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과 방산, 두 산업 축으로 유럽 교두보 확보
러시아 의존도 낮추는 동유럽, 한국을 전략 파트너로
러시아 의존도 낮추는 동유럽, 한국을 전략 파트너로

한국 기업들이 원전과 방산에서 동시에 성과를 거두며 유럽, 특히 동유럽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에너지 안보와 국방력 강화를 동시에 추진하는 국가들이 러시아 의존도를 줄이고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과정에서 한국 기술을 전략적 대안으로 선택하고 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스코다파워는 체코에서는 테믈린 원전 1·2호기 발전기 교체 사업 계약이 체결됐다. 이 프로젝트는 국제 경쟁입찰을 통해 확보한 성과다.
계약에는 발전기 공급뿐 아니라 15년간의 장기 서비스가 포함돼 있어, 단순 납품을 넘어 운영 안정성과 정비·부품 교체까지 포괄한다. 계약 규모는 약 3000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으며, 한국 기업이 유럽 원전 분야에서 확보한 첫 대형 레퍼런스로 평가된다.
폴란드는 군 현대화 전략의 일환으로 한국산 무기체계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K2 전차 180대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약 65억 달러에 이른다. 이는 폴란드가 러시아의 위협에 대응해 전력 증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국산 무기체계가 본격적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도입은 단순 조달이 아니라 현지 정비·부품 공급 체계와 연계되며, 장기적인 군수 지원 시장으로 확장될 전망이다.
루마니아 또한 차세대 에너지 협력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한국과 원전 협력 가능성을 논의하고 있다. 유럽연합 차원에서 에너지 전환과 안보 강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한국 기술이 선택지로 부상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원전과 방산 모두 단순한 수출 품목을 넘어, 장기간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제공하는 산업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향후 10년간 동유럽 국가들은 노후 에너지 인프라 교체와 군 현대화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들이 원전과 방산에서 동시에 수익 기회를 확보할 가능성은 한층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현지화 비율 충족, 유럽 조달 규정, 금융조달 구조 등은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이번 흐름은 한국 산업계가 '제2의 조선·배터리 신화'를 재현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조선업은 중동 진출을, 배터리는 북미 현지화를 통해 세계 선두권에 올랐다. 원전과 방산 역시 레퍼런스와 신뢰가 쌓일수록 경쟁 장벽이 높아지는 산업이다.
체코의 발전기 교체 계약과 폴란드의 K2 전차 계약처럼 굵직한 성과가 이어지는 한, 동유럽은 향후 10년간 한국 산업의 새로운 성장 거점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김태우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ghost427@g-e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