예고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2023년 말 시작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인한 홍해 사태 때보다 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 홍해는 아시아·중동 국가와 유럽 국가 간 상품 교역이 중심이기 때문에 아프리카 남단으로 우회하거나 육상으로 운송하면 된다. 반면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 원유를 해상으로 실어 나를 때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곳이라 파장이 더 크다.
업계 한 관계자는 “홍해 사태 때는 수출기업과 해운사에 영향을 주긴 했지만 컨테이너선 물류는 대체 경로를 마련할 수 있었다”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 화석연료 화주와 유조선 중심 선사와 이를 수입하는 기업들의 대책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창의융합대학장(교수)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4분의 1과 천연가스의 5분의 1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기 때문에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는 해협 봉쇄가 직격탄”이라면서 “특히 산업용 발전에 많이 쓰이는 LNG는 보관이 까다로워 가능한 비축량이 10여 일치인 데다 한국으로는 파이프를 통한 육로 운송이 불가능하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로 에너지 수급 불안정 우려가 큰 만큼 화석연료 의존도를 줄이는 장기 대책이 절실하다고 조언했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에 대처하려면 화석연료 수급 확대뿐만 아니라 석탄발전 도입까지 고려해볼 만하다고 제안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부 교수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확실시된다면 석유 가격 상승에 따른 물가 불안과 무역수지 악화, 환율 불안이 우려된다”면서 “여파가 본격화되기 전 남은 시간 대비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일을 계기로 화력 발전을 줄이고 원자력 에너지와 재생에너지 등으로 에너지 믹스를 다변화하는 중장기 계획 마련에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한국의 다른 LNG 수입 국가인 호주(1위)와 말레이시아(3위), 미국(4위) 등에서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면서 “원전 확충에는 20년 넘게 걸리고 재생에너지 발전은 간헐적인 특성이 있으므로 당장 부딪힌 에너지 수급 우려를 해결하려면 일단 석탄 발전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승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jrn72benec@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