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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관세 직격탄…車 업계 4분기 체감경기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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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관세 직격탄…車 업계 4분기 체감경기 '추락'

車 업종 BSI 60…4분기 체감경기 급락
日·EU 대비 불리한 관세, 가격 경쟁력 흔들
전문가 "현지 생산 확대·정부 지원 시급"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자동차 전용부두에 수출용 차량이 세워져 있다. 사진=뉴시스이미지 확대보기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자동차 전용부두에 수출용 차량이 세워져 있다. 사진=뉴시스
대미 관세가 본격화되면서 자동차 업계 체감 경기가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일본·유럽과 비교해 불리한 관세율이 적용되자 국내 완성차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이 흔들리고 향후 수출 전망도 어두워졌기 때문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강공회의소가 최근 발표한 기업경기전망지수(BSI) 조사 결과 4분기 자동차 업종 전망치는 60으로 집계됐다. 전 분기(76)보다 16포인트(P) 급락한 수치다. BSI가 100 이상이면 긍정적 전망이 우세하다는 뜻이고 100 이하면 부정적 전망이 많음을 의미한다. 이번 결과로 국내 자동차 산업은 4분기에 접어들면서 체감경기가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는 것을 드러냈다.

자동차 업계 전망치 하락 배경에는 미국발 관세 충격이 자리 잡고 있다. 이달부터 한국산 자동차에 일본, 유럽연합(EU)산보다 높은 세율이 적용되면서 미국 시장 내 가격 경쟁력이 급속히 약화됐다. 국산차는 최근 수년간 가성비를 앞세워 일본·유럽 브랜드와 경쟁해왔지만, 가격 격차가 벌어질 경우 현지 판매 위축은 불가피하다.

실적에도 여파가 감지되고 있다. 현대자동차·기아는 2분기만 해도 관세 영향으로 합산 영업이익에서 1조6142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업계는 3분기까지는 기존 재고 물량으로 일부 충격을 완화했지만 4분기 이후에는 방어 수단이 사실상 사라지면서 실적 압박이 한층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현재 한국산 차량이 미국 시장에 수출될 때 부담해야 할 관세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고 그만큼 제품 가격에 이 비용이 반영되거나 마진이 깎이는 구조가 된다"며 "관세가 낮춰진다면 이 부담이 줄어들지만, 관세 조정이 지연되거나 실질적인 인하가 불확실한 상태에서는 기업들이 가격 인상 여력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황 교수는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우리 기업들이 수출 중심 구조에서 미국 현지 생산 확대 또는 북미 지역 생산 거점 강화로 이어질 거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관세 리스크가 단기 변수를 넘어 구조적 과제로 고착화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 시장 내 입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생산 거점의 북미 이전 등 근본적 대응책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황 교수는 "미국 내 생산 거점 이전 이외에 다른 전략으로는 브랜드 이미지, 프리미엄 라인, 첨단 안전·친환경 기능 등을 강조하는 고부가가치 모델 비중을 늘리는 전략도 중요하다"며 "전기차, 수소차, 자율주행 기능이 접목된 차량 쪽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면서 경쟁 우위를 확보해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정부 차원의 대응도 요구된다. 단순히 기업의 자구책만으로는 관세 리스크를 막아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황 교수는 "미국과의 관세 인하, 무역 규제 완화, 투자 조건 협상 등을 조속히 마무리해야 한다"며 "관세 인하 조건을 단순히 상징적 조치가 아닌 실질적인 이행 가능한 합의로 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황 교수는 "자동차 업계 및 부품 업체들을 위한 저리 금융 지원, 유동성 보조, 보증제도 강화를 하고 수출 지원, 보험·보증 확대, 환 헤지 지원, 리스크 완충 펀드 조성 등 다양한 지원체계 마련이 필요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도 "그동안 부진한 내수를 수출 회복세가 뒷받침해 왔으나, 최근 미국의 관세 부담이 본격화되면서 대미 수출 기업은 물론 중소 협력업체의 경영여건까지 악화될 우려가 있다"며 "대외 악재에 우리 제조업 경쟁력이 약화되지 않도록 정부는 긴급 유동성 공급을 비롯한 규제완화, 투자 인센티브 강화 등 지원책을 확대해 대외충격을 버틸 수 있는 방파제 역할을 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나연진 글로벌이코노믹 기자 rachel0807@g-enews.com